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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철근육 Aug 22. 2019

IT는 냉철하기만 한가?

결국 사람이다.

Tableau라는 프로그램이 있다. 내가 가진 데이터를 아주 보기 좋게 표현해 주는 프로그램이다. 파견 전에 업무를 볼 때도 이것을 썼지만 그땐 보고서에 필요한 숫자를 주면서 IT부서에 요청을 했었다. 그러나 여기는 (기존에 얘기했던 바 있듯) 모든 구성원이 Financial Engineer에 가깝기 때문에 웬만큼 어려운 게 아니고선 대부분 직접 익히는 쪽이다.

https://brunch.co.kr/@crispwatch/196 


이곳에서 최근 데이터 디스플레이에 관심이 높아지자 부서에서는 아예 Tableau에  정식 교육을 요청했고 최근에 그것을 수강했다. 수업을 듣다 보니 왜 여기 사람들이 대부분 두어 개 정도의 프로그램을 직접 다루는지 알 것 같았다. Tableau의 주 역할은 디스플레이에 있긴 하지만 결국 그 밑바탕이 되는 데이터 관리와도 연관이 되기 때문에 SQL을 알면 훨씬 유리해지고 하다 못해 엑셀에라도 능해야 구조 파악에 수월했던 것이다. 아마 다들 그런 식으로 가지를 쳐 나간 게 아닐까 싶었다.




표를 만드는 시간이었다. 데이터를 화면 중간에 (말 그대로) 던지면 그 축들에 맞는 가장 적합한 형태로 표가 자동 생성된다. 물론 중요도에 따라 셀들의 색깔을 달리하고 그 Index도 나타낼 수 있다. (Tableau에서는 이러한 Index를 Legend라고 한다.) 문득 강사가 질문다.


- 헤이, 여기 레전드를 봐. 기본 디폴트 색상 스펙트럼이 한쪽 끝은 짙은 파란색이고 반대 끝은 노란색이야. 왜 그런지 알겠어?


동료들의 답변이 쏟아졌다. 참고로 외국의 수업 장면은 비록 다 큰 어른들일지라도 수시로 끼어들어 질문하고 모두 먼저 나서서 대답하려 한다. 일단 먼저 듣고(수업) 학습한 다음(복습) 질문하던 한국의 교실 모습과 다른 장면에 처음엔 적잖이 당황했다. 하지만 모두가 그런 질문&답변을 즐기는 것 같았고 희한하게도 그 연쇄 고리가 강의 커리큘럼에 잘 맞았다. 그래서 이틀 째부터는 나도 막 끼어들었다. 어쨌거나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 이내 동료들의 대답이 이어졌다.


- 글쎄, 색의 대비를 보여주기 위해서가 아닐까?

- 맞는 답변이긴 해. 하지만 대비를 위해서라면 빨강과 녹색도 있잖아? 왜 그걸 쓰지 않았을까?

- 노란색이 훨씬 더 '경고'스럽기 때문이지.

- 훌륭한 추측이야.

- 그냥 랜덤 아닐까?

- 오, 그건 아냐. 네가 표를 만들 때마다 이 색 조합이 기본이 될 걸?


잠시 침묵 후 강사가 대답했다.


- 사람들에게 적록색맹(색각이상)이 가장 많기 때문에 그들에게도 색의 대비를 보여주기 위해서야.





IT 수업인데 사람에 대한 언급이 나와서 나는 살짝 놀랐다. 가만 생각해 보니 늘 내가 주장하던 게 인공지능이든 로봇이든 결국 사람에게 유용하자고 사람이 만드는 것이라는 걸 잠시 잊었던 것 같았다. 심지어 친구 몇은 인체공학 쪽 분야에서 일하고 있는데도 말이다.


역시 생각이 너무 한쪽으로 치우치면 놓치는 게 많아진다. 스스로의 바보스러움을 막기 위해서는 매일 자신을 돌아보는 게 상책이다.


내가 좋아하는 비유 중에 '내리막길 달리기'가 있다. 내리막길은 조심해서 내려와야 한다. 자칫 속도를 섣불리 냈다가는 나중에 스스로 그 속도를 주체할 수 없어진다. 마치 어쩔 수 없이 내달리게 되는 형국인데, 만약 앞에 장애물이라도 나타난다면 큰 일 날 수 있다. 경주마들에게는 옆을 볼 수 없도록 마개를 씌운다. 앞만 보고 달리란 소리다. 우리네 삶도 앞만 보고 달려야 한다고들 하지만 그게 내리막인지 아닌지 정도는 둘러보는 고민이 필요하다.


* 참고로 아래 사이트에 가면 Tableau를 통해 얼마나 다양한 Visualization이 가능한지 알 수 있다.

https://public.tableau.com/en-u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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