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강철근육 Jun 10. 2018

정말로 회사에 좋은 사람이 더 많을까?(상)

세계관이 흔들리다.

한국에 돌아오고 얼마 안 된 날이다. 마침 회식이 하루 비었다. 그날 오후 회의를 하며 얼굴을 맞댄 친한 동료가 떠올랐다. 오후께 나는 번개를 날렸고 그는 콜을 외쳤다. 우리는 저녁 6시 반에 회사 정문에서 보기로 했다.


허나 나는 만나기로 한 장소에서 한 시간을 더 기다려야 했다. 그의 일이 생각지 못했던 곳에서 문제를 일으켰던 것이다. 오분만, 십분만 하던 것이 누적되고 보니 한시간이었다.


화가 나진 않았다. 내가 보고싶었던 동료였고 내 번개에 흔쾌히 응해준 데다가 그를 기다리는 동안 다른 친한 임직원을 엄청 많이 만날 수 있었던 덕분이다. (결국 석식 계산도 그가 했다.ㅋ)






"아니! 돌아온거야? 고생했네!"

"아, 예~ 예상보단 조금 빨리 왔습니다."


반가운 대화를 나눈 상대가 하나둘 늘어갔다. 그러는 새 내 머릿속에 어떤 감정들이 축적이 된 걸까. 기다리던 동료를 만나는 순간이 되자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과연 회사엔 좋은 사람이 더 많은걸까?






감히 내가 정문 앞에 서서 오가는 사람들 품평을 하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되레 모든 분들이 반갑게 웃으며 맞아주셨다. 내가 누군가를 기다린다는 얘기에 옆에서 십여분을 함께 서 있어 준 사람도 있었다.


고맙다. 감사하다. 반갑다.
허나, 그것은 내 입장에서 바라 본 감정일 뿐이다.


"많이 기다렸지, 미안해!"


그가 멋적은 미소를 띠며 뛰어오는 것을 바라보다가 그 잡상의 실마리가 풀렸다. 그를 보자, 그와 나에게 동시에 연결된 어떤 분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그분은  내가 멘토로 모시는 선배 중 한 명이다. 그러나 그날 만났던 그에게는 썩 좋은 선배가 아니었다. 나와 그는 일하는 성향이 비슷했다. 즉 비슷한 성향인 두 사람에게 조차도 한명의 제3자를 바라보는 입장이 달랐던 것이다.


이건 나에게 꽤나 큰 충격이었다. 왜냐하면 미국에 머무는 사이, 브런치를 하며 주로 작성했던 글들의 주제는 조직문화였고, 이는 '다수의 좋은 사람이 소수의 나쁜 사람에게서 피해를 입는 사태를 막아야 한다'는 전제에 기반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앞서 언급한 그 선배는 내게는 좋은 사람이었지만 내 동료에겐 좋은 사람이 아니었다. 세계관이 흔들리던 순간이었다. (하편에 계속)




이전 15화 시간의 힘 (2)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