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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철근육 May 17. 2018

시간의 힘 (2)

문제 해결

한 때 흥미진진하게 봤던 드라마가 있다. 제목은 "비밀의 숲". 상당히 완성도가 높았는데 아니나 다를까 어떤 기자는 한국 드라마가 비밀의 숲 이전과 이후로 나눌 수 있을 정도라고까지 호평을 했다.


출연한 배우들은 하나같이 쟁쟁했고 각자 맡은 배역들은 눈길을 끌었다. 그 중 으뜸은 단연 주인공인 조승우 씨가 맡았던 황시목 검사 역할일 것이다. 나는 황시목 검사의 행적을 회사일에 접목해서 무언가 말하려 한다. (드라마 품평은 아니다.)




극 중 황시목 검사는 감정을 느끼지 못한다. 어릴적 수술로 인한 결과인데 그 덕분에 감정을 배제하고 이성만으로 사건을 파헤쳐 간다. 내가 늘 주장하던 감정배제하기. 그는 그것을 이행하고 있었다.


흥미로운 점은 극 중 정적들도 인정할 만큼 똑똑한 그도 "범인이 누군지 알 것 같아요."라는 말을 자주 했다는 것이다. 즉 그 역시 무수한 시행착오를 겪고서야 문제를 해결한다.


우리가 시간의 힘에 기대야 하는 두번 째 의미가 여기에 있다.


때론 문제 해결에 시간의 힘이 필요할 때가 있다.


물론 시간의 힘에만 기댄다고 일이 저절로 해결되진 않는다. 문제를 해결하고픈 사람은 매순간 노력을 해야한다. 핵심은 그 노력이 반드시 문제 해결이라는 결과물로 이어진다는 보장이 없다는 사실을 인지하는 것에 있다.


최선을 다하되 결과는 시간의 힘에 기대야 한다. 사필귀정이라고, 내가 옳은 일을 추구한다면 언젠간 보상을 받을 것이라 믿든, 결과와 무방하게 내가 최선을 다했으니 됐다며 자위하든 무방하다. 어쨌건 우리가 취할 수 있는 방도는 매순간 최선을 다하는 수 밖에 없다.


글을 쓰다보니 최선을 다하고 시간의 힘에 기대라는 말은, "거리두기"의 다른 표현에 지나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든다. 어쨌거나 최선을 다하고 결과는 시간의 힘에 기댄다. 다행인지 우연인지 모르겠으나 적어도 내 기억 속에 그런 태도로 최악의 결과가 도출된 경우는 없다.




이런 말을 하면 떠오르는 게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천재 수학자 푸앵카레가 한 말이다. 어떤 이가 어쩜 그렇게 난제들을 해결하는지 물었다. 그러자 그가 대답했다. "많은 문제는 깊은 고민 뒤 무의식이 답을 주는 경우가 많다. 아, 어떻게 하면 그걸 풀 수 있을까? 이런 고민 자체가 무의식 작용에 도움을 준다." 깊게 고민한 뒤, 무의식의 도움을 받는 것은 최선을 다하고서 시간의 힘에 기대는 것과 동치다.


다른 하나는 괴테가 파우스트에서 썼던 말이다. "인간은 노력하는 한 방황하니까." 그렇다. 황시목 검사도 단번에 문제를 해결하지 못 했다. 다만 그는 끝없이 고민하고 진실을 파헤치는 행위를 멈추지 않았을 뿐이다.


캐주얼한 드라마 속, 혼자서 수백억 짜리 계약을 체결하는 신입사원의 모습을 잊자. 모든 이가 빌 게이츠나 일론 머스크가 될 순 없다. 물론 도전하는 이가 많아야 그런 혁신적인 사업가가 나올 가능성도 높아진다.


다만 그들도 과연 1년여 만에 단번에 성공을 기록했을까? 거기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다. 힘들고 안 맞는 직장이라면 퇴사를 하는 게 맞다. 그러나 과연 내 자신이 갖는 감정의 역치, 인내심의 임계치는 설정을 한건지, 지금의 판단이 그 기준을 넘긴 한건지 판단할 필요가 있다.


시간은 우리가 생각하는 이상으로 큰 힘을 가지고 있다. 더 놀라운 것은 그 힘이 전 세계, 전 인류에 동등하게 적용되고 있다는 점이다. 유도나 여타의 격투기에서 상대방의 힘을 이용해 공격을 한다. 시간의 힘을 우리가 제대로 활용할 수 있다면 그 어떤 유도의 엎어치기 보다 큰 위력을 발휘하지 않겠는가.




쓰고보니 "진인사 대천명"을 구구절절 늘여 놓은 셈 밖에 되지 않는다. 어쨌거나, 아래 1편 링크를 걸며 나는 또 시간에 기대 숨는다.


https://brunch.co.kr/@crispwatch/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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