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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띤떵훈 Oct 02. 2017

[단편소설] 춘문이는 여행자







 안녕하십니까 독자 여러분. 저는 작가입니다. 가끔씩 이렇게 등장해서 여러분에게 첨언을 할 예정입니다. 이 글은 소설입니다. 단편 소설이죠. 어느 정도 분량이 될지는 저도 모릅니다. 지금 앉은 이 자리에서 완결을 보려고 하거든요. 제게 주어진 시간은 3 시간입니다. 3 시간 동안 단편 소설 한 편을 쓴다니! 어려운 일이 되겠군요. 그러나 여러분과 제가 힘을 합친다면 불가능한 일이 아니죠. 자 이 소설 세계는 여러분이 아는 세상과 조금 다릅니다. 평행 우주에 있는 구지라는 행성입니다. 90퍼센트 문화나 환경은 같습니다만, 약간의 차이도 존재하죠. 단어가 지칭하는 사물이 다르고, 지구에 사는 우리에겐 등장인물들의 행동 양식이 가끔 뜬금없게 보일 수 있습니다. 이 10퍼센트의 차이에서 오는 맛을 음미하길 바라며 만든 세상이죠. 결단코 특별한 의미, 숨은 뜻이 없답니다. 찾으려 노력하지 마세요. 제가 설명충이니 조금 더 말을 이어가겠습니다. 저는 논리적이지 않은 글을 싫어합니다. 이 글은 굉장히 논리적일 것이란 뜻입니다. 여러분에게 논리력, 짜임새 있는 글이 무엇인지 보여줄 준비가 되어 있답니다. 제가 말이 너무 길었죠? 자 우주 어딘가에 있는 구지로 떠나보시죠. 


 2024년 구지, 프랑스의 도시 멜버른에 15살 춘문이가 있다. 맞벌이 부모님, 예술가 삼촌과 함께 산다. 또래에 비해 덩치가 큰 춘문은 삼촌을 따랐다. 삼촌이 담배를 피우면, 어딘가에서 담배를 구해 담배를 피웠다. 삼촌이 술을 마시면 어딘가에서 술을 구해 술을 마셨다. 삼촌은 춘문이가 닮고 싶어 하는 단 하나의 이상이었다. 전지를 갈지 않아 움직이지 않는 벽시계가 걸린 그의 방은 고상하고 어두운 어른 향이 났다. 사람에게서 풍기는 향이 시간을 만나 방 곳곳에 깊게 베었다. 삼촌은 춘문이와 한 집에 살았지만 꽤나 다른 일상을 보냈다. 7시에 기상해 8시에 학교에 가야 하는 춘문과 다르게 삼촌은 오후 1시 무렵에 눈을 떴다. 담배 한 개비를 물고 우수의 젖은 눈으로 허공을 응시했다. 주말이면 춘문이는 이런 삼촌의 모습을 보기 위해 그의 방에 들어가 그가 빌려준 책을 읽으며 그의 기상을 기다렸다. 그가 뿜는 담배 연기 사이로 내가 가야 할 어른의 길이 어렴풋이 비쳤다. 하교 후에 친구 창모와 그의 집 화장실에서 담배를 피웠지만, 그가 뱉는 연기는 잔상을 만들지 못 했다. 


 삼촌은 말수가 적었다. 그러나 하루에 그가 뱉는 몇 안 되는 문장은 예술로 불리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시구를 뱉는 듯했다. 삼촌은 지금을 말하면 춘문이는 언젠가로 들었다. 삼촌이 배고픔을 말하면, 춘문이는 영혼의 허기짐을 들었고, 삼촌의 일상은 낯섬과 동의어였다. 같은 말이지만 그의 입을 통하면 새로운 관념, 개념, 사물이 됐다. 그의 말은 법이요 진리요 콩으로 메주를 쑤는 마법이었다. 삼촌의 등 뒤의 후광이 이 모든 일을 가능케 했다. 삼촌은 춘문이의 그리스도이며, 춘문이는 홀로 열두 명의 역할을 다 하고 싶었다. 삼촌을 따르는 이유는 당연하다. 그가 삼촌이기 때문이다. 


 삼촌의 영향력은 대단하다. 춘문이의 15년 인생을 갈아엎을 힘이 있다. 춘문이가 언제부터 삼촌을 따른 것일까. 그것은 약 1살 때다. 삼촌의 말이 너무나 논리적이고 아름답고, 그만의 세계를 효과적으로 보여줬기 때문이다. 1살의 춘문이는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삼촌의 논리력은 굉장했다. 삼촌의 애수에 젖은 눈빛과 상념의 물질적 표현인 그의 헝클어진 머리, 굳게 닫혀 진실만을 담고 진실만이 오갈 수 있는 입술, 가치 있는 것과 가치 없는 것의 냄새를 구분하는 그의 코, 세상의 위선과 아름다움을 가려듣는 귀, 철저히 계산된 그의 일거수일투족, 굉장하지 않은 것이 없었다. 굉장했다. 지금도 굉장하다. 삼촌의 존재가 논리의 근거다. 


 삼촌은 모계다. 어머니와는 핏줄이 다르다. 누구도 말하지 않았지만, 이복동생임이 확실하다. 어머니는 아무것도 모르는 세상 풍파 그대로 다 피한 무식한 속물이다. 삼촌을 180도 돌리면 나올 형편없는 인간 부류 중 하나이므로 그와 어떤 관련이 있을 리 없다. 안타깝게도 춘문이는 어머니의 아들이다. 삼촌의 아들이 아니란 사실이 그를 아프게 만들었다. 그의 아들이었다면 지금보다 더 아양을 떨고, 많은 것을 적극적으로 물었을 것이다. 그리하여 그의 그림자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배다른 누이의 아들이 감히 할 수 없는 일이다. 삼촌은 세상을 온몸으로 마주한 거인이다. 모든 싸움과 이기, 무논리, 낮은 사유의 허섭스레기는 삼촌의 주위에 머물 수 없다. 삼촌만이 권위를 갖는다. 나이를 먹어도 어른이 될 수 없다. 그의 인정이 있어야만 진정한 어른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어느 주말, 춘문이는 삼촌이 추천해준 책을 읽으며 그의 하루의 시작을 기다렸다. 삼촌은 일주일에 한 번 춘문의 방 앞에 책을 한 권씩 놨다. 춘문은 그의 독서 가이드라인에 따라 책을 읽었다. 시간이 남으면 두 번 세 번 반복했다. 그의 지금을 따라잡을 수 있을까 상상하는 것만으로 심장이 아팠다. 움직이지 않는 시계가 걸린 삼촌 방에서 삼촌이 준 소설, '다른 것'을 네 번째 읽고 있었다. 삼촌이 눈을 뜨자 춘문이는 현기증을 느꼈다. 삼촌의 눈빛은 굉장한 굉장함을 담고 있었다. 삼촌은 천천히 춘문이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춘문이는 송구스러워 눈을 내리깔았다. 삼촌은 묘한 미소를 짓고 천장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는 단단하고 두꺼운 성으로 돌아가 사유에 잠겼다. 춘문은 자책했다. 주제도 모르게 그의 시선을 받았다. 180cm에 육박한 자신은 학교에서 가장 큰 편에 속했다. 모든 학급 친구들은 감히 춘문의 얼굴을 쳐다보지 못 했다. 그들에게 춘문은 어른이고, 존재 자체로 경외심을 불러일으켰다. 고등학교 입학을 목전에 둔 친구들을 아래것으로 보며 말을 섞지 않은 춘문이었다. 그들은 평생 어른이 될 수 없는 존재 자체부터 글러먹은 인간들이다. 선생도 마찬가지다. 오직 삼촌만이 춘문 월드의 어른이고 독재자, 성인, 신이다. 


 춘문의 어른이 되고자 하는 욕구는 컸다. 자신의 과오를 뉘우치는 한편, 다시 같은 잘못을 저질렀다. 삼촌이 지금으로 돌아왔을 때 말을 건넸다. 머리를 백번 조아려도 모자란 버릇없는 행동이었다. 사죄의 의미로 내일이 되면 계란에서 흰자와 노른자를 분리하고 노른자를 삼촌에게, 흰자를 자신에게 주기로 마음먹었다. 곁들이는 음료로 고양이 똥으로 만든 커피를 대령하면 더할 나위 없다. 말이 입을 떠났기에, 현실로 돌아와 그의 입을 쳐다봤다. 



 "삼촌, 제가 감히 이런 말을 해도 되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만, 삼촌처럼 되고 싶습니다."


"음, 춘문이가 나처럼 되고 싶다고? 그건 어려운 일이지."


"알고 있습니다. 저 같은 미천한 태생이 이런 말을 하는 것이 우스워서 어쩔 수 없습니다. 그러나 이 고난의 세계에서 삼촌을 따르는 것만이 유일한 탈출구라는 

사실을 알고 계시지 않습니까?" 


"알고 있지. 흠.... 그래 이제 15살이지 네가?"


"네 그렇습니다. 삼촌."


"그렇다면 나에게 도달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을 알려주지. 그것은......."



 삼촌의 말의 단어 하나도 잊어버리지 않기 위해 머리로 지금을 녹음했다. 방을 나서며 되감기 버튼을 반복해서 눌렀다. 이 구지란 세상에 60억 명의 사람이 산다. 그러나 삼촌을 제외하곤 모두 가치 없는 인물이다. 삼촌의 말을 따라 삼촌의 그림자가 되기 위해 집을 떠나기로 마음먹었다. 현관으로 나오자 삼촌의 하나뿐인 신발인 아디다스 슈퍼스타가 눈에 들어왔다. 그 신발 옆에 둔 자신의 삼선 슬리퍼를 신었다. 밑창이 많이 닳았지만 개의치 않았다. 삼선의 위용에 취했고, 자신의 발과 함께 움직이는 슬리퍼를 보며 한껏 고취됐다. 역시 삼촌의 말은 타당했다. 


 삼촌이 말한 번화가 백화점 레스토랑 존에 도착했다. 사람이 바글거렸다. 그들이 눈치채지 않게 조용히 맥날도드 옆 식당가 화장실로 향했다. 남자화장실 좌측에서 4번째에 자리한 대변기 칸에 들어왔다. 상주 청소부가 잘 관리한 깨끗한 대변기였다. 변기 안에 있는 향기 나는 젤이 은은한 향을 풍겼다. 향은 삼촌의 체취와 비슷했다. 향에 취해 정신이 아득해졌다. 춘문은 여기서 몇 년을 있고 싶었다. 대변기 속 향기젤이 뿜는 향이 살갗 안으로 파고들어 영원히 상주하길 바랐다. 눈이 반쯤 감기자 삼촌의 말이 저 위에서부터 들려왔다. 그의 목소리를 붙잡고 환영 속에서 빠져나왔다. 성취는 쉽게 얻을 수 있는 게 아니다. 삼촌이 주려는 가르침 중 하나가 이런 것일까? 


 춘문은 삼촌이 말한 대로 대변기 위에 있는 듀얼 플래시 (소변용, 대변용)을 동시에 눌렀다. 경쾌하게 물이 내려갔다. 미숙하고 미천한 자신의 과거를 쓸어내렸다. 이제 자신은 어른이 됐다. 


 집으로 돌아왔다. 삼촌은 라면을 끓이고 있었다. 춘문은 그의 뒷모습에서 조금씩 후광을 지웠다. 절반쯤 지웠을까, 삼촌은 식탁에 냄비 받침을 올리고 식사 준비를 끝냈다. 춘문은 아무렇지 않은 듯 접시와 젓가락을 챙겨 그의 옆에 앉았다. 자신은 어른이므로 삼촌과 겸상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삼촌은 젓가락으로 집고 있는 라면을 냄비에 돌려놓고 젓가락을 식탁에 놨다. 어렵게 지운 그의 후광이 2배로 커졌다. 냄비를 보고 있던 삼촌의 얼굴은 우레와 같은 소리를 내며 춘문의 얼굴을 향해 방향을 틀었다. 춘문은 현실로 돌아와 급히 고개를 밑으로 떨궜다. 냄비를 보니 우동이었다. 


 삼촌은 나를 시험한 것이었다. 나는 역시 준비가 되지 않았던 것이었다. 삼촌이 맥날도드 옆 화장실 좌측 첫 번째 칸 대변기 칸의 변기의 듀얼 플래시를 동시에 누르라고 말한 것은 나의 우둔함을 탓하기 위한 안배였다. 



 독자 여러분! 자 환기시킬 시간입니다. 다시 지구로 돌아와 작가인 제가 개입합니다. 여러분 너무 놀라셨죠? 우리 삼촌은 기본적으로 정말 무서운 사람입니다. 화를 내지 않지만 도깨비보다 더 무서운 사람이죠. 아마 춘문이에게 관심을 끊는다면 그보다 더 가혹한 벌은 없을 것입니다. 벌써 현실 기준 2시간이 지났습니다. 이 말은 앞으로 한 시간 내로 소설이 끝나야 한다는 뜻입니다. 너무 상투적이라 결말이 예상되시죠? 여러분이 너무 긴장해서 가슴을 움켜쥘까봐 걱정됩니다. 혹시 있을 불상사를 막기 위해 제가 나타났습니다. 현실 시간 기준 3분이 지났지만, 극의 시간은 10년이 지났습니다. 



10년 후 2014년 월요일


행성 구지의 나라 프랑스의 도시 멜버른. 25의 춘문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에 진학하지 않았다. 부모님은 여전히 맞벌이를 하고 생계를 유지하고 있고, 예술가 삼촌은 여전히 위대한 일상을 반복하고 있다. 달라진 점은 삼촌은 이제 춘문의 방 앞에 매일마다 한 권씩 책을 놓는다. 춘문은 삼촌이 내준 과제를 수행하느라 정신없는 매일을 보내고 있다. 그러나 오늘, 삼촌의 위대한 일상은 균열을 일으킨다. 10년 동안 반성하고 충실히 삼촌이 지도를 따른 춘문은 때가 되었음을 느꼈다. 주말인 오늘, 춘문은 6권의 책을 쌓아 놓고 한 권을 읽으며 삼촌의 방에서 그의 기상을 기다리고 있다. 건전지가 없어 움직이지 않는 시계가 걸린 방에서 삼촌은 조용히 눈을 떴다. 춘문은 삼촌이 자신을 향해 고개를 돌리기 전에 말을 뱉는다.


"이제 충분한 것 같습니다. 어른이 되게 허락해주시겠습니까 삼촌?"


 고요한 삼촌의 눈빛이 춘문을 집어삼킨다. 눈은 조용히 많은 이야기를 한다. 노여움, 분노, 흥미 등의 감정을 넘어 확고한 자신의 관념의 세계를 한 번에 풀어 춘문이 감당하기에 어려운 상황을 만든다. 춘문은 눈빛을 버틴다. 삼촌은 춘문이 단단히 준비했음을 깨닫는다. 삼촌은 한 시간 가량 아무 말하지 않고 춘문을 쳐다본다. 춘문은 침착의 가면을 쓴 채로 삼촌의 눈빛을 마주한다. 삼촌이 내준 숙제로 만든 가면이다. 읽기를 더해 단단하게 본을 떴다. 침묵이 흘렀다. 침묵이 흘렀다. 침묵이 흘렀다. 침묵이 흘렀다. 방이 수용할 침묵의 용량이 초과된다. 삼촌이 입을 연다.  


"이제 내가 지금껏 보여준 것 이외의 세계를 내게 말해봐."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저의 사고 범위는 삼촌의 사고 범위에 종속되어 있는데, 삼촌의 관념 바깥세상을 말하라니요."


 이 모순은 의사적인 것인가 참된 것인가. 불가능을 말하라고 삼촌이 요구한다. 삼촌은 모든 곡선이 직선이라고 말한다. 부정과 의심이 0에서 소수점 저 밑의 자리의 1로 변한다. 새로운 말을 하라고 하지만, 새로운 것이 될 수 없다. 삼촌의 눈빛은 새로움을 요구하지만 자신의 사유 범위에서 새로움만 가치 있는 것이라 말한다. 새로운 것이 있을 수 없다. 춘문은 프랑스어만 할 수 있는데, 삼촌은 한국어를 하라고 명령한다. 삼촌의 말을 육포처럼 계속 씹는다. 고깃물이 나온다. 현실과 허구의 이원론을 해체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현실과 허구의 대조를 통해 진리가 확인되는 최종 심급을 구성하라는 의미다. 언어와 기호 체계에 구축된 허구에서 벗어나라는 숭고한 의미. 다시 1이 0으로 변하는 것인가. 


"삼촌 잠시만 기다려 주시겠습니까? 잠시 다녀올 곳이 있습니다."



짜잔. 독자 여러분 제가 왔습니다. 아마 이게 마지막 작가 개입이 될 것 같군요. 사실 저는 구지의 춘문입니다. 현실을 허구 쪽으로 환원시켜 명백한 장벽을 허무는 작업을 하기 위해 제가 온 것이지요. 가상현실이 진실이 되고 진실이 가상이 되는 경계를 자판 위에서 넘어 다니고 있습니다. 이 글은 삼촌에게 보여줄 저의 세상 밖의 이야기입니다. 현실을 가상현실에서 해체시키는 작업을 통해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것이죠. 저의 현실이 여러분에겐 이야기, 이야기를 풀어내는 과정은 삼촌에게 나를 인정받게 할 수단이 됩니다. 제 말투도 지구 스타일에 맞춰 바꿨습니다. 감쪽같이 여러분을 속였죠. 이제 이 글을 들고 가서 삼촌에게 보여줄 생각입니다. 저는 삼촌이 제공한 많은 글을 읽었습니다. 그러나 모두 삼촌의 책장에서 나온 책이죠. 이 글마저도 삼촌에게 새로운 것이 아닐 수 있습니다. 어쩌면 삼촌은 이 세상에 저보다 먼저 어떤 흔적을 남겼을지도 모릅니다. 뭐 어쩌겠습니까.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는 수밖에요. 이 문단이 저의 마지막 문단이 되겠군요. 삼촌에게 보여줄 일만 남았습니다. 가상 현실인 지구에 살고 있는 우리 세계 프랑스 말을 쓰는 한국인 여러분, 모두 안녕.


 








 삼촌의 명을 받은 춘문은 카페 스벅타스에서 쓴 글을 들고 집으로 돌아온다. 똑똑. 그래 들어와. 삼촌 읽어보세요. 삼촌은 내가 쓴 단편 소설을 읽는다. 이것만 통과하면 춘문은 삼촌의 그림자가 될 수 있다. 불가능을 알지만 빈손은 삼촌의 실망을 불러올 것이다. 삼촌은 무표정으로 글을 읽어내린다. 3시간 동안 쓴 말도 안 되는 단편 소설이 삼촌에게 어떤 감상을 불러올까. 춘문은 삼촌의 눈동자를 주시한다. 눈동자는 펀칭 머신처럼 한 글자씩 뚫어 종이 밖으로 소거한다. 어떤 감정도 엿볼 수 없다. 삼촌은 25년 동안 태산이었고 앞으로도 태산이다. 절반쯤 읽었을까 밖에서 문 여는 소리가 들렸다. 어머니다. 어머니가 처음으로 이 소설에 등장한다. 어머니의 존재가 춘문에게 새로운 국면을 불러온다. 쿵쿵 발소리를 내며 삼촌 방에 다가와 거칠게 문을 연다. 


 

"야 나기성! 또 우리 아들 데리고 이상한 소리 하냐. 아이구 못 살아. 우리 아들 다 망쳐놓네."


"누나 우리 중요한 얘기 중이니 잠시만 나가줘"


"하나밖에 없는 동생이라고 빈대 붙은 거 참고 살았다. 이젠 못 참아!"


"미안해 누나..."


"일 일찍 끝나서 즐겁게 집에 왔는데 또 병신 같은 예술가 놀이하네. 너처럼 우리 아들도 멍청해졌잖아. 어떻게 너 같은 애가 내 동생이 됐나 몰라. 못살아"


"미안..."


 기성이 삼촌은 신춘문의 어머니이자 그의 누이에게 혼난다. 소수점의 1은 자리를 건너뛰어 가시 범위에 있는 특이점을 지났다. 삼촌은 움직이지 않는 시계 밑에서 한참 동안 훈계를 듣는다. 우리 어머니의 분노는 타당하다. 어머니 행동의 당위에 공감하며 방문을 닫고 나왔다. 기성은 밥버러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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