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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릴리 Dec 27. 2020

인테리어를 하기까지 - 4. 타일과 욕실


이제 타일을 고르셔야 되는데, 어떤 걸로 하시겠어요?
요~기 몇 개 있어요. 고르세요.

'헐. 사, 사, 사장님.. 아무리 저희가 인테리어를 상상력으로 한다고 하더라도 이건 아니죠. 타일 몇 장 갖다 두고 고르시라고 하시면 참 섭섭합니다.'

라고 얘기하고 싶었다. 다행히 내 입에서 나온 말은 



뭐가 있는지 샅샅이 다 보고 싶어요. 타일 집(?)에 
우리를 좀 데리고 가시면 안돼요?


  밤마다 사진을 이제는 봤던 사진이 또 나오고 또 나오는 상황에 우리에게 사장님은 너무하신 요구를 하신 거다. 사장님은 다행히도 괜찮다며, 언제 어디에서 만나자고 얘기하신다. 


  그날이 올 때까지 밤마다 또! 매일 했던 작업. 타일을 보고 보고 또 봤던 건 물론이다. 그런데 우리가 그렇게 많이 봤던 타일을 골랐을까? 안타깝게도 아니다. 계속 사진을 보다 보니 


'아, 지겨워. 또 이 타일이야? 아. 또 이거네. 세상에 타일이 이거밖에 없나? 난 한 번도 안 본 타일을 골라야지.'


unique 함을 찾게 된 것이다. 한 번도 안 본 타일인데, 이쁜 거. 그건 어떤 타일? 간단히 얘기해서 비싼 거. 아무튼 그날이 되었고, 갖가지 타일이 가득한 타일 집으로 들어선 순간 황홀함에 넋놓았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크기도 제각각, 두께도 제각각, 그냥 막 쌓아둔 타일도 가득, 벽에 붙여둔 것은 하나도 같은 것이 없었고, 아. 복잡해. 


나: 사장님. 우리 뭘 골라야 하죠?

복잡함에 내가 무엇을 하러 간지 잊어버린 것이다. 웃긴 건 사장님의 대답이었다. 


인테리어 사장님 : 이상하게 여기만 오면 고객님들이 뭘 하는지 잊어버리시네. 타일 골라야죠.

나 : 타일 고르러 온건 알겠는데 어디에 붙이죠?


하하하하...... 말줄임표 쩜쩜쩜. 




일단 잠시 타일은 어디 있을까? 단순히 화장실만 생각했다면 오산. 온 집에 타일 없는 곳은 아마 방 말고는 없을 테다. 


1. 화장실 : 타일의 천국. 바닥 타일과 벽타일을 골라야 한다. 같은 색으로 하는 사람도 있다던데. 난 글쎄다.

2. 부엌 : 불 쓰는 곳 근처, 물 쓰는 곳 근처. 즉. 싱크대 사이 물이나 음식이 튈 만한 곳의 벽에 타일을 붙인다. 바로 닦아내기 쉽게.

3. 현관 : 신발을 어디다 벗어두더라?

4. 베란다와 다용도실 : 한여름 아이들이 수영장을 펴놓고 놀아야지. 그러니 타일이 필요하다. 세탁기 물 흐르는 곳에도 타일이 필요하다.


또, 타일은 한 번에 작업한다. 현관, 화장실, 싱크, 베란다 등 하루에 일하시는 분이 오셔서 내가 고른 타일을 다 갖고 오셔서 한방에 붙인다. 고로 싱크 들어오기 전에 타일을 먼저 붙인다. 인테리어는 자재값은 전체 인테리어의 1/5에도 미치지 못한다. 인건비가 대부분이다. 인건비 아끼는 게 제일 절약하는 인테리어다. 





복잡함 속에 보물을 찾아야만 했다. 역시나 그 복잡함 속에서도 메인은 존재했고, 그 메인은 내가 사진에서 그렇게나 많이 봐왔던 그 타일들이었다. 그 당시 유행했던 타일은 아주 작은 자작자작한 타일들. 육각 타일, 복잡한 그림이 그려져 있는 타일. 지금도 아직 유행 중인 줄은 잘 모르겠다. 메인은 그럼 제쳐야 한다. 내가 그렇게나 많이 보고, 이건 안 해야지~ 했던 거니까. 



더더욱 깊숙이 보물을 찾으러 다닌다. 그러다 발견한 타일! 따단! 유행 중인 육각형이긴 한데 약간 입체감이 있다. 저거다! 우리 싱크대 옆에는 저걸 붙이자. 



나 : 사장님! 이거요 이거! 이거 싱크 옆에 붙여요!

사장님 : 허... 고오갱니임.. 이건 단가가 좀... 견적에 추가를 좀 하셔야 할 것 가아튼데에에에요오오오..

나 : 얼마나 더 비싸요?

사장님 : ~~~ 원


나 : 자기, 이거 고르고 다른걸 좀 싼 거 하면 되겠지?

남편 : 응! 나도 이게 맘에 들어!

나 : 사장님! 그냥 요걸로 할게요!





  잠시, 이 타일을 집에 붙이고 난 이후 상황을 먼저 전한다. 싱크가 들어오기 전 이 타일만 붙여놨는데, 남편과 나는 서로의 눈을 의심하며 얼마나 서로를 쳐다봤는지 모른다. 


나 : 자기, 이거.. 뱀 가죽 같지 않아?"

남편 : 나도 그래 생각했는데.. 이거 이거 우리 잘 고른 거 맞나?

나 : 하......

잠 못 이루는 밤이었다. 

'하, 그렇게 고르고 골라 붙인 타일이 뱀가죽 같다니..'




다행히 싱크가 들어오고 나니 우리는 다시 쳐다보며 "잘 골랐네~"했다. 지나고 난 뒤 그 상황을 생각해보면 이유는 알 수 있다. 일단 바닥은 마루가 깔리기 전이다. 시멘트 바닥 그대로. 우리는 퇴근 후에 공사 진행상황을 보러 갔으니 밤이었고, 조명은 설치하기도 전이었다. 거기다 싱크는 설치되지도 않았고, 각종 전선에 후드 연결 자바라에..  그런 상황에 휴대폰 후레시에 의존하여 봤더니 타일이 그렇게 보였던 것이다. 







  일단 싱크 옆에 붙일 타일을 결정했다. 또 보물찾기 시작. 사실 이렇게 쓰니 타일 가게가 아주 큰 것처럼 느껴지겠지만 그냥 지나가다 흔히 볼 수 있는 '~타일'이런 가게 한 곳에만 갔고, 난 그 안에서 그렇게 고뇌의 시간을 보냈다. 


  그러다 벽에 붙여놓은 타일 발견.

나                       : 사장님, 이건 바닥에는 못 써요?

타일 가게 사장님 : 그거 써요. 두꺼워서 쓸 수 있어요.

나                       : 이거 바닥에 붙인 사람 봤어요?

타일 가게 사장님 : 아니요.. 이건 벽에 데코로 사람들이 붙이는 건데.."

나                       : 전 이걸 현관 바닥에 붙이고 싶어요. 현관이 화려하게 이쁠 것 같아요.

인테리어 사장님 : 네? 고오오갱님.. 이거.. 단가가......... 견적을........ 좀... 추가해야 되겠는데요............

나                       : 하... 얼마 나요?

인테리어 사장님 : 싸게 잡아도......... 000만 원.

나                       : 하... 이거 붙이고 싶은데...

인테리어 사장님 : 일단 그럼 현관 신발장 위에도 타일을 붙이려고 했는데 거긴 그냥 거울을 붙일까요? 그럼 조금이라도 빠질 것 같은데.(10만 원가량 절약됨)

나                       : 네! 원래 현관에는 거울이죠!

인테리어 사장님 : 그래도.................... 쩝................



나    : 자기! 아까도 비싼 거 골랐는데 이번에도 비싸다. 이걸 우짜지?(이제 흥분의 상태. 진짜 갖고 싶은데 못 가질 때 나올 수밖에 없는 나의 사투리)

남편 : 나도 넘 이쁜데. 현관에 딱일 것 같아. 그냥 이걸로 가까?

나    : 예산이 너무 오버인데. 그래 그럼 다른 걸 싼 걸 하자.

남편 : 콜!




현관 거울 붙이기 전. 원래 저 하얀 자리가 타일 자리였다. 


붙였을 그때도, 지금도 난 현관을 사랑한다. 너무 알록달록 할 수도 있겠지만 이런 화려함이 나를 집에 들어올 때 더 기분 좋게 만들고, 집을 나갈 때에도 밝게 힘나게 만들어준다.






아직 타일의 메인. 화장실 타일을 고르지 않았다. 남편이랑 나랑 원하는 화장실 타입이 정말 달라서 아주 텍! 텍! 했는데, 남편이 원한 화장실 타일은 다음과 같다. 


참고로 화장실 청소는 내가 해야 하는 일이다. 


나 : 저 타일을 붙이면 청소는 누가 하노?

남편 : 자기가 해야지

나 : 응? 내는 못한다. 저 타일 사이사이 물때 끼면 그걸 어째 감당할끼고?

남편 : 그정도 감당 몬하나? 그거빠이 안되나?

나 : 응. 난 그거빠이 안돼. 저 타일 사이사이 문지를순 없다. .



.


.


.




결론 나지 않는 싸움을 싱크와 화장실을 두고 그렇게 싸웠었다. 결국 남편은 싱크 마음대로, 화장실은 내 마음대로. 난 집에 오면 항상 피곤하고, 청소도 적게 하고 싶었다. 고로 되도록 큰 타일을 붙이기. 드디어 발견 마음에 드는 타일. 근데 엄청 두껍네? 


나 : 사장님, 이게 젤 예뻐요. 이거 화장실 벽에 붙입시다.

사장님 : 하... 고오오오오오오오갱니이이이이임... 이거 포세린 타일이에요.

나 : 포세린 타일은 벽에 붙이면 안돼요?

사장님 : 하....................(자꾸 한숨만 쉬신다.) 그게... 포세린 타일은 바닥용으로 나온 거잖아요. 사람들이 밟고 다닐 수 있게. 그래서 포세린 타일이 많이 두꺼워요. 이걸 화장실 벽에 붙이면 화장실 타일이 쏟아질 수도 있고.. 

나 : 그래서 못해요?

사장님 : 하.... 그게 아니고.. 붙일 수는 있는데......... 포세린 타일이 원래 다른 타일보다 비싸요. 무겁기도 해서 공임도 훨씬 더 비싸고....................................... 추..가... 요...금....을.....

나 : 하................... 그렇군요. 근데 전 이게 젤 이쁜데요.... 자기 어쩌지?

남편 : (이제 포기상태) 고마 그냥 해라. 어차피 딴 거 안 고를 거잖아.

나 : 그럴 것 같긴 해. 난 이게 젤 이뻐. 사장님. 그냥 이걸로 가죠. 대신 바닥은 기본으로 해주세요. 베란다 타일이랑 화장실 바닥 타일이요. 원래 생각하고 기본 옵션으로요.

사장님 : 고객님, 이제 화장실 한 개 더 타일을 고르셔야죠. 

나 : 아 맞네. 일단 계산부터 한번 해주세요. 추가금이 얼마나 더 들어요? 현관 타일, 부엌, 화장실 토탈해서..

사장님 : ~~원.

나 : 하.... 생각보다 많이 오버인데 어쩌지....





나 : 다 포기해야 할까? 그냥 일반적인 걸로?

남편 : 그럴 순 없지. 지금 고른 것들 다 이뻐서 안된다.


여기서 난 아직까지 후회되는 판단을 하고 만다.


나 : 사장님, 안방 화장실 타일 교체를 하지 않으면 얼마나 절약되나요?

사장님 : 헐. 안방 화장실 타일 교체를 하지 않게요? 분명히 나중에 후회하실 거에요.(그때도 진짜 사장님이 그렇게 말렸는데. 말 잘 들었어야 하는데..) 만약 교체하지 않으면 ~가 절약되어 ...만 추가하시면 됩니다.

나 : 어차피 안방 화장실이고, 손님 오셔도 안방 화장실은 거의 이용하지 않으니, 도기류(세면대, 변기 등)만 교체하고 타일 바꾸지 않을게요.

사장님 : 진짜 후회하실 거예요. 차라리 돈을 좀만 더 쓰시던지, 아니면 좀 낮추셔서 선택하시는 건 어떨까요?

나, 남편 : 괜찮아요...........................


 그렇다. 우리는 다른 멋진 타일들을 위해 화장실 하나의 타일을 몽땅 바꾸지 않기로 한 것이다. 사장님은 갸우뚱하셨지만 우리는 신났다. 그래도 우리가 감당할 범위 내에서 타일을 골랐다는 그 하나로! 3년 반이 지난 지금, 욕실을 지금이라도 타일을 붙일까 고민을 한 달에 한 번은 한 것 같다. 너무 아쉬웠다. 타일 빼고는 다 새로 한 것들인데.. 타일이 낡아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다음부터 이런 선택은 절대로 하지 않기로!




한정된 자원 안에서 최대의 효율 뽑기. 인테리어를 하면서 저울질의 달인이 되었다. 그러나 과감한 포기는 좋으나, 어디 한 군데를 빼고 부분 수리만 하는 것은 아주아주 비추다. 




아참! 타일 가게에는 도기(변기, 세면대)도 함께 있었다. 어차피 그 디자인이 그 디자인이고, 변기가 특별히 이쁘고 그런 것들이 없어서 기본 옵션으로 했다. 타일 선택하는 데에 너무 지친 우리는 그렇게 중요하다는 수전마저도 마치 중국집에서 짜장면 시키듯이 "검은색요~"라고 간단히 고르고 말았다. 그러나 사장님은 검은색 중 제일 이쁜 것을 고르셨는지 아주 만족스러운 수전을 달아주셨고, 샤워기도 달아주셨다. 왕땡큐_^^




아~ 이제 조명이 남았네. 조명 ㄷㄷㄷ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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