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각은 재능이 아니다

우리는 모두 감각적인 사람이다.

by 지혜




팔찌 만들기 체험을 하고

친구가 내게 말했다.


“지혜 너 감각 있는 것 같아.”


그 말을 듣는 순간, 내가 늘 말하고 있는 ‘감각’이

흔히 쓰는 의미와는 조금 다르다는 것을 느꼈다.



사람들은 보통 ‘감각’을 미적인 능력으로 생각한다.



그래서 그림을 그리는 일도 쉽게 시작하지 못한다.

잘 그려야 할 것 같고, 예뻐야 할 것 같아서

아예 시작조차 못 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나는 이 지점에서 반박하고 싶어진다.



내 취향과는 거리가 멀지만, 웹툰 작가

이말년의 그림을 보며 분명히 ‘감각 있다’고 느낀다.


미적으로 아름다운 그림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림을 보면

“아, 이건 저 사람 거다”라는 존재감이 느껴진다.




감각은 순간의 끌림이다.

그 패턴이 반복되면 취향이나 스타일이 된다.






이러한 발견은

내가 하는 정리 일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옷 정리 과정 중에 한 분이,


“설레지 않아요.”라며

남편이 사준 옷들을 하나씩 비워냈다.


그런 옷들이 빠지고 나자

비로소 남은 옷들의 분위기가 선명해졌다.


뮤트 톤.

차분한 색감과 조용한 결.




많은 이들이 말한다.


“저는 취향이 없어요.”



하지만 정리를 하며 내가 확인하게 되는 건

정반대의 사실이다.



타인의 기준이나 유행, 사회가 말하는 정답 같은

선택들로 뒤섞여 본연의 색이 가려졌기 때문이다.



감각은 새로 길러야 하는 능력이 아니다.



자기 감각을 믿고 한 선택이 몇 번이고 반복되면

자연스럽게 고유의 취향으로 드러난다.



그래서 나는 생각한다.



누군가의 인정 없어도

우리는 모두 감각적인 사람이다.



이미 우리 집 안에 있다.


내가 선택해 온,


설레는 것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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