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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주신쥬디 Sep 23. 2024

이번 크루즈도 무사히 완료

나는야 럭키비키~

12월 27일, 크리스마스를 보내고 집으로 돌아가는 날이 왔다.

데쟈뷰처럼 일주일 전에 했던 일들을 똑같이 반복했다.

숙소를 비우고, 잔금 정리와 각종 서류에 싸인하고, 굿바이 파티도 또 했다.

I'm not coming back this time, for real!!


이번엔 배로 다시 돌아오는 일은 없겠지! 혹시나 다시 와달라고 해도 쿨하게 거절하고 집에 가겠어~!


두 번째로 떠나는 만큼 아쉬움은 반으로 줄었고 가벼운 마음으로 배에서 내렸다.

베프와 또 짧은 시간 만나 이번엔 제대로 바통을 터치했다.


지난주와는 다르게 낮 시간에 출발하는 시카고행 비행기를 받아서 바로 공항으로 갔다.

Salt Lake City 공항에서 한번 경유하는 여정이었다.

아 거참, 샌디에고에서 시카고까지 직항 비행기 많을 텐데, 돈 아끼려고 경유 비행기 해주냐!

그래도 나는 집이 미국이니 크루즈 출퇴근길은 무난한 편이다.

남미나 아시아에서 오는 직원들은 세네 번 경유하는 비행기표를 받는 일이 허다하다.

회사는 출발지-목적지만 검색해서 가장 싼 티켓을 해주는 게 분명하다. 말도 안 되는 루트로 사람들을 보내는 경우가 있으니..


이번에도 역시 현금으로 받은 식비를 꼬옥 챙겨서 비행기를 탔다.

한 달 동안 잘 놀았다, 아니, 일했다!

즐거웠다 하와이, 그리고 태평양!


Salt Lake City를 경유하는 비행기에서 창밖을 보고 깜짝 놀랐다.

록키산맥 지나간다~~~~~~~~~

눈도 보이기 시작했다.

12월이라는 현실이 날 맞아주는 순간이었다.

야자수 있던 샌디에고에서 록키산맥을 넘어 눈으로 덮인 시카고로 무사히 왔다.

한 달간 나를 애타게 기다렸을, 세상에서 가장 예쁘고 사랑스러운 내 강아지 맘보와 상봉!

그렇게 2017년 12월을 보냈다.



크루즈 일은 크루즈가 어딜 항해하느냐에 따라 매력도가 천차만별로 나뉜다.

일반적으로 크루즈는 한 지역(카리브해, 지중해, 북유럽, 알래스카 등)에서 수개월간 머물며 뺑뺑이를 돌고 승객만 주기적으로 바뀐다.

흔히 말하는 "캐리비안 크루즈"는 4-5박짜리 여정을 몇 달간 반복하는데,

승객들 입장에선 4-5일 동안 카리브해를 만끽하는 최고의 휴가지만 수개월간 배에서 살아야 하는 직원들은 캐리비안 크루즈를 선호하지 않는다. 매일 뜨거운 해변에 있는 것도 지치겠지.

나처럼 엔터테인먼트 계열에서 일하는 직원들은 평균적으로 4개월 동안 한 크루즈에서 일하고,

서비스업에서 일하는 직원들은 9개월 동안 일을 한다.

그동안 한 지역만 반복하면.. 여행이라는 느낌도 사라지겠지.


감사하게도 나는 항상 좋은 itinerary의 크루즈만 탔다.

하와이 크루즈는 갑자기 서브로 투입되는 바람에 한 달만 반짝하고 내렸는데, 이렇게 행선지도 좋고 기간도 짧은 긱을 하는 건 엄청난 행운이다!


3개월 뒤인 2018년 3월, 내 뒤를 이어 밴드 피아니스트가 된 내 베프와 함께 크루즈를 탈 기회가 왔다.

이번에야말로 최고의 itinerary였다.

플로리다에서 출발해서 캐리비안 찍고, 대서양 건너서 지중해 한 바퀴 돌고, 프랑스 벨기에 독일을 지나 북유럽까지 찍는, 반복이 거의 없는 크루즈!

게다가 베프와 함께 할 수 있다니!

매력 포인트가 훨씬 많아진 조건이다. 어머 이건 가야 돼!


내 인생 최고의 시간으로 남은 유럽 크루즈에서 피아니스트 명찰을 달고 5개월을 살았다.

알래스카랑 하와이도 재밌었지만 유럽행은 차원이 다른 추억이다.

그때의 이야기도 하나씩 풀어보려 한다.


[크루즈 피아니스트 in 유럽]

https://brunch.co.kr/brunchbook/cruisepianist3



지금까지 [크루즈 피아니스트 in 하와이]를 읽어주신 모든 독자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유럽 이야기로 찾아뵙겠습니다.


- 베짱이 뮤지션 드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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