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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패스드 폰 Dec 04. 2023

우산 속 향기




출근 시간.

비가 내릴 때면, 우산을 편다.

빗물에 보호되는 좁디좁은  그늘

세상 속 나만의 영역이다.


해가 가장 높이 뜰 때.

직장동료와 각자 우산을 펴고 여유시간을 보낸다.

서로의 원형 경계선은 조그마한 스침도 없다.

그것이 그와 나의 거리다.


그늘보다 어두울 때.

연인과 함께한 우산 속에서 빗속을 거닌다.

튀어나온 보금자리 밖 어깨는 하염없이 젖어간다.  

우산 안, 각자의 한쪽 어깨는 마른 긴장이 스친다.

조용히 선명하게, 서로의 시간은 손을 잡는다.


세찬 비바람이 불 때도

세상 속에서 내가 작아질 때도

그저 숨고 싶을 때도

우산은 묵묵히 세상 사이에 경계선을 그어준다.

나를 위한 그늘은 언제나 내 가방 속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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