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컨트롤할 수 없는 변수로 사고가 날까 두렵다. 고속도로에서 100km만 밟아도 그 빠름에 손이 후들후들 거린다.
하지만 그런 나도 늦었다면 140km까지 밟아본다.
두려웠던 속도는 어느새 하찮게 느껴지고, 가벼운 전능감을 느낀다. 다른 차들을 추월하는 기분이 제법 즐겁다.
마치 내가 모든 차들의 선두에 선 것 같다.
그러다 시간이 여유로워 다시 속도를 100km로 줄이면.
어머나 세상에, 이 속도가 이렇게 느렸었나.
이상하다. 분명 느린 속도가 아닌데. 왜 이렇게 답답할까.
잘 나가고 싶냐는 유혹의 목소리가 속삭인다.
변수는 남의 일이며, 안전 기준은 두려움의 변명일 뿐이라고. 100과 140 사이에서 방황하는 속도.
삶의 기준선과 안일한 자신감 사이 흔들리는 마음.
인식이란 이렇게도 상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