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체적 케이스로 커뮤니케이션 하면 안될까
*이 글에서의 평가는 역량/리더십 평가임
지인이 얼마전 받은 평가 결과에 격분해 연락을 해왔다. 나 역시 내 입장에서 부당하다 생각되는 평가를 받은 적 있어서 그 사람의 마음이 백프로 이해된다. 그럼에도 나온 결과 중 대부분은 수긍하고 변화해 보려고 노력했고, 일부는 도저히 수용할 수 없어 잊어버리기도 했던 터라 그 사람의 한계나 문제가 뭔지도 짐작이 된다.
어떤 조직이든 평가는 하고, 해야하기도 한다. 설령 공식적인 평가 시스템이 없어도 사람들은 나름의 기준을 가지고 사람과 조직, 상황 등 모든 것에 대해 평가를 한다.
회사가 시스템을 통해 사람을 평가하는 이유는 리소스와 커뮤니케이션의 한계 때문이다. 누구나 공정한 피드백을 원하지만 일일이 한 사람 한 사람의 평가를 모두에게서 다 받기가 현실적으로 어렵고, 그걸 가능케 하는 조직 내 커뮤니케이션도 기대하는 만큼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다.
문제는 리더십이건 팔로워십이건 공공연한 평가를 하고 그걸 승진이나 보너스 같은데 연계시켜 버리는 것이다. 가치관이 다르니 내가 기대했던 것과 다른 평가결과가 나올 수 있지만 일단 그 결과를 이용해 사람을 컨트롤하게 되면 평가의 공정성에 대한 이야기는 나오지 않을 수가 없다. 그리고 실제로 평가자의 역량이 미흡한 경우가 너무나 많은데다 절대적 객관성이 전혀 담보되지 않는데 평가결과에 수긍할 사람이 있을까.
특히 상사나 동료와 잘 맞지 않거나 서로 불편한 관계일때 평가가 객관적으로 되리라고 믿는 사람들은 없다. 오히려 평가에서 편향된 결과가 나타나고, 그걸 눈치 챈 피평가자들은 상사나 조직에 더 큰 불만과 불신을 갖게 되는 경우가 많다.
역으로 팀원들의 리더 평가 역시 똑같이 불공정하다.맞지 않는 상사와 트러블이 지속 발생하는 경우 본인이 불만을 가진 점을 비롯해 리더십 전반을 두드러지게 저평가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리더 입장에서는 이전에 낮았던 항목 개선을 위해 전시성 활동을 좀 하면 점수는 놀랍게도 개선된다. 그게 진정 리더십 개선일까. 그 문제를 이전 직장 리더들이 많이 지적했는데 평가시스템은 전혀 개선되지 못했다.
결국 매번 평가철이 되면 이번에 나를 이렇게 물먹였어?, 내가 어떻게 해줬는데 이런 평가를 하지? 등등 모든 조직원들이 불만을 품게 만들고 어려운 관계를 더 어렵게 만들었고 진정 자신의 평가결과에 수긍하는 사람은 없었다. 이런건 원래 그냥 평균만 나오면 되는거에요 라는 이야기로 결과를 묻어버리게 된다.
그래서 리더십에 대한 공공연한 평가와 피드백은 조직 내 불필요한 긴장만 높이고 실제 개선은 되지 않는다는게 내 경험에 의한 결론이다. 리더에 대한 코칭을 돈 들여 해도 진짜로 변화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최소한 대응 방식의 변화마저도 쉽지 않다. 회사의 시간과 돈낭비에 사람들의 감정낭비다.
차라리 평가 기간 중 가장 문제였던 케이스 하나와 가장 좋은 케이스 하나로 상대에게 직접 피드백 하고, 그것으로 끝내는게 좋을 것 같다. 그결과를 승진과 보너스와 여러 제도에 반영하는 순간 대화가 끊기고 아부와 모략이 자라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단 하나라도 상대에게서 경험한 문제케이스를 구체적으로 지적해 논의하는게 좋은 이유는 심리적으로 크게 데미지를 입었다고 생각하는 상대의 어떤 문제는 그 사람이 자주 일으킬 가능성이 높은 문제이기도 하고, 양자 상황으로 제한해 볼때 관계의 본질을 건드리는 문제니 그것을 인지시키고 쌍방의 대응을 조율하면 그나마 실제로 변화가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책임감이 없어 라고 말하느니 타임라인 못지키고 의사결정이 늦어서 무슨 문제가 생겼다고 하는게 더 즉각적인 이해에 도움되고 행동변화 촉구도 쉽다. 물론 케이스를 가지고 이야기하는 것은 생각보다 훨씬 어렵고 불편한 일이다. 두루뭉실 표현하는것은 안전하니 하기 쉽지만 정확히 집어서 이야기하라 하면 기분 나빴던 기억을 굳이 되살려야 하니 거부감이 든다. 상황이 잘 기억나지 않을 수도 있고, 설령 기억 난다 해도 꼬집어 표현하는 것이 아주 거북스럽고 때로는 자기 감정을 무어라 표현을 하기 어렵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가끔은 조직내 불만이 있다는 사실 자체를 문제로 보는 시각이 있는데 그건 틀렸다.
사람이 사는 곳에는 다 문제가 있고 문제가 있어야 정상이다. 나와 생판 다른 사람들이 모여 일을 하는데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는건 문제 자체를 제기할 수 없는 상황인 것이다. 뭔가 늘 시끄럽고 조용할 날이 없다고 하는 곳은 어쨌거나 누군가 의견을 말하고 그것이 어떤 루트로던 전달이 되는곳이다. 그런데 리더를 포함해 전 조직이 불만만 있고 누구도 해결의지나 노력이 없다면 그건 문제가 없는 것 다음으로 큰 문제다. 문제 해결을 회피하는 조직은 망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런 경우 회사의 개입이 필요할 수 있다.
그리고 모두가 아무 문제 없도록 해결하겠다는 생각은 비현실적이며, 옳지도 않다. 내 경험상 누군가의 불만이 모두의 불만인 경우는 거의 없었다. 누군가에게는 너무 싫은 어떤 일이나 상황이 다른 사람에게는 뜻밖에도 영향이 없거나 환영받는 일이기도 하다. 개개인의 상황과 이해관계를 살펴보며 풀어가야지 조직내 문제를 한 단면으로만 정의하고 풀 수는 없다. 그리고 안타깝지만 모두가 만족하는 해결책은 나올 수가 없다. 다함께 노력한다면 대다수의 동의나 환영을 받는 방향으로 풀릴 수는 있다는게 차라리 희망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