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에서 긍정으로 바뀌는 생각의 전환
힘점의 이동
“힘 빼세요.”
‘저도 빼고 싶어요.’ 좁은 베드에 누워 입을 크게 벌리고 천장을 바라보며 생각이 복잡했다. 힘을 빼려고 노력하면 더 들어갔다. 힘은 애쓰면 더 깊이 빠져드는 늪의 소굴인듯하다. 코끝을 스치는 치과 특유의 향과 끊임없이 진동하는 귀에 거슬리는 소음. 기계 소리를 싫어하고 폐쇄공포증도 있는데 얼굴에 천을 덮어 놓고 자꾸 힘 빼라고 하니 진땀이 흘렀다. 가벼운 천 한 장이 내 목숨을 쥐락펴락하는 것 같아 두려워 호흡이 원활하지 못했다.
힘은 온몸으로 퍼졌다. 보이지 않는 힘을 물리치고 싶지만, 방법을 모른다. 힘 빼라는 재촉에 마음만 바빴다. 머릿속은 ‘힘’이라는 단어로 가득 찼다. ‘힘 빼자’라고 주문을 외워 보지만 오리려 혀가 딱딱하게 굳어 진료기구를 밀어냈다. 위험하다며 간호사의 목소리가 커졌다. 어떻게 힘 빼야 할지 누군가가 알려 주면 좋겠다. 자포자기하는 심정으로 불끈 쥐었던 두 주먹을 펴서 베드 모서리를 잡았다. 오로지 손에만 집중하는 순간 진료가 순조로워졌다. 혀가 부드러워지고 벌린 입도 아프지 않았다.
무언가에 집중하면 지배된다. ‘힘 빼세요’라는 말은 오히려 힘을 주게 했다. 머릿속에 꽉 채워진 ‘힘’이라는 단어가 원인이었다. 손으로 생각을 돌리자 몸이 편안해진 것처럼 노력을 멈추고 포기하는 순간 자연스레 빠졌다. 힘을 빼고 싶다면 힘점을 이동해야 했다. 삶에서도.
나를 바라보는 시선도 힘점을 이동했다. 아픔과 걱정이 난무하던 과거에서 미래로. 어떤 미래를 원하는지 고민하며 상상의 나래를 펼쳤다. 자유로운 나, 관계가 좋은 나, 즐겁고 편안한 나를 꿈꿨다. 꿈은 이루어진다는 어처구니없는 말을 믿어보기로 했다. 어둡고 아픈 과거에서 살고 싶은 미래로 시선을 돌리자 숨통이 조금씩 트였다. 불행한 나보다 밝은 내가 자주 보였다. 강의 듣고 독서를 하며 긍정적인 생각법을 배웠다. 보이지 않는 것에 관심이 많았던 나는 엉뚱한 말을 한다며 늘 부정당해 왔었는데 이상한 일이다. 자기 계발서는 내 생각을 인정해 주었다.
말을 멈추고 행동을 바꾸면서 살이 쭉쭉 빠질 때였다. 주변에선 건강을 의심하며 바라봤다. 괜찮다는 내 말을 그들은 애써 부정했다. “잘 먹어야 한다”부터 이런저런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고집스럽게 버티고 6개월이 지난 뒤 10킬로가 빠진 몸은 새털처럼 가벼워졌다. 살이 빠지고 건강해지는 나에게 비법을 묻기 시작했다.
“11자 복근을 상상만 했어요.”
“안 먹어서 빠졌잖아!”
생각으로 살을 뺐다는 얘기를 농담이라고 여겼다. 안 먹어서 빠진 것도 맞는 말이다. 말을 많이 할 때는 음식을 먹는 줄도 몰랐다. 거리 두기를 하면서 혼자 먹는 밥이 잘 넘어가지 않았다. 오지랖을 멈추고 내 일에만 집중하자 에너지 소비가 적어 입맛도 줄었다. 그렇다고 먹고 싶은 음식을 억지로 참은 것도 아니고 퇴근 후에는 늘 맥주를 즐겼다. 정신이 원하는 것에 집중하며 다이어트보다는 현실을 이겨내기 위해 애쓸 뿐이었다.
“기를 써서 병을 없애려 할 필요가 없다. 그저 부정적인 생각을 없애기만 하면 자연스러운 건강 상태가 나타날 것이다. 그리고 몸이 스스로 치유할 것이다.” - 론다 번
건강해진 이유를 알았다. 뚱뚱하다는 생각을 지우고 현재만 바라볼 때 자연스럽게 건강해졌다. ‘비밀’을 말하는 《시크릿》을 읽으며 상상으로 이루어낸 다이어트에 확신을 얻었다. 보이지 않는 것들의 이야기를 양자역학과 에너지로 비유하는 글을 읽으며 심장이 요동쳤다. 보이지 않는 그 힘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어려서부터 해오던 습관을 엉뚱하다고 얘기하며 밀어내던 나를 스스로 인정했다. 어쩌면 재능일지도 모른다고.
“생각과 에너지를 집중하여 집중한 대상의 진동을 바꾸고, 그리하여 그것을 당신에게 자석처럼 끌어당길 수 있기 때문이다.” - 론다 번
꿈은 이루어진다.
어처구니없는 말이 아니었다. 에너지는 물결의 파동처럼 넓게 퍼져 끊임없이 진동한다. 부정에서 긍정으로 생각을 전환하면 바람의 방향이 바뀌듯이 진동도 바뀐다. 생각하는 대로 끌어당겨지고 원하는 막연한 삶이 현실이 될 수 있다. 나도 미래로 시선을 돌리면서 주변의 인맥이 바뀌고 있었다. 먹고 살기를 걱정하는 사람보다 가슴 뛰는 삶을 원하는 사람들과 소통이 시작되었다. 생각대로 살이 빠지고 어울리는 사람이 바뀌면서 미래를 상상하는 힘을 더 믿을 수 있게 되었다.
‘힘점의 이동’이다. 다이어트를 위해서 자전거 탔을 때는 빠지지 않는 살을 원망했다. 건강보다 정신을 의식하자 몸이 건강해지는 힘점의 이동. 치과에서 손으로 생각이 이동하는 순간 몸에 힘이 빠진 것처럼 힘을 이동할 곳을 알고 난 뒤 삶이 한결 수월했다. 다이어트는 날씬한 몸을 상상하며 웃는 얼굴만 떠올리고 진득하게 앉아 내면을 채우기 위한 노력이 이뤄낸 결과였다.
생각을 전환하는 자유로운 생각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바람을 느끼고 상상 속에서 춤을 추는 일은 40년이 넘도록 해온 습관이다. 아무도 모르게 구석에서 늘 즐겼다. 힘점의 이동은 부정에서 긍정으로, 단점을 장점으로 바라볼 수 있게 해 주었다. 생각이 전환되고 시선이 변화되는 순간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