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저는 2018.05.08 ~ 2019.03.07까지 약 10개월 동안 시드니에 워킹 홀리데이를 다녀왔습니다. 제가 독자분들이 읽을만한 이야기와 필력을 가지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앞으로 11편의 정도의 에피소드를 열심히 써보겠습니다. 아래부터는 읽기 형식으로 쓰겠습니다.
2018년 어버이날 나는 경주에서 리무진 버스를 타고 인천공항으로 향했다. 버스 안에서 나는 커피에 관한 책을 읽고 있다. 책을 읽고 있지만 마음속 한편에서는 새로운 장소로 가는 싱숭생숭한 느낌으로 가득 차 있다. 작년 10월에 우연히 아버지와 영화 마션을 보다가 아버지께서 독백처럼 '너도 저렇게 영어를 잘하면 좋을 텐데, 호주 워홀이라도 다녀왔으면 좋았을 텐데'라고 말씀하셨다. 그것을 들은 내 머릿속에서는 빛 한줄기가 지나가는 듯했다. 그 당시에 나는 서울에서 경제학 석사과정 마지막 학기를 공부하고 있었는데, 호주에 워홀을 간다면 영어 실력을 향상시키고 외국 유학도 꿈꿀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이후에 부모님을 설득해서 석사과정을 마친 후에 호주 워홀을 떠나는 것을 허락받았다. 당시에 아버지께서는 이미 석사과정을 공부하며 취직이 늦었는데, 호주로 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하셨지만 내가 고집을 부렸다. 사실 석사과정 들어갈 때도 아버지께서 반대하셨는데, 내가 뒤늦게 생긴 연구원이란 꿈 때문에 고집을 부려서 허락을 받았었다. 나는 이런 식으로 20대에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기 위해서 부모님의 뜻을 여러 번 거슬렀고 다른 엄친아들과 비교를 당하면서 살게되었다.
생에 처음으로 가본 인천공항은 광활했다. 봄 날씨에 제각기 여행의 설렘으로 가득한 무리에 나도 합류하였다. 시드니에서 일을 하면서 공부를 하겠다는 계획은 세웠던 나는 책을 약 열 권 정도 들고 갔는데 그 덕분에 화물 한도 30kg을 맞추는데 애를 먹어야 했다. 어찌해서 짐을 부치고 탑승하는 곳(?)으로 들어가서 약 한 시간 반 동안 시간을 보냈다. 당시에 저널에 보낼 논문 작업을 하느라 공항 구경은 뒤로 했던 기억이 난다. 그렇게 나는 밤 8시 비행기를 탑승했고 설렘인지 나의 예민함인지 잠이 오지 않아서 비행시간 10시간 내내 논문 작업과 영어 공부를 했다.
드디어 시드니 공항에 도착을 했다. 시차는 한 시간 시드니가 한국보다 한 시간이 빨랐다. 도착하니 현지 시간은 오전 7시였다. 밤을 꼴딱 세고 짐은 무거웠지만(이놈의 책들 ㅜㅜ) 설렘으로 피곤한지 모르고 공항을 빠져나갈 준비를 했다.얼마 남지 않은 핸드폰의 배터리에 겨우 의존해서 공항을 빠져나오는 데 성공했고 무사히 중앙역에 있는 백패커스에 도착을 했다. 그때 스마트폰으로 구글 지도를 사용하면서 느낀 것은 '이것 덕분에 아무에게도 묻지 않고 원하는 정보를 얻을 수 있구나'였다. 정말로 구글 지도만 있으면 영어를 못해도 호주를 여행하는데 거의 불편함이 없다.
백패커스에 30kg에 육박하는 캐리어를 보관하고 나는 제일 먼저 시드니의 상징 오페라하우스와 하버브리지를 보러 갔다. 날씨는 그야말로 환상적이었다.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에 따뜻한 햇살이 내리쬐는 풍경은 나에게 시드니에 대한 무척 좋은 첫인상은 주었다. 그곳에서 여유롭게 거닐며 사람들을 구경하였는데, 해안가를 따라 조성된 벤치에 정말 많은 사람들이 일광욕을 하면서 정답게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어떤 커플은 서스름없이 키스를 하며 나에게 약간의 문화 충격을 주었다(나중에는 나도 그렇게 했다). 거리를 거닐다가 한 Bar에 들어가서 모히토를 주문했다. 짧은 영어지만 'Can I get a ~'로 시작하는 주문 문장은 알고 있었기에 두렵지 않았다. 그런데 점원이 미성년자 신원 검사를 요구한다. 당시 여권이 없었던 나는 지갑에 있는 한국 민증을 보여주며 '나 91년 생이야'라고 설명을 했더니 약간 귀엽다는 표정과 함께 주문을 받아주었다. 아무튼 모히토는 정말 맛있었다. 그렇게 기분 좋은 시드니 환영 여행을 마치고 백패커스로 돌아왔다.
당시 나는 6인 도미토리를 선택하였고 이곳에서 일주일 정도를 지낸 후에 쉐어 하우스로 들어갔다. 첫날밤 어색하게 방안에 들어가니 남자 4명이 숨 막히게 어색하게 각자의 침대에 눕거나 앉아있었다. 비즈니스로 시드니에 온 중년의 중국 남자, 나머지는 나처럼 워홀 온 내 또래의 영국, 이탈리아, 그리고 프랑스 남자였다. 영국 남자는 목수로 일하고 있었고 여자를 찾으러 호주에 왔다는 인상 깊은 말을 해주었다. 이탈리아 남자는 레스토랑에서 웨이터로 일하며 거기서 장기투숙 하고 있었고 프랑스 남자는 백패커스에서 일하며 역시 장기투숙을 하고 있었다. 수다쟁이 중년의 중국 남자를 빼고 다들 시크하고 말이 없었다. 그래서 내가 짧은 영어로 이것저것 물어보았는데, 지금 생각하니 내가 그들을 불편하게 만들었던 것 같다(영국 남자가 며칠 후에 방을 옮겼는데, 왠지 나 때문이었을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아무튼 백패커스 시설은 그럭저럭 괜찮았다. 가격은 한국에 비해서 1.5배 정도 비쌌지만 호주 물가가 원래 그렇다(하지만 마트 물가는 정말 싸다!) 아침도 공짜로 먹을 수 있었고 취사 시설도 잘 돼 있었다. 아침에 일어나서 백패커스 손님의 대부분을 차지했던 유럽 친구들과 시리얼에 우유를 말아먹으니 내가 외국에 있는 것이 실감이 났다. 나는 새로운 사람과 대화하는 것을 정말 좋아하는데, 짧은 영어 때문에 잘 알아들을 수 없어서 속상했던 기억이 난다. 호주 가기 전에 귀에 딱지가 안도록 영어의 중요성을 들었는데, 그게 하루아침에 느는 것이 아니지 않는가. 아무튼 내가 가진 실력에서 최선을 다해서 소통하려고 노력했던 것 같다. 그렇게 나의 시드니 여행이 서막을 열었다. 새롭고 또 새로운 이 땅, 이 문화, 그리고 이 사람들 틈에서 앞으로 내 삶이 어떻게 펼쳐질지 기대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