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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에 휩싸인 나의 정신과 일기 #2

자살이 허기진 밤 #039

by GS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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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네이버지도로 정신과 병원도 모두 예약이 되었다. 퇴근 후 갈 수 있는 곳으로 예약을 했다. 예약할 때 보건소 사업 프로그램에 지원받는다고 적어놓았다. 참 간편한 세상이구나 다시 한번 느꼈다. 정신과는 정말 뭐랄까, 심리적인 벽이 있는 곳이었는데 어플로 예약이 이렇게 간단하게 되다니. 예약이 확정되자 카카오톡으로 안내 메시지가 왔다. 신분증 꼭 지참, 초진인 분들은 10~15분 일찍 방문 필요, 금액은 어느 정도인지 등등 안내를 주었다. 이중에 진료를 받기 전 꼭 해야 하는 것이 바로 마음건강상태를 알아볼 수 있는 척도검사를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질문에는 우울, 불안, ADHD, 알코올 의존, 공황장애 등 다양한 검사가 있었고 나는 여유로울 때 검사를 완료했다.


예약당일. 긴장되는 마음이었다. 괜히 예약하는 게 아닐까? 너무 비쌀 수도 있을 것 같은데 라는 금전적인 생각도 있었다. 그리고 가장 많이 들었던 건 내가 너무 유난 떤 게 아닐까?라는 생각. 남들도 다 같은 생각, 고민, 우울을 경험하고 있을 텐데 나만 병원까지 찾을 정도로 유난일까? 내가 순간적인 약한 생각으로 인해 쓸데없는 결정을 한 게 아닐까 라는 생각들이 나를 덮었다. 그런 마음을 가지고 병원으로 들어갔다.


병원 내부는 밝고 따뜻한 인테리어였다. 대기하고 있는 사람이 없고 나만 있어 긴장되었다. 들어가기 전 뇌파 검사를 했다. 검사 후 앉아있으니 담당 의사가 내가 앉아있는 곳으로 와서 조용히 나를 불렀다. 우선 뇌파 검사 및 질문지에 적은 것들을 말해주었다. 뇌파로는 대부분이 정상이었으나 뇌가 조금 과부하가 걸려있는 수치로 나오는 상태였다. 마음상태 검사에서는 다른 것들은 그래도 괜찮았지만 심각한 우울과 불안 증세가 나왔다. 가장 높은 우울과 불안이 내가 나를 평가하는 질문을 통해 나온 것이었다.


의사는 설명해 준 후 나에게 질문하기 시작했다. 나는 잠을 잘 자지 못했고 항상 새벽에 잠들었다. 자기 싫어하는 내 습관도 있었다. 나는 빨리 잠에 들기 싫었다. 그 시간에 뭔가를 하는 건 아니지만 시간이 아까웠다. 술은 잘 마시지 않았으나 마시기 시작하면 많이 마시는 편이었다. 혼자 술을 찾는 경우는 없었다. 대부분 모임이나 회식 아니면 집에서 혼자 술을 마시는 경우는 없었다. 회사는 잘 다니고 있었다. 나는 사람들과 만날 때의 나와 혼자일 때의 나의 모습이 많이 다른 편이었다. 나의 우울감은 평상시에도 늘 계속되었지만 최근 2달간 급격히 좋지 않아 진 것이 있었다. 딱히 이유는 없었으나, 딱히 이유가 없다는 것은 생각보다 많은 이유가 있을 수 있다는 말과 비슷하다는 혼자만의 생각이 놀라긴 했다. 그리고 때때로 우울과 관련된 생각을 할 때 가슴이 답답하고 아팠다.


이후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였고 의사는 나에게 우울증이라고 말해주었다. 조금 더 심각해 보이는. 사실 나는 잘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질문지는 내가 나를 평가한 것이고, 내가 의사에게 말해준 것들은 내가 생각한 것들을 그래도 정확하게 말하려고 했으나, 기억의 왜곡, 나 스스로의 검열을 통한 정제, 대수롭지 않음으로 인해 정확히 알 수 있을까 라는 의문도 함께 들었다. 내가 호소하는 증상과 경험을 이야기하는 것이라 상담과 병행한 것은 결국 알아가는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라는 생각도 함께 들었다.


약을 받았다. 우울증 약을. 자기 전 복용하라고 했다. 그리고 좀 더 밝은 생각하기, 과거에 대한 후회는 가능하면 생각하지 말기, 운동을 좀 더 해보기, 점심시간에 햇빛을 쬐며 산책을 해보기 등등을 권해주었다. 다음 상담은 일주일정도 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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