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이 허기진 밤 #074
나는 모든 사람을 긍정하며, 나를 부정한다. 모든 사람들은 각자의 개성과 장점이 있고 그건 모두 본받을 만하다. 그러니, 장점이 없는 사람은 없다. 그렇기에 나는 사람들을 보며 작아지는 나를 바라본다. 출근길, 붐비는 거리에 서서 바삐 움직이는 사람들을 보고 있으면 그 모든 사람들이 대단하게 느껴진다. 삶을 버티는 것 자체가 나에게는 너무 버거운 일이라, 이 모든 걸 견디는 사람들 모두가 내가 바라는 나의 모습이었다.
누워서 핸드폰을 만져볼 때에도 열심히 살라는 콘텐츠가 왜 이리 많은지. 자기계발, 투자, 성공적인 이직, 창업, 인정받는 태도 등, 모두가 본인 일에 진심이고, 적극적이며, 남들보다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해서 많은 것들을 투자한다. 그리고 그런 사람들은 존경을 받고, 선망도 받기에 좋은 인연들도 많이 생기며 삶이 점차 풍요로워 보였다.
20대 중반쯤이었나, 한창 여자친구가 생기길 바라던 그때도 비슷한 마음이었던 것 같다. 대학생들은 그 자체로, 취준생들은 도전하는 모습이, 직장인들은 먼저 사회로 뻗어나간 한 발이 멋있었다. 늘 헤매고, 쉽사리 도전하지 못하는 나만 못나보였다. 모든 사람들을 부러워하니 나는 연애할 자격이 없었는지도 모르겠다. 내가 보유하고 있는 에너지는 한없이 미비했다. 평범한 사람들의 작은 성공이 나에게는 일어날 수 없는 기적과 같았다. 그러므로 내게 연인이 생기지 않았던 건 당연할지도 모르겠다.
우연히 다가온 연인을 만날 때는 행복했으나, 떠날 때는 잡지 못했다. 이미 입으로 뱉어져 버린 말은 별생각 없이 내뱉었다 하더라도 나에게는 크나큰 무게로 다가왔다. 나는 그 무게를 감당하며 말한 너를 거스를 수 없었다. 헤어진 후에도 나는 가볍게 안부도 묻지 못했다. 용기가 없었느냐고 물어보지만 그건 아니었다. 눈감고 전송 버튼만 누르면 되는 걸. 하지만 나는 나를 지키고 싶었다. 거절당한 나는 그 순간만큼은 존재할 가치가 없었다.
그러므로 나는 체념했다. 끝맺는 순간에는, 이 모든 게 마지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마지막이라고 더 열심히 하려는 건 아니다. 그저 이게 끝이구나 하고 체념만 할 뿐. 모두가 말하는 회복탄력성 같은 건 없었다. 남들은 고무줄이라면 나는 강아지풀 줄기쯤 되었다. 다시 원래대로 돌아오는 건 없다. 이제 나에게는 앞으로 다시 시작할 힘도, 유지할 힘도 없어져 버린 것 같은 그런 망가진 상태로 나를 응시만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