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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헬로해피 Apr 24. 2024

당신 연민해도 될까요?

어느 날 한기명(국내최초 장애인 스탠드업코미디언)이 페이스북에 게시한 글을 올렸다. 어떤 사람이 자신의 팔을 보고 왜 그러는 것이냐고 물어보았단다. 그래서 자신의 사정을 이야기 해주니까 그 사람이 대뜸 “힘내세요!”라고 말했다고 한다. 이 말을 들은 한기명은 기분이 좋았을까, 나빴을까?     


한기명은 장애인이면 꼭 힘을 내야 하는 것이냐고 페이스북에 자신의 심정을 토로했다. 나 또한 장애인들과 함께하는 일이 많아지면서 그들에게 연민의 마음을 쉽게 느꼈고 표현했던 때가 있었다. 그저 저절로 마음이 쓰여서 드는 감정이었지만 어느 날은 이런 내가 불편해지기 시작했다. 내가 무슨 자격으로 그들을 가엾이 여기고 있는 것일까. 그들의 겉모습만 보고 그들의 인생을 함부로 단정 할 자격이 내게 있는 것인가. 그 뒤로 나는 ‘너를 연민한다. 동정한다.’라는 말을 조심스럽게 사용하게 되었다. 생각해보니 누군가가 내 처지를 동정할 때 나도 기분이 별로 좋지 않다.     


한기명은 조금 다름의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을 뿐이다. 한기명도 나도 매일이 행복한 것도 슬픈 날을 사는것도 아니다. 천국과 지옥을 오가며 살아가는 것이 보통 사람의 삶이다. 어제는 힘든 시간을 보냈지만 오늘은 평화로운 일상을 맞고 있을, 오늘은 땅으로 내려앉고 싶은 무거운 마음이지만 내일은 하늘을 날 것 같은 가벼운 마음일 수 있는 다변적인 삶이 당신과 내가 살아가는 방식이다.


파도를 탄 것처럼 그 누구도 어떠한 확신도 장담도 하지 못하는 것이 인간의 삶이 아니겠는가. 이런 다이나믹한 세상에서 겉으로 보여지는 것만으로 한사람의 행·불행을 어떻게 가늠할 수 있을까. 우리는 힘을 내야 할 사람은 한기명이 아니라 내자신은 아닌지 생각해 볼일이다.


결핍은 부족함이 아니다. 사유의 원석과도 같은 것이다. 인간은 누구나가 결핍된 존재들이다. 수많은 이유들의 결핍들을 품고 있다. 보이는 결핍이든 보이지 않는 결핍이든 그런 속에서도 원석의 특별함을 찾아낸 사람은 진정한 행복을 알게 된다. 이런 일상의 철학자들은  결핍이라는 원석으로 행복이라는 보석을 가공해 낸다.      

그러므로 기어코 결핍을 원석으로 가공해 낸 한기명의 이 돌발적 질문은 얼마나 건강한 일인가. 한기명은 다름없는 이 세상에서 다름없는 감정을 느끼며 별다름없는 삶을 살아가고 있는것이다. 이런 한기명에게는 ‘힘내.’라는 말보다 ‘너의 모습 그대로 충분히 멋져.’라는 말이 더 힘이 나는 말 아니었을까?   

  

우리는 저마다의 발을 딛고 있는 땅에서 아프면 아픈데로 슬프면 슬픈데로 풀과 나무들처럼 자기의 각자 사정대로 살아간다. 물론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에서는 연민의 마음은 꼭 필요하다. 연민의 마음을 시작으로 세상의 약자를 구하고 소수자들의 삶을 들여다 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자칫 하찮은 동정이나 연민의 마음이 또 다른 차별이고 상처일 수 있다는 사실에 대해 생각해 보면 어떨까? 다만, ‘아프다, 위로받고 싶다’는 사람이 있다면 언제든지 두 손을 내밀어 손을 잡아주고 마음을 내어 주자. "당신을 연민해도 될까요?" 라는 신호와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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