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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현석 Oct 23. 2017

기억속의 한모금

아침, 출근하면 컴퓨터를 켠다.

휴대폰을 충전기 위에 올려두고, 신발을 갈아 신는다.

책상서랍에 작은 손가방을 넣고, 웃옷을 갈아입고, 

그동안에 켜진 컴퓨터에 로그인을 해놓고,

부팅이 될 동안 커피를 한잔 탄다.


커피를 타고 난 후의 일상은 항상 달라도,

그전까지의 일들은 번호를 매겨놓은 것처럼 매일 순서대로 하게된다.     

흔히 말하는 루틴(routine)이 생겼다.

매일 반복되는 것은 시간이 지나면서 불필요한 것들은 추려내고, 

필요한것들만 남게되어 나중에는 효율적인 것들만 남기게 된다.



커피를 너무 많이 마시는거 같다.

끼니를 마치고 나면, 버릇처럼 커피를 찾는다.

하루 몇잔의 커피는 좋다고들 하고, 누군가처럼 커피를 마시고 나면 

잠을 못자느니, 심장이 두근거리니 하는 그런게 없어서 그런지 자꾸 양이 느는거 같다.     


아침에 마시는 커피, 

이제는 고유명사가 되어버린 모닝커피 대신

녹차(綠茶)를 마시기로 해본다.

마침 가지고 있는 세작이 있어, 

아침의 버릇을 조금 봐꾸어 본다.     


갑자기 웰빙스러워진 아침이다.

하지만, 차맛을 구별할 만큼 조예가 있는 것은 아니여도

이맛은 그맛이 아니었다.     



10년전 제주로 가족여행을 간적이 있다.

'오설록' 이라는 차밭에서 하얗고 작은 찻잔에 녹차 한잔을 맛배기로 내주었다.     


마트에서 맛보여주는 잘게 자른 음식들...

그것이 맛이 없었던 적이 있던가...라며 무마를 해봐도

그냥 단순히 “향긋하며 고소하다‘ 라는 표현만으로는 그 수식이 부족할 정도의

맛이었다.     


‘녹차가 이런 맛이었나’ 하며 그동안 먹었던 녹차맛을 떠올리며 반문했다.

흔한 티백 녹차에서 느끼는 향긋 할려다 씁쓸해지는 

맛도 아닌 맛과는 차원이 달랐다.


모닝커피 대신 마셔본 아침의 녹차맛과 비교되는 그맛은 

10년전의 그맛이었다.     


10년전에 한모금의 작은 녹찻물이 아직까지 머릿속에 남아있는거 보니,

어지간히 맛나긴 했나보다.     




매일 다른차(茶)를 마셔도 죽을때까지 모두 마셔볼 수 없을정도로 

차의 종류는 다양하다 한다.  

  

한종류의 찻잎으로도 만드는 과정에 따라 색과 향, 맛이 차이가 나고 

그 차이에 따라 이름도 달리한다.     

녹차, 백차, 황차, 청차, 홍차, 흑차.....   

  

무엇보다 차맛의 영향을 주는 것은 언제 딴 잎이냐는 것이다.

음력 3월 무렵 청명 전에 딴 것을 ‘명전’이라 최고로 쳐주며,

곡우 이전에 딴 첫물차를 우전(雨前)이라 한다.

그 이후에 한달씩 지나, 두물차, 세물차.....하며 

찻잎을 따는 시기가 늦으면 늦을수록 맛도 처음보다 못하다 한다.     


찻잎을 차로 만드는 중 발효정도에 따라서 녹차, 홍차, 우롱차....

곡우 이후 찻잎으로 만든 차 또한 모양에 따라 작설, 주차, 미차,,등으로 불린다.


       


세월이 흐르면서 많은것들이 잊혀지지만,

짧은시간, 사소한 것이라도 잊혀지지 않는것도 있는 모양이다.     

그때의 한모금의 찻물처럼                  

사소한게 모두 사소한건 아닌....



2017.10.23.   ㅅㅓㄱ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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