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신이 주신 또다른 선물, 부정적인 마음

긍정적인 것, 부정적인 것! 모두 귀한 선물이다. 물론 잘 쓰면?

by 정설

명상에 대해 공부하다 보니, 명상의 중요한 기능 중 하나는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오감을 통해 펼쳐지는 세상을 관찰하고, 몸에서 일어나는 변화를 지켜보며, 때로는 마음속에서 떠오르는 생각을 판단 없이 바라보는 것이다. 그런데 마음을 들여다보면 한 가지 흥미로운 사실을 알게 된다.

나의 생각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내가 얼마나 형편없는 사람인지 깨닫는 순간이 많다. 내 머릿속에서 펼쳐지는 생각들은 대개 부정적이거나 자기 비판적인 경우가 많았다. ‘나는 정말 훌륭한 생각을 하는구나!’, ‘이렇게 선한 마음이 올라오다니!’라는 감탄보다는, ‘왜 이렇게 비겁할까?’, ‘나는 왜 이렇게 못났을까?’ 같은 생각들이 더 많았다.


한 가지 사례가 있다. 어느 날 연체된 책을 반납하러 도서관에 갔다. 도서관이 문을 닫았을 거라 생각하고 책 반납함에 넣을 계획이었다. 그런데 도서관 앞에 도착하니 불이 켜져 있었다. 예상과 달리 운영 시간이 끝나지 않았던 것이다. 그 순간 도서관보다 먼저 눈에 들어온 건 바로 옆에 있는 이디야 카페였다. ‘책을 반납하기 전에 커피 한 잔 하면서 책을 좀 읽어야겠다’고 자연스럽게 생각했다. 하지만 정말 그게 전부였을까?

잠시 내 마음을 들여다보니, 내가 스스로를 속이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처음 계획과 달리 도서관에 먼저 가지 않은 진짜 이유가 무엇일까? 곰곰이 생각해 보니, 나는 연체된 책을 사서에게 직접 반납하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연체되셨네요?’라는 말을 듣는 게 불편했다. 사실, 몇 달 전에도 비슷한 경험이 있었다. 중학생 때 한동안 책을 연체한 적이 있는데, 도서관에서 독촉 전화가 왔고, 결국 부끄러움 속에서 책을 반납해야 했다. 그때의 감정이 다시 떠오를까 봐 피하고 싶었던 것이었다.


이런 경험은 한두 번이 아니었다. 매일 크고 작은 순간마다 나는 나 자신을 속이고 있었다. 대학 시절 연극 동아리에 빠져 있을 때도 그랬다. 대학로에서 연극을 보거나 영화를 볼 때마다, 나는 ‘이 배우의 연기는 어떻고, 감독의 연출은 어떻고’ 하며 평가했다. 하지만 솔직히 말하면, 나는 이미 부정적으로 볼 준비가 되어 있었다. 누군가를 깎아내려야 내가 더 나아 보일 것 같았기 때문이다. 내가 진심으로 작품을 감상하며 평가한 게 아니라, 애초부터 ‘이건 별로일 거야’라는 시선으로 보고 있었던 것이다.


처음에는 내 마음을 들여다보는 것이 몹시 불편했다. 그리고 지금도 쉽지는 않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한 가지 중요한 깨달음을 얻었다.

부정적인 생각이 올라오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라는 것!

마음은 끊임없이 온갖 생각을 만들어 낸다. 그리고 그 생각을 내가 어떻게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중요한 것은 그런 생각들이 올라오는 걸 막는 게 아니라, 그걸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것이다. 더 나아가 부정적인 생각이 때로는 나를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는 것도 깨닫게 되었다.

부정적인 마음은 나를 살리려고 존재한다.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을 만나서 처음부터 불편한 감정이 든다면, 나는 그 사람과 거리를 둘 것이다. 물론 그 사람이 좋은 사람일 수도 있지만, 아닐 수도 있다. 생존 본능적으로 생각해 보면, 위험을 피하는 게 유리하다. 그러니 부정적인 감정이 무조건 나쁜 것만은 아니다.

그래서 요즘은 내 안에서 부정적인 마음이 올라올 때, ‘아, 내 몸이 나를 지키려고 하는구나!’라고 생각한다. 그러고 나서 스스로에게 말해본다. ‘고마워. 하지만 난 괜찮아.’ 신기하게도 그렇게 하면 그 감정이 스르르 사라진다. 그리고 나는 그 감정에 휩쓸리지 않고, 내가 정말 원하는 선택을 할 수 있게 된다. 물론 늘 그렇게 되는 건 아니지만, 될 때는 정말 그렇다.


결국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내 안에서 올라오는 부정적인 감정조차도 어쩌면 신이 주신 선물이라는 것을.

이 생각을 하면서부터 내 마음을 바라보는 일이 조금 더 편안해졌다. 오히려 흥미롭기까지 하다. ‘아, 나도 질투가 많구나.’, ‘내가 남을 깎아내리려는 마음이 있네.’, ‘아닌 척하려는 나도 있구나.’ 이런 마음을 알아차릴 때면, 부끄러움보다는 귀엽다는 느낌이 든다. 그러다 보면 깨닫게 된다. ‘아, 나만 그런 게 아니구나. 사람은 원래 다 이렇구나.’ 그러다 보면 다른 사람들의 부정적인 태도도 한결 너그러이 바라볼 수 있게 된다. 물론, 항상 그런 건 아니지만, 적어도 예전보다는 조금 더 그렇다.



keyword
토요일 연재
이전 02화벚꽃, 눈, 부모님… 몇 번이나 볼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