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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펜슬 스커트 Jul 16. 2021

칭찬은 자존감을 세워주는 비타민

칭찬합시다. 아이든 어른이든 칭찬은 참 좋아요.

혹시 우리 때문에 축구를 싫어하게 되었을까?


아이는 왼발잡이였다.

아이가 서너살쯤 되었던 꼬맹이 시절부터 공차는 걸 봤는데 왼발을 쓴다는 걸 미쳐 알지 못했다.

여섯살에 다른 사내아이들처럼 축구 교실을 등록하고 나서야 아이가 왼발을 쓴다는 걸 알았다.


1월생이었던 아이는 축구를 곧잘했다.

또래보다 덩치도 크고 발달도 빨라서 축구교실안에서 단연 눈에 띄었다.


우리는 그게 재능이고 능력인줄 알았다.


그러나 아이는 성격적으로 몸이 부대끼는 것을 즐겨하지 않았고 공을 차지하려고 경쟁적으로 달려드는 악착스러움이 부족했다. 언젠가 아이가 운동을 그만두게 된 이야기를 쓰려고 하는데, 운동하는 아이를 둔 부모가 되어보니 운동하는 데 필요한 것은 타고난 재능도 한몫하지만 하고자 하는 열망을 못 따라가는 것 같다.

운동 선수가 되려면 특유의 악착같음이 있어야 한다. 갈망하면서 달려드는, 경쟁에서 지지 않으려 기를 쓰고 들이대는 강인한 정신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


아이는 운동 신경이 좋아서 무엇이든 곧잘 따라하고 몸을 잘 쓰는 편이었다. 그러나 승부를 향한 열망이 부족했다. 고집이 쎄고 본인의 생각이 강해서 부모가 시키면 따르지 않는 성정이 아니라 시키면 시키는대로 받아들이는 성격을 가진 아이였기에 우리는 강하게 밀어붙이면 될거라 생각하고 칭찬보다는 질책을, 잘했다고 말하기 보다는 부족한 부분을 많이 얘기했다.


아이가 축구선수가 되기 위해서 주5일동안 훈련하는 축구 클럽에서 축구하고 몇 달이 지났을 때 스스로 축구선수는 안되고 싶다고 얘기를 했다. 아이의 플레이는 점점 자신이 없어 보였고 우리 아이만 패스를 못 받는 것처럼 보였다.


축구하는 아이를 칭찬해주기 보다는 부족한 부분들을 지적하고 어떻게 하면 개선할 수 있는지 얘기했던 것들이 아이에게는 어떻게 받아들여졌을까..돌이켜 생각해보면 즐겁게 축구할 수 있는 아이를 부모의 욕심 하나로 축구하는 즐거움 조차 빼앗아버린 것은 아닐지..스스로 후회를 한다.



우리는 왜 칭찬에 인색할까?


'욕심'때문인 것 같다.

'더 잘할 수 있다'라는 생각. '이것보다 더 있을 것이다'라는 마음. '이것도 했으니 저것도 할 수 있다'라는 끝모를 욕심.

이런 만족을 모르는 욕심이 칭찬을 아끼게 되는 이유가 된다.


'감사하는 마음'이 없기 때문인 것 같다.

'이렇게 한 게 어디야~ 정말 잘했다.' '이런것도 할 수 있네, 진짜 대단하다' 

이런 감사하고 받아들이는 마음이 있다면 칭찬을 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책 <행복의 기원>에서 행복을 강도가 아니라 빈도라고 정의했는데, 칭찬의 속성은 행복보다 더 '빈도'가 강조된다. 칭찬은 행복안에 들어갈 수 있는 긍정적인 기제중 하나이고 칭찬의 반복이 축적되면 자존감이 된다.



어른들을 위한 칭찬, 나이들수록 더 필요해지는 무조건적인 칭찬


어려서 이유없는 칭찬을 많이 받은 아이는 어려운 문제가 생겼을 때 도전하기를 꺼려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왜냐하면 어려운 문제에서 실패를 하면 칭찬받지 못할까 두렵기 때문에 어려운 문제 자체에 도전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래서 아이들에게는 이유없는 칭찬은 경계 대상이 된다.


그렇지만 어른들에게는 무조건적인 칭찬이 필요하다. 칭찬의 양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고 본다.

인생은 웃을 일도 많지만 고달픈 일, 위기가 더 많은 것 같다.

어려서 보드라웠던 마음 속도 나이가 들어가고 여러가지 일들을 겪어가며 딱딱하게 굳은 살이 앉아서 점점 더 감정을 느끼는 마음의 근육은 무뎌져간다.

어른이 되어 받는 칭찬은 내가 어떤 것을 노력했을때 댓가로 따라오는 보상이다.

어린 아이때 엄마로부터 마냥 무조건적으로 사랑받았으면서 들었던 이유없는 칭찬과는 다르다.

내 편보다 남의 편이 많은 이 세상에서 어른들을 위로해주는 무조건적인 칭찬이 필요하다.

세상에 잘 못했다고 야단들을 일이 넘쳐나고, 스스로 자괴감을 느끼며 자존감이 떨어지는 일이 수두룩하다. 

따라서 어른들에게 더 많이 자주 칭찬해야 하고 많이 칭찬받아야 더 좋다.


자존감은 스스로 내면에서 만들어내는 에너지이지만, 누군가로부터 받는 긍정적인 반응이 그렇다고 자존감을 해하는 존재가 될까? 


게다가 칭찬은 관심이다. 칭찬할 일을 찾으려면 관심을 가져야 하기 때문이다. 많이 관심가지고 많이 칭찬해주자.



축구 좀 잘 못하면 어때, 즐거운 게 젤 중요해.


나는 여전히 아이의 축구 시합을 구경하는 것이 참 좋다.

예전에는 아이가 혹시 실수할 까봐, 아이가 패스를 못 받을 까봐, 기량을 발휘하지 못할까봐 노심초사하면서 경기를 지켜봤다. 지금도 아이의 경기력은 과거와 다르지 않지만 아이의 경기를 지켜보는 내 관점은 확실히 달라졌다.


아이가 시합 중 잘하는 부분을 더 크게 본다. 


예전에는 수비 포지션에서 상대편의 공을 가로채서 앞으로 드리블해서 달려나가지 못한 것이 눈에 띄었다면, 지금은 수비 포지션에서 상대편의 공을 막은 것만으로도 잘했다고 생각한다. 


아이의 플레이를 보는 관점이 달라지자 아이가 꽤 팀에 도움이 되는 괜찮은 선수라는 걸 알게 되었다.


시합을 마치고 나오면 늘 한 가지 이상씩 칭찬해줄 말을 생각해둔다.


축구를 엄마아빠의 기대만큼 좀 못하면 어떤가, 스스로 즐겁게 느끼도록 칭찬해주고 용기를 북돋아주는게 훨씬 더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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