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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펜슬 스커트 Dec 11. 2019

정치와 정치력

40대 직장인, 엄마 그리고 여자의 사건들

정치와 정치력의 차이


조직생활에서 위로 올라갈수록 이렇게 정치를 하는 역량이 중요하다는 것을 20대에 알았더라면 나는 직장인이 되는 것을 심각하게 고민했을 것 같다.


나는 정치도 못하고 정치력도 없는 팀장이다.

정치와 정치력의 차이가 뭘까, 


정치는 말 그대로 조직 내에서 나의 입지를 공고히 할 수 있도록 전방위로 펼치는 대인관계의 기술이다.

정치를 잘하려면 우선 조직에서 '힘의 역학 관계'를 잘 알아야 하고, 힘이 기우는 쪽으로 나의 업무방향이 향해있어야 한다. 

눈치가 빠르고 정보 습득에 부지런해야 하며 타고난 센스가 필요하기도 하다. 


 이때 발휘되는 전술이 정치력인 것이다. 

그러나 정치력은 정치보다 좀 더 유용하고 광범위하게 활용되는 기술이다. 

내가 이해하는 정치력은 '내가 원하는 것을 상대방으로부터 얻어내는 기술인 것 같다.


정치는 조직에서 대인관계의 기술이지만, 정치력은 여러 생활의 전반에서 사용되는 기술이다.

즉, 가게에서 말 한마디 잘해서 서비스를 받는다든지,  이웃 간에 분쟁이 생겼을 때도 본인이 유리하도록 상황을 끌고 간다든지.. 하는 그런 실제적으로 쓸모 있는 기술인 것 같다.


정치력은 인생 살아가는데 아주 필요한 기술인 것 같다. 

내게 정치력은 협상력이라는 말과 유사한 어감이 있다.


우리 아들이 직장인이 되겠다고 하면 나는 반드시 이 정치력에 대해서 가르쳐줄 것이다. 


정치는 못해도 정치력은 있어야..

타고난 센스도 부족하고 늘 공정하고 정확한 것이 좋다는 생각을 하며, 항상 문제 해결 지향적인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나는, 늘 먼저 패를 까버리는 경우가 많다.


우리 팀에서 정치력이 뛰어난 선임 팀원은 이런 나의 성급함을 늘 아쉬워한다.


정치력 있는 리더 밑에서 일하면 장점이 많다.

정치력 있는 리더는 일 중심보다는 사람중심인 업무 스타일을 가지고 있어서 업무를 풀 때 사람으로 주로 해결을 한다.


회사 내 인기 있는, 정치력이 좋은 팀장들의 공통점을 보면

1) 일을 처내는 기술이 있다. 일을 만들어오지 않는다. 그러니까 팀원들이 좋아한다.

2) 다른 조직의 리소스를 끌어오는 능력이 있다. 다른 팀에서 지원해주는 것들이 쉬우니까 상대적으로 일하기 편하다.


1번은 부럽지 않다. 자고로 나는 고지식한 사람이라 월급 받으면 그만큼 헌신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일을 쳐내는 것은 양심상 할 수가 없다. 일을 더 만들면 만들었지, 일을 다른 조직에 떠넘기는 건 성격상 어렵다.

2번에 대해서는 늘 팀원들에게 미안한 점이다.

조직에서의 일이란 결코 혼자 할 수가 없다. 타 팀의 지원을 받을 때 좀 더 쉬우면 팀원들이 덜 고생하고 일을 할 수가 있다. 가끔 다른 팀과의 갈등이 생겼을 때 나는 스스로 팀원들에게 미안하다. 

정치력 있는 사람이 팀장이었더라면 일이 훨씬 쉽게 풀렸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정치력을 키우려면...?


내가 앞으로 정치력을 키울 수 있을까?

정치력을 키우려면 부지런히 돌아다녀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야 하고, 또 신경을 써야 한다.


나는 어렸을 때 형제 중 셋째여서 늘 중간에서 중재하고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역할을 많이 해왔다.

그래서 엄마는 내가 젤 성격이 좋다고 하셨는데..

나는 나이 들어가면서 점점 그런 장점을 잃어가고 있다.

뭐, 단순히 성격이 좋은 것과 회사에서 두루두루 잘 지내면서 조력자들이 많은 것은 다른 문제일 수도 있겠지만..


그러나 나는 점점 부당한 것들로부터 내가 상처 받지 않을 수 있도록, 나를 보호하는 고슴도치로 변해가고 있다.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그들이 뭐라고 말을 할지, 진심으로 대해줄지.. 자신도 없고..


재무팀이랑 술을 마셔야 할까?


며칠 전 팀장 점심식사가 있었는데 하필 멕시칸 음식점에 가게 되었다. 옆팀 팀장은 해장이 필요하다며 첨 보는 수프를 시켰다.


"어제 술 드셨는가 봐요."

"네, 어제 재무팀이랑 술 먹었어요. 재무팀 하고는 친해놔야 나중에 일할 때 편하거든"


    

주 52시간이 시행되었지만, 이런 업무적으로 영업해야 하는 술자리는 여전히 필요한 것 같다.


나는 진심으로, 이런 것들이 없어도 필요한 일이라면 지원을 받을 수 있기를 바란다.


정치력이 없는 못난 팀장의 변명일 수도 있고, 사람중심으로 돌아가는 회사에 대한 불만일 수도 있다.

내가 못하는 것이라서 그렇기도 하지만, 그런 것들이 없어도 일은 일이기에 친한 사람과 안 친한 사람으로 편 가르기가 되어서 그 감정들이 업무를 하는 것에 녹아들지 않기를 바란다.


왜냐하면 그렇게 하지 않는 나만 손해이기 때문에.


내가 공정하냐,라고 하면 그건 잘 모르겠다.

그러나 워낙 친한 사람이 없으니까 그렇기도 하지만, 일을 가지고 왔을 때 일로서 판단하려고 한다.

왜냐하면 여기는 일하는 곳이니.


일을 일로만 판단하는 것은 어리석은 행동일까?

누가 하는 일인지의 배경이, 이 업무를 협조할지 안 할지에 대한 의사결정에 개입되어야만 할까.

정치력을 키우지 않고 어디까지 올라가고, 언제까지 조직에서 일할 수 있을지 시험해보고 싶기도 하다. 

정치력 없는 월급쟁이로 성공하고 싶다는 생각도 든다. 


그러나, 팀원들을 위해서는..

나도 정치력이 있으면 좋겠다. 


그래야 그들이 편하니까.


찾아보니 정치력에 관한 책도 있네.

읽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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