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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철우 Apr 10. 2021

솔직히 가끔 당신에게 쏟는 시간이 아까울 때가 있어

비밀; 사랑할 때 감춰야 하는 마음들

원고를 쓰는 동안 사랑에 대해서 참 많이도 생각했다. 매일 아침, 잠에서 깨어나면서 사랑을 생각했고, 아침밥을 먹으면서 사랑을 생각했다. 분명한 건 책을 쓰는 동안 내 연인을 조금 더 사랑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사랑이란 게 뭘까? 원고가 슬슬 끝나가는 시점에서 한 번은 집고 넘어갈 문제라고 생각한다. 

 사실 그 답을 찾기 위해서 이 책을 쓰기 시작했다면 믿을까. 사랑을 설명하기 위해서 사랑을 공부해야만 했다. 내가 보고 느낀 것만이 사랑은 아닐 테니까. 세상에 존재하는 다양한 사랑을 경험하기 위해서 밤마다 멜로 영화를 봤고, 지루한 철학책도 꽤나 들췄다. 매번 사랑에 실패하는 친구도 찾아다녔다. 여기저기 남의 사랑을 흘깃거리고 다녔다. 그리고 나서 깨달았다. 아, 나는 사랑을 모른다. 당신도 모른다. 우린 사랑을 모르고 시작했고, 여전히 사랑을 모른다.

 그럼에도 글 한 꼭지 한 꼭지 써내려갈 때마다 어김없이 사랑을 정의하고 싶었다. 사랑이란 게 뭘까? 손잡는 것이 사랑인가. 벗은 몸이 맞닿는 것이 사랑인가. 아니면 철학자들이 그렇게 강조하는 정신적인 사랑이 사랑인가. 맛있는 걸 같이 먹을 때 기쁜 게 사랑인가. 소파에 앉아 재밌는 예능을 보면서 숨 못 쉴 정도로 폭소하는 것이 사랑인가. 부르면 이유 없이 나올 수 있는 한 사람을 가지는 게 사랑인가. 나는 모른다.      

 뜬금없이 점심에 돈까스를 먹다 그런 생각이 들었다. 사랑을 몰라도 사랑에 관해서 아는 게 하나는 있더라는 거다. 한 마디로 정의할 순 없지만, 내가 여태 사랑이라 믿었던 것들에는, 우리가 함께한 시간들이 있었고 내 시간 속에 당신이 있었다. 그리고 당신의 시간 속에 내가 들어 있었다. 손을 잡는 것도, 밥을 먹는 것도, 심지어 당신과 떨어서 당신을 그리워하던 어떤 날에도, 내 시간 속에 당신이 살고 있었다.  

 시간을 만지고 시간을 애무할 수 있다면 어떨까. 그럴 수 없어 두 사람은 뜨거운 사랑을 나누는지도 모른다. 시간 없이는 사랑도 이별도 형태가 없고 나도 당신도 존재할 수 없다. 사랑이 뭔지 몰라도 분명한 건 사랑은 유효한 시간 속에서 가능하다는 거다. 

 당신을 믿는다. 당신의 시간을 믿는다. 그리고 나는 당신이 내게 시간을 쏟아줄거라 믿는다. 그 시간을 아까워하지 않을 거란 걸 믿는다. 언젠가 내 연락을 피하거나, 함께 있는 시간을 자주 거리껴한다면 이만 이별하자는 말이라고 믿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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