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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별하 Nov 23. 2020

'사랑이 왔어요'라고 불리는 택배, 그 상자 속에는,

‘택배 왔어요’라는 말은 듣는 사람의 마음을 설레게 한다. 내가 주문을 해서 오는 것이지만, 언박싱할 때 왠지 선물을 받는 두근두근 설레는 마음은 왜일까.    


나는 충주에 있는 중앙경찰학교에서 근무를 한다. 그리고 이곳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은 가족과 떨어져 관사에서 독고노인처럼 혼자 숙식하는 경우가 많다. 물론 나도 마찬가지이다. 그러다 보니 내가 근무하는 사무실에 택배가 오면 받을 사람에게 말을 해준다.    


“사랑이 왔네요”    


내가 근무하는 사무실에서 택배는 사랑으로 통하니까.    


나에게도 가끔 택배가 온다. 내가 주문했으니 당연히 나에게 오지만 그래도 ‘사랑이 왔어요’라는 말을 들으면서 언박싱할 때면, 상자 안에 분명히 무엇이 들었는지 알고 있으면서도 왠지 설렌다. 그리고 왠지 그날은 기분이 업되는 그런 날이 된다.    


내가 형사계에서 근무할 때다. 형사계 사무실에도 택배가 온다. 홈쇼핑을 통해 주문한 사무실 물품, 팀원들이 먹을 커피 등 여타 식재료, 승진시험을 위해 주문한 두꺼운 책 등등 많은 택배들이 온다. 택배는 사랑이니까, 경찰서에 오는 택배기사님들을 보면 참으로 반갑기도 하다. 나도 사랑이 듬뿍 담긴 택배 상자를 많이 받았지만, 물론 내가 주로 주문한 것들이지, 그중에서 나를 깜짝 놀라게 해서 뒤로 넘어지게 할 뻔했던 그런 택배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부검 테이블에 두 번 올라간 특별한 사나이에 대한 부검 이후의 이야기가 될 것이다.    


부검을 끝낸 특별한 사나이는 국과수로 올 때 타고 왔던 향내가 진하게 배어있는 차량을 함께 타고 돌아갔다. 나는 내 사무실로 돌아와서 서류 작업을 한다.    


경찰관이 국과수에 택배를 보내는 일은 그리 흔치 않다. 나도 국과수에 택배를 보내본 적은 없다. 국과수에 택배를 보낸다는 것은 모두 사건 관련 중요한 증거물이기 때문에, 배달사고가 발생하면 안 되니까, 나는 사건 관련 중요 증거물에 대해 감정 의뢰하기 위해 국과수로 보낼 때면 무조건 내가 직접 갔다. 물론 성격일 수도 있지만 그래야 내 마음이 안정이 되니까.    


국과수로 감정의뢰가 되면, 결과물이나 의뢰했던 감정물은 택배로 담당 형사에게 돌아오는 경우가 종종 있다. 정말 우리나라 택배는 배달이 안 되는 물건이 없을 정도다.    


부검 테이블 위로 두 번 올라간 특별한 사나이에 대한 사건을 종결하기 위해 서류를 마무리하는 어느 날이었다. 그 어느 날의 날씨는 그리 좋지 않은 흐린 날이었다. 비가 올 테면 오지, 왜 꾸질 꾸질 하게 몸을 쑤시게 하는 그런 날일까. 해는 먹구름에 가려 어두우면서 흐리고, 바람은 촉촉한데 비는 오지 않는 그런 날.    


잠시 담배 한 모금에 하늘로 승천하는 구름과자를 멍 때리면서 보고 사무실에 들어와 보니, 택배 상자가 내 책상 위에 올려져 있다.  

   

“택배 올데가 없는데”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서 나에게 온 택배,     


“국과수에서 나에게 보낼 게 없는데, 기념품이라도 보냈나”    


택배는 사랑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왠지 무엇이 들어있을까 하는 설렘은 언박싱하는 나의 두 손에 쫄깃쫄깃한 기쁨을 느끼게 한다.     


내용물에 흠집이 나면 안 되니까 칼로 사랑이의 몸통을 똘똘 감고 있는 테이프를 자른 후, 약간 잘린 테이프를 손으로 찢어지지 않게 살살 잡아당긴다. 그리고 서서히 내용물이 뭘까 하는 생각에 박스를 열어본다.    


“뭐야 이거. 미친 거 아냐”    


나도 모르게 큰소리가 나왔다. 정말로 당황되었다. 너무 한 거 아니냐라는 말이 나도 모르게 반복적으로 나왔고, 전화를 걸어서 따지고 싶었다. 아무리 그래도 이것을 택배로 보내는 게 예의냐고. 누군지 몰라도 멱살을 잡고 싶을 정도로 당혹감이 들었다.    


나와 함께 근무하는 팀원들도 깜짝 놀라 달려와서 택배 상자 안을 보았다. 누가 먼저라고 할 것 없이 보는 사람마다, 보낸 이를 향해 함께 욕을 했다. 너무했다고.    


보는 사람마다 욕이 반사적으로 나오게 했던 택배 상자, 그 안에는 바로 며칠 전에 부검 테이블 위에 두 번 올라간 특별한 사나이의 머리가 들어있었다.


부검을 마친 이후 시신을 다시 장례식장으로 보내는데 이때 국과수에서 머리를 제외한 몸만 장례식장으로 보냈던 것이다. 물론 미라 형태로 변해버린 시신이기에 부서지기도 하고 몸에서 떨어져 나가기도 쉽지만 그래도...

    

그래도 차라리 나에게 전화를 했으면 장례식장에 부탁해서 머리를 소중하게 곱게 모시고 와서 몸통과 함께 할 수 있게 했을 텐데.  

   

“정말 너무하네”    


일단 이렇게 된 거, 급히 장례식장에 연락했고. 장례식장에서 바로 영구차가 왔다. 그래서 분리되어 있던 특별한 사나이의 몸은 다시 완전체의 몸이 되어 장례식장으로 같다.     


나는 불교신자다. 그래서 특별한 사나이의 업장소멸도, 좋은 곳으로 가라는 뜻에서 원효대사님이 하셨다는 광명진언을 108번 독송해줬다. 물론 작은 소리로. 내가 해줬다고 해서 큰 효엄이 있는 것은 아니겠지만 그래도 해주었다. 그래야 내 마음이 편해지고, 아무렇지도 않게 택배를 보내신 분을 용서하실 것 같아서. 


특별한 사나이의 유족은 찾을 수 없었다. 그래서 무연고자로 행정 처리되어 관할 행정청에서 장례절차를 진행하게 되었다. 좋은 곳으로 가셨길 바래본다, 그리고 다시 이 세상으로 오실 때는 사랑으로 충만하셔서 오시길 바래본다.        


추신 : 매일 사랑을 배달하시는 대한민국의 모든 택배 기사님들, 정말 사랑을 배달해주시느라 수고 많으십니다. 요즘 이기주의가 심한 아파트에서 지랄하는 것 언론으로 보기도 하지만, 반면에 택배기사님을 반가워해주는 그런 곳도 많습니다. 특히 경찰관들은 택배 기사님들을 무척 좋아한답니다. 사막과도 같은 삭막한 마음에 선물비를 내려주시니까 메말라간 마음을 설레는 마음으로, 짧은 시간이라도 촉촉해질 수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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