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나를 쓰다.

안개 너머 나를 만나다.

by 꿈의복지사

마흔 무렵,
‘나는 지금 이대로가 좋은가? 이 삶이 좋은 삶인가?’
이 물음 하나에 나의 일상은 산산이 깨졌고, 엉망이 된 삶을 추스를 힘조차 남지 않았다.
차라리 사랑의 열병이었다면, 다른 사랑으로 잊으면 그만이었겠지만…


조금씩 생겨난 균열은 좀처럼 아물지 않았고, 오히려 더 깊이 갈라졌다.
회복할 생각조차 하지 않은 채, 내 삶에 서서히 스며들어 나를 무너뜨리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 균열의 가장 큰 정체는 불안이었다.
내가 존재하는 것의 모호함, 내가 짊어진 역할의 모호함은 나를 점점 더 불안 속으로 밀어 넣고 있었다.


순탄한 삶은 아니었지만, 어린 시절 부모에게 사랑을 받았고,
남들처럼 공부했고, 운동했고, 대학을 갔고, 군 생활을 거쳐 쫓기듯 취업했다.
그렇게 이어진 삶의 여정은 ‘보편적인 인생’이라 여기며 살아도 되었겠지만,
어쩌면 그것만으로는 내 안의 욕망과 갈증을 채우지 못했던 것 같다.


나는 과연 내 삶을 주체적으로 살아왔던가?
앞으로 그렇게 살아갈 힘은 내게 남아 있는가?
그렇게 깊은 물음 속에서 길을 잃고 헤매던 어느 날, 나는 책과 글에서 위안을 찾고 있었다.


사회가 정해놓은 규범, 기준, 가치의 잣대를 좇으며 살아온 인생에서
조금이라도 나 자신을 위해 나눠줄 수 있었던 삶의 조각은 없었을까?


책과 글쓰기는, 내 인생의 청사진을 그려주는 것 같은 다시는 오지 않을 기회였다.
어설픈 잔재주지만, 밤잠을 줄여가며 책을 읽고
좋은 글귀가 보이면 내 삶에 녹여보며, 답을 찾아가는 시간을 만들었다.
그 시간이 헛되지 않았음을, 언젠가 꼭 증명해 보이고 싶다.


온전히 나를 위한 그 시간은, 흔들리고 방황하던 인생의 방향을 잡아주는 이정표가 되었다.
잘 사는 것이란 무엇인가?
행복의 기준은 무엇인가?
그리고 그 안에서 나다움은 어떻게 지켜낼 수 있는가?


그 질문에 답하고자 했고, 이제야 비로소 안개의 너머에서 내가 가야 할 길을 조금은 찾은 것 같다.
이 글은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한 것이 아니다.
나다움, 나답게 — 그리고 내가 이 세상에 존재하는 이유를 위해 조금씩 성장해 나아가는 것이,
그 질문들에 대한 나의 해답이다.


이것이 내가 읽고 쓰며 살아가는 이유다.


바람에 흔들리는 꽃과 나무의 열매는 결국 그 힘을 이기지 못해 바닥에 떨어질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 바람의 흔들림은 시련이 아니었다.
오히려 내 삶의 방향과 방법을 알려준 고마운 존재였다.


바람에 떨어진 꽃과 열매는 언젠가 또 다른 희망이 되어,
우리 모두의 삶 어딘가에 다시 뿌리내릴 것이다.

다시, 나를 쓰다.jpg


keyword
작가의 이전글억겁의 인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