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제대합니다. 병원에서..

by 외과의사 닥터오

최근 방송한 "슬기로운 의사 생활"이라는 의학 드라마 아실 것입니다. 저는 시즌1, 시즌2 진짜 재미있게 봤던 기억이 있는데요. 1주일에 2번씩 방송하는 것이 보통인데, 1주일에 1번밖에 안 해서 너무 아쉬워하면서 항상 그다음 주를 기다리게 하는 의학 드라마였습니다.


여기에서 보면 이익준(조정석)의 여동생 역할을 맡은 이익순(곽선영)이 군인으로 나오는데요. 드라마에서 베레모와 군대 장면이 나오면 옛날 군의관 시절 군 복무했던 것이 생각나곤 합니다.

예전부터 군대 제대한 사람들이 생각하는 꿈 중에 가장 최악의 악몽은 바로.

"다시 군대 가는 꿈, 즉 재입대하는 꿈"이라고 합니다.


젊은 나이에 적지 않은 시간 동안 본인의 자유를 잠시 내려놓고 국방의 의무를 해야 했기에 힘들고 답답한 심정을 표현하는 말이 아닌가 합니다.


그럼..

오늘 제대한다니??

누가??

이런 생각이 드실 텐데요.


거의 2달 가까이 치료를 받고 퇴원하신 환자 이야기입니다.


내과에서 급성 담낭염 진단을 받고 수술 때문에 입원한 70세 넘은 환자가 있었습니다.

환자는 복부 CT에서 담낭의 염증도 심하고(담낭농양), 연세가 많고 동반된 질환이 있었기 때문에 바로 수술하기에는 여러 가지 위험성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수술 전 염증을 치료하기 위해서 PTGBD(경피경간담낭배액술)라는 시술을 먼저 하기로 했습니다.


그럼 PTGBD(경피경간담낭배액술)은 무엇이고, 어떤 역할을 하느냐??

쉽게 얘기하면. 담낭(쓸개) 안에 있는 염증을 몸 밖으로 빼내는 것입니다.

이미 담낭(쓸개)은 염증이 심한 상태이기 때문에 담낭 안에 있는 염증이 해결이 안 되고, 지속적으로 담낭 안에 고여있게 되면 점점 심한 염증으로 발전하게 됩니다. 따라서, 수술하기 위험한 환자의 경우 PTGBD를 먼저 시행하여 염증을 충분히 좋아지게 한 후 수술을 계획하게 되는 것이죠.


환자는 수술 전에 PTGBD라는 관(tube)을 미리 넣어놓은 상태여서 이런 관과 담즙(쓸개즙)을 담는 주머니(bag)를 몸에 달고 수술을 기다리는 것이 무척이나 불편하신 것 같았습니다. 수술을 언제쯤 하는지를 자주 물어보셨으니까요.


만약, 충분하게 염증이 좋아지는 기간을 가지지 않는다면 오히려 불필요한 추가 수술이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적어도.. 1달은 기다리는 것이 좋습니다.


과거에 이 환자와 비슷한 심한 담낭염(담낭농양)으로 PTGBD를 넣은 후 1달이 안 되는 시점에서 수술을 해야 하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결론적으로 수술은 잘 끝나긴 했지만, 염증이 여전히 심하게 남아있어서 수술 과정이 아주 힘들었던 경험이 있었습니다.


이 환자도 PTGBD가 불편해서 빨리 수술을 받고 싶으셨지만, 그동안의 원칙과 경험이 있기 때문에 1달 이후에 수술받아야 하는 이유에 대해서 꼼꼼하게 설명해드렸더니, 이해가 되시는 듯 충분히 안전한 날짜로 수술 일정을 잡았습니다.


저는 수술받은 제 환자들은 퇴원 전에 외래에서 앞으로 어떻게 하셔야 하고, 언제 외래 방문해야 하고, 앞으로의 치료는 어떻게 할지 상처 소독(dressing)을 하면서 알려드립니다.


이 환자도 퇴원 전 상처 소독을 받기 위해서 병실에서 외래 진료실로 내려오셨습니다.


웬일인지 이날은 유독 기분이 좋아 보이셨고, 에너지가 넘쳐 보였다고 해야 하나??

아무튼..

목소리도 크시고, 얼굴에는 좀 더 생기가 있어 보이셨습니다.


왜냐하면, 입원할 때부터 청력이 안 좋으셔서 보청기를 끼지 않으시면 의사소통이 좀 힘드셨기 때문에 아내분이 항상 환자와 함께 다니셨고, 챙기시는 모습을 자주 보곤 했었습니다.


두 분이 너무 유쾌하게 들어오시길래..

"오늘은 기분이 아주 좋아 보이세요."

"남편이 오늘 퇴원해서 기분이 좋은가 봐요."

"예전에 있었던 관(PTGBD)이랑 피주머니(배액관) 다 빼고, 아무것도 없이 집에 가시니깐 좋으시죠??"

"그럼 좋죠. 좋아요."

"거 봐요.. 염증도 좋아지지 않았는데, 무리해서 일찍 수술했으면 고생하셨을 거예요."

"상처도 좋으시고, 소독도 잘 되었으니깐, 오늘 퇴원하셔도 되겠어요."

"저는 1주일 뒤에 외래에서 볼게요."

"긴 시간 동안 치료받으시느라 고생 많으셨어요."


입원 중에도 말씀이 많지 않으셨던 환자분께서 진료실 문을 닫으시면서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선생님. 군대 제대하고 집에 갈 때 그 기분 있잖아요.

그 기분..

오늘이 딱.. 그런 기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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