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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영숙 Sep 07. 2023

산다는 것은

다시 한번 힘을 내는거야

이른 아침 출근을 해서 일을 하고 있었다. 고가도로 밑에 자리하고 있는 택배사에서 주문받은 많은 물량을 소분하여 택배기사들이 가져갈 수 있도록 준비하는 일이다. 한참을 힘을 쓰며 일을 하고 있었다. 어느덧 날은 무더운 여름 끝자락에 있었다. 아침저녁으로 가을의 기운을 느낄 수 있는 날씨였다. 매미소리도 서서히 잠이 들었다. 나비의 힘겨운 날갯짓은 지칠 대로 지쳐서 바닥에 나뒹굴고 있었다. '이제 곧 죽겠구나' 생각하며 바라보다가 잠시 잊고 있었다. 한참을 일을 하다가 생각이 나서 다시 보았을 때 나비의 몸부림을 보게 되었다. 죽음에 임박한 한 생명의 모습을 지켜보며 왠지 마음이 씁쓸했다.


나의 사랑하는 아버지가 갑자기 위암 판정을 받고 얼마 지나지 않아 돌아가시고, 그 후 5년째 되던 해에 작은언니가 피부암으로 세상을 떠나게 되었다. 그리고 뇌출혈로 사랑하는 엄마마저 세상을 떠나셨다.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헤어짐은 오롯이 나의 마음에 아픔과 깊은 그리움으로 남게 되었다. 


사랑하는 가족을 떠나보내고 건강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건강식품을 취급하며 일을 하게 된 나는 더 많은 안타까운 상황들로 많은 사람들을 떠나보내며 가슴앓이를 하게 되었다. 그리고 더 이상 그 일을 하지 않게 되었다. 힘겨운 상황에서 마지막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찾으며 알게 된 그들과의 인연은 모두 내게 또 헤어짐의 아픔을 안겨 주었다. 다행히 건강을 찾게 된 분들도 있지만 그러지 못한 사람들은 생명을 연장하고 고통을 줄이는 것이 최선이었던 것 같다. 2년 3년 그 이상을 정들었던 분들의 돌아가시는 모습을 지켜보거나 소식을 전해 들을 때면 '산다는 것이 무엇인가? 그리고 죽음은 무엇인가?'라는 의문을 갖게 했다.


결국 모든 것은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게 마련이다. 우리의 모든 생명도 태어나면 죽음을 맞이하는 것이다. '과연 산다는 것은 무슨 의미가 있는 것일까? 모든 죽음에 이유가 있다면, 태어나는 것도 이유가 있겠지?'  생각이 꼬리를 물었다. 일을 하며 보게 된 나비의 모습에서 나는 어느새 철학자가 되어있었다. 


나의 이런 생각들이 드나들 때 나비는 다시 한번 더 몸부림을 쳤다. 그런데 앗 놀라운 광경을 보게 되었다. 곧 죽을 것만 같았던 나비가 다시 날았다. 한동안 움직임이 없어 죽었구나 생각했던 것이 고작 몇 분 전이었는데..., 아마도 죽은 듯 가만히 있었던 것은 기력을 회복하기 위해 쉬고 있었던 것이려니 생각이 든다.


얼마나 더 살다가 죽게 될지는 모르겠으나 일단 나의 눈앞에서 죽지 않았다는 것에 감사함을 느꼈다. 그리고, 있는 힘을 다해 다시 날갯짓을 하는 것을 보며 내게도 뭔지 모를 희망으로 밝은 미소가 지어졌다. '감사합니다.'를 연발 되뇌며 웃음이 지워지지 않았다. '그래, 산다는 것은 바로 이런 거야. 누군가에게 작더라도 희망을 줄 수 있는 것, 웃음을 주고 다시 일어서고자 마음을 먹게 해주는 것, 이것은 대단한 거야.' 


그렇게 나는 계획을 세우며 나의 삶에 새로움을 더하게 되었다. 그 작은 나비가 내게 보여준 것은 내게 메시지를 전해 주려는 것이었던 것 같다. '주저앉아 있지 말고, 다시 한번 힘을 내봐.'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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