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 앞에는 작은 화단이 있다. 그 화단에는 30년이 지난 나무가 있고 대체로 20년이 지난 나무들이 있다. 그래서인지 늘 많은 새들이 날아든다. 그리고 그 새의 지저귐은 즐거움을 준다. 유난히 시끄럽게 들릴 때가 있는데 아마도 나무에서 먹을 것을 두고 다툼이 있는 것 같다. 그러나 그렇게 지저귀는 새소리가 들리지 않을 때가 있다. 바람이 심하게 불거나 비가 많이 올 때이다. 저렇게 흔들리는 나무에는 새도 둥지를 틀 수 없으리라...
사람의 마음도 외부의 바람에 저렇게 흔들리면?
'항심'의 발견
꽃배달을 하며 태권도 심판을 보던 때였다. 시합이 끝나고 체육관에 들어온 축하 화환을 가져가라고 회장님이 말씀하셨다.
난 감사한 마음을 전하고 그 화환들을 내 트럭으로 옮기고 있었다. 다시 팔기 위함이었다.
한 심판원이 다가왔다. 그 "심판복 좀 벗고 하지. 다른 심판원들도 위신이 떨어지잖아. 돈 벌기 참 힘들어."라고 했다.
평소 나를 이해하고 위한다고 여겼던 심판원이었기에 충격이 컸다. 그리고 자존심이 너무 상했다. 이후 그 사람에 대한 나의 감정은 좋을 수가 없었다.
그리고 자존감이 바닥으로 떨어져 회복되질 않았다. 한참 시간이 지났음에도 그 말은 불쑥불쑥 생각이 났다. 그럴 때마다 난 더 바닥으로 내려앉는 기분이었다.
어느 날 꽃배달을 갔는데 빌딩 관리인이 나와 도와주시면서 "아이고ㅡ왜 사장님이 직접 오셨어요? 일하는 사람을 시키시지."라고 했다. 그분은 내가 꽃집 사장인 것으로 생각했던 것이다.
이상하게도 그 '사장'이라는 말에 나의 마음이 살아났다. 참 우습다는 생각이 들었다. 남의 말에 내 마음이 천국과 지옥을 넘나 든다는 것이 믿기지 않았다. 내 마음은 내 것인 줄 알았는데, 남의 말에 의해 움직이는 것을 보면 나의 것이 아니었던 모양이다.
난 많은 빚 때문에 나를 돌아볼 겨를이 없었다. 그런데 이런 순간에 깨닫는 것들이 있었다.
'항심(恒心)'ㅡ항상 변치 않는 마음,
내 마음이 내 것이 되어야 한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 일로 생각했다. 그동안 나를 힘들게 한 것이 남편이 남긴 빚 때문이 아니라, 그 빚에 남편을 원망하고 미워하는 내 마음 때문이었다는 것을, 그리고 그 마음에 갇혀 감사할 줄 몰랐던 나의 메마른 마음 때문이었음을 알았다.
"모든 것은 결국 내가 만든 것"이라는 생각에 이르자, 비로소 마음속 복잡했던 감정의 매듭들이 조금씩 풀리기 시작했다.
'항심(恒心)', 곧 외부의 상황에 흔들리지 않고, '오직 내 마음을 지켜내는 힘'이라는 것을 깨닫는 순간이었다.
결국 고통이라고만 생각했던 그 시간이 내게 알려준 것은 돈이 아닌, 쉼 없이 달려온 삶을 멈춰 세우는 '항심'이라는 마음의 쉼표를 선물로 준 것이었다.
근심 걱정은 사라지지 않았지만, 힘든 상황에서 벗어나고자 노력해 왔던 틈새로 조금씩 그 무게는 가벼워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