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핍이 창조를 만든다

by 달그림자

빚을 갚기 위해 나는 매일 돈이 들어와야만 하는 상황이었다.

용역에 등록하여 매일 다르게 주어진 일을 했다. 남의 집 청소, 녹이 슨 그릇 닦기, 마사지 샵 방마다 청소하기, 그리고 과수원에서의 풀이 자라지 못하게 덮어 놓았던 검은 거적 제거하는 일 등, 그날그날 무슨 일을 하는지도 모른 채 약속 장소에 도착해서야 어떤 일인 줄 알게 되는 생활이었다.


자가용을 판 돈으로 트럭을 사서 꽃배달도 했다. 비수기에는 용역 일을 겸했다.

새벽에는 녹즙 배달, 오후에는 다른 아르바이트를 하기도 했다.

백화점 시식코너에서의 일은 그나마 조금 편했던 일에 속한다.


닥치는 대로 일을 했던 이런 생활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 같은 두려움이 몰려올 때는 세상이 나를 등진 것처럼 느껴졌고, 숨을 쉬는 것도 버겁게 느껴졌다.


​모든 것이 빚과 노동으로 환산되는 시간 속에서, 나는 영혼마저 빼앗기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나의 하루 중 단 5분, 10분의 시간이라도 '빚 갚는 시간'이 아닌, '나를 지키는 시간'으로 만들기 위해 절박한 심정으로 이름표를 붙여보기도 했다.


​[MY TIME]: 책을 읽거나 글을 쓰고, 산책을 하는 등 오로지 나 자신을 위한 시간.

​[FUTURE]: 미래에 대한 모습을 떠올리며 원하는 삶을 상상하고 명상을 하는 시간.

​[LOVE]: 가족을 위한 식사를 준비하고 함께 얘기하는 시간.

​[ENJOY]: 일하며 받는 돈으로 빚을 갚을 수 있는 시간.

이렇게 시간에 이름표를 붙였을 뿐인데 특별함이 없었던 시간들이 모두 특별해졌다. 복잡하게 섞여 혼란스러웠던 마음이 정리되고, 내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무엇을 하지 말아야 하는지도 눈에 보였다.


빚을 다 갚아야만 평온함과 행복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으나, 그렇지 않았다. 그 순간들을 즐길 수 있었고, 나름 행복함도 느꼈다.

​시간에 이름표를 붙이는 이 작은 행동은, 내 삶의 모든 경험을 빚 갚는 고통이 아닌, 나를 단련하는 '창조적인 자산'으로 바꾸어 놓았다. 그 결과는 눈에 보이는 현실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건강이라는 창조)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들었던 건강식품 회사에서의 제품 교육은 역설적으로 내 눈의 건강을 찾을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주었고, 건강이라는 가장 근본적인 창조물을 되찾게 해 주었다


​닥치는 대로 했던 다양한 일들 속에서, 나는 세상이 돌아가는 방식과 돈의 흐름을 조금 익힐 수 있었다. 그 경험을 바탕으로 부동산 분양이라는 새로운 전문 분야에 도전하게 되었고, 마침내 월 2,800만 원을 벌기도 하며 경제적으로 숨통이 트이게 되었다.

​그렇게 빚을 갚고, 내 삶의 주도권을 되찾기까지 10년의 시간이 걸렸다. 벗어나지 못할 것 같았던 극한의 순간들이, 결국 나에게 시간과 마음을 통제하고, 현실을 개척할 힘을 만들어 준 '창조의 엔진'이었음을 깨달았다.


시간시간이 내게는 절망과 절박함이 엇갈려 있었지만 그런 가운데서 나름 안정을 찾게 된 것은 유치하리만치 작은 일들 속에서 만들어져 나갔다.


그런 작은 행동들이 나의 결핍을 채울 수 있었다는 것에 감사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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