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 수 있는 인간으로

처절함의 독기

by 나그네

밤엔 울지 않겠다고 다짐했지만

울게 되더라


처음엔 참는 게 이기는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더라


버티는 건 멋진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라,

조용히 부서지는 중이더라


감정이 터진다

숨길 곳 없이 새어나온다

세탁기 돌아가듯

쥐어짜듯 반복되는 하루 속에

나라는 옷감이 너덜너덜하다


그렇게 울고 나면

뭔가 끝날 줄 알았다

근데 또 내일은 오더라


또 참아야 했다

또 애써야 했다

또 삼켜야 했다


그래서 결심했다


나는 울되,

무너지지 않기로


나는 넘어지되,

엎드려 기어가기로


나는 아플 거면

뿌리째 뒤집기로


눈물은 약한 게 아니다

이건 나를 끝까지 살게 하려는

내 몸의 마지막 독기다


울고 나면,

어디든 갈 수 있다

진창일수록 발을 구르고

울음 뒤에 올라서면

거기가 출발선이다


오늘도 울었다

그러니까, 나는 아직 살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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