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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영

by aa

안녕, 잘 지내나요.

혹시 요즘도 여전히 저녁마다 하늘을 올려다보나요

나는 요즘 당신을 생각하는 게,

마치 물속을 떠도는 일처럼 느껴져요


가끔은요, 생각이 너무 깊어지면

마음 전체가 물속으로 잠기는 것 같아요

가볍지도 무겁지도 않은 채,

숨 쉬듯 당신을 떠올리며 조용히 유영하고 있거든요


바닥에 닿지도 않고,

위로 튀어 오르지도 않는 그런 마음이요

조금은 부유하고 조금은 미련한 마음.


나는 오래도록 당신 안에서 유영했어요

한 번도 허락받지 못한 세계였지만 당신의 말투, 눈빛, 멍하니 있던 그날의 옆모습까지 전부 그 속에 담아 유영했어요 당신을 좋아한다는 건, 한 방향으로만 흐르는 일이 아니더라고요


어쩌면 사랑은,

끝없이 길을 잃으면서도 그 사람의 물결 안에서만

움직일 수 있는 감정인지도 몰라요

그래서 나는 지금도 그 물속을 헤매듯 지나고 있어요


바람은 멈췄고, 파도도 가라앉았지만

내 감정은 여전히 당신이라는 공간 안에서 혼자 숨을 참고 있어요


말하고 싶었어요

하지만 이 마음을 꺼내는 순간 당신이 멀어진다면 어쩌지. 그래서 나는 침묵했고, 이 침묵이 언젠가 편지가 되기를 바랐어요


혹시 당신도 이 물결의 일부였다면 나는 더는 바랄 게 없어요 한 번의 스침만으로도, 나는 당신의 바다에 오래도록 머물 수 있을 것 같았거든요


언젠가 당신의 마음이 고요해질 때, 물가에 스쳐간

내 마음 하나쯤은 조용히 기억해 줬으면 해요

나는 그걸로, 충분히 다녀온 사랑이라 생각할 수 있으니까.


—어느 조용한 유영 속에서,

당신을 향해 한없이 침강하는 나로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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