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미디, 프랑스, 1983, 감독: 에릭 로메르
개인적으로 '여름' 하면 떠오르는 영화 대표작이 두 개 있다.
첫 번째는 '콜미 바이 유어 네임', 그리고 두 번째가 '해변의 폴린느'이다.
사실상 에릭 로메르의 해변의 폴린느가 훨씬 먼저 제작된 영화지만
실제 이 영화를 접한 것은 콜바넴보다 더 늦었기 때문에
아무래도 내게 각인된 여름 영화 1등 타이틀을 차지하지 못했나 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는 무언가 고이고이 오랫동안 간직하고 보고 싶은 마음이 일게 만드는 그 매력이 충만하다.
포스터만 보아도 느껴지는 이 빈티지한 색감과 함께
각 잡고 꾸미지 않아도 풍겨 나오는 배우들의 자연스러운 아름다움이 감독의 시선으로 곱게 풀어진다.
그리고 뛰어난 영상미.
매 신 한 장면 한 장면 모두 캡처해서 사진으로 뽑아두면 멋진 사진전이 될 것만 같은
소장하고 싶을 정도로 색감의 조화가 너무 예쁘다.
그리고 이런 색감의 조화만큼이나 깔끔하고 세련된 그들의 패션.
주로 쇼트 팬츠에 블라우스, 수영복을 입고 나오는데 내 몸매를 고려하지 않고 수영복을 입고 싶다는 충동을 일게끔 만든다.
이 모든 영상미, 색채, 패션은 1983년에 제작되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놀라운 경지이다.
역시 갓 에릭 로메르.
에릭 로메르 감독의 또 다른 필모에서도 해변의 폴린느와 같은 독특한 색감과 영상미는 또 다른 계절성과 매력을 가진 채 다른 버전으로 등장한다.
여름휴가철이 되어
어딘가로 훌쩍 떠나는 분들이나 집에서 뒹굴거리며 휴식을 취하는 분들 모두에게
'여름휴가'라는 기분을 충분히 내줄 수 있는 영화를 하나 추천해 드리자면 보고 나서 여운이 긴 콜바넴보다는 쨍한 샴페인을 마시고 난 기분 같은 해변의 폴린느를 추천한다.
분명히 영화 제목은 해변의 폴린느지만,
이야기의 흐름은 여름을 맞아 시작된 바캉스로 별장에 들린 폴린느와 그녀의 사촌언니 마리옹 사이를 둘러싼 남녀들의 엇갈린 애정 사건이 큰 축을 이룬다. 어딘가 비뚤어지고 쿨한 척하고, 사랑에 대해 다 아는 척하는 유치한 어른들의 사랑 앞에 오히려 십 대들인 폴린느와 실방의 태도가 침착하고 어른스러워 보인다.
장황하게 자기변명을 늘어놓는 어른들을 향해 내뱉는 폴린느의 한 마디가
순수함을 상실하고 머리로 사랑을 하려는 이 세상의 모든 어른들에게 꽂는 촌철살인의 한 마디처럼 들렸다.
폴린느를 연기한 아만다 랑글렛이 29세 정도 된 나이에 찍은 '여름이야기'는 아직 보지 못했는데
아리따운 10대 이후의 그녀의 모습은 어떻게 변했는지 궁금하다.
은근히 기회가 올 때마다 놓쳤던 에릭 로메르 감독의 사계절 시리즈를 다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