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행의 이면
'너는 혹시 되돌아가고 싶은 순간들이 있어? 아니면 선택을 바꾸고 싶은 순간들이 있어?'
이따금씩 모임에서 친구들과의 이야기 속에서 때로는 나의 상상 속에서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면 돌아가고 싶은지에 대한 이야기를 자주 나누었던 것 같다. 내가 기억하는 순간들 속에서 항상 그 답은 '아니 단 한순간도 돌아가고 싶지 않아.'였다. 그 이야기를 하던 나는 늘 미소를 머금으며 이야기를 하곤 했다. 나는 늘 단 한순간도 돌아가고 싶지 않았다.
그 이유는 멋있고 거창하며 내가 대단히 대단해서는 아니었다. 늘 이 주제를 들으면 상상하면 나는 지난날의 아름다웠던 추억과 기억이 먼저 떠오르기보다는 지난날 겪었던 힘든 일들과 늘 틀리지 않아야 한다고 불안해하며 했던 선택들이 먼저 떠올라서였다. 나는 그저 용기가 없어 그 일을 다시 겪고 싶지 않았을 뿐이었다.
나는 늘 지난날의 행복했던 기억보다 불행했을 기억 힘들었던 선택들이 먼저 떠올랐고 그 기억들은 왜인지 모르겠지만 늘 미소를 전달했고, 후회가 남지 않게 만들었다. 어리기만 하다고 생각했던 지난날의 나는 늘 빛나고 있었던 것 같다.
'내가 왜 이런 선택을 했지? 내가 왜 이런 불행을 맞아야 하지. 정말 되돌아가고 싶다. 다시 선택한다면 행복할 텐데'
요 몇 년간 나는 늘 불만이 가득했다. 내게 이런 시련을 주는 세상에게 분노했고, 나에게 상처를 주는 사람들을 저주했으며, 거지 같은 선택을 했던 지난날의 나를 욕하기 바빴다. 늘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되돌리고 싶었고, 이젠 미소가 아닌 한숨과 후회로만 가득했다.
무엇을 돌리고 싶었는지, 어떤 선택이 후회되는지 여전히 잘 모르겠다. 조금 지쳤을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주저앉은 나는 늘 정의 내릴 수 없는 무엇인가를 늘 후회했고 분노했으며 되돌리고 싶었다.
'빛만 가득한 세상에서 빛이 과연 흰색일까? 어둠이 가득한 세상에서 어둠은 과연 검은색일까?'
난 늘 삶은 행복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매 순간 매초 매분 매시간마다 빛만이 내 인생에 비추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늘 좋은 일만 있으며 늘 성장하고 기뻐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야 좋은 인생이니까. 빛만 가득하다면 그 삶은 찬란히 보일까?
검은색이 존재하기에 흰색은 아름답다. 불행이 있기에 행복이 가치가 있다. 삶은 늘 행복하지 않기에 행복이 따라오는 것이다. 검은색과 흰색, 불행과 행복은 서로의 거울이다. 검은색이 존재하기에 흰색은 찬란하고 행복이 존재하기에 불행은 숭고하다.
난 지난날의 불행을 떠올리며 늘 미소를 짓던 사람이다. 내게 주어진 불행의 이면이 행복이라는 것을 어린 나는 알았을지도 모르겠다. 내가 다시 진정으로 불행에 미소를 지을 수 있다면, 행복을 위한 삶이 아닌 '나'다운 길을 다시 걷게 되겠지.
다섯 번째 별 '불행'이다. 행복만을 좇는 것이 아닌 고난마저 아름다워지길 바라며..
"여러분의 검은색은 어떠한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