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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이 Aug 28. 2022

내게 해로운 사람들

최은영 작가의 소설집 중에 이런 제목이 있다.


내게 무해한 사람들.


비록  내용은 그리 기억에 남지 않지만 제목만은 또렷이 남아 아직도  안에서 끊임없이 질문을 던진다.

이런 사람이 가족 아닌 타인 중에 존재한다고?


내가 너무 시크해 보일지도 모르지만 바로 얼마 전에도  사람에게 이용당하고 오해받 경험을 했다.  짜인 판에 나를 초대했고, 업무적인 질문에 '그런 사실이 있다'라고 대답했을 뿐인데 나중에 보니 마치 내가 문제 제기를 해서 판을  갈아엎자고  것처럼 선동의 앞잡이가 되어 있었다. 이유는 더 황당하다. 조직 내의 권력 다툼 때문이란다.


내가 얼마나 만만해 보이면 이렇게 속이려 할까, 그동안 내가 보냈던 호의가 오히려 상대에게 이용당한 것일까..


잠도 오지 않고 어쩌다 잠들었다가도 명치가 꽉 막히고 답답해 잠이 깼다. 얼굴이 화끈거리고 찬물을 아무리 마셔대도 속에서 천불이 났다. 더 이상 친절하게 대하지 말자고 다짐을 했다가, 나쁜 놈들 천벌이나 받으라고 못된 생각도 했다가, 이게 다 내 탓인가 싶어 울적해했다가, 완전히 반쯤 정신 나간 상태로 며칠을 보냈다.


그러다가 문뜩  문구가 다시 떠오른 것이다. 내게 무해한 사람들. 그래.. 나에게도 이런 사람들이 있다. 가족, 친구, 직장동료들. 힘들  나보다 먼저 울어주고 웃어준 사람들. 그러니 내가 그 사람들에게 지지 않고 버텨내려면 모두 다 잊어야 한다. 내게 해로운 사람일 , 소중한 사람은 아니니 크게 반응하고 상처받지 말아야 한다. 재수가 없으면 크게   카악, 침이라도 뱉을 일이지 우울해하고 화낼 일이 아니다.


출근만 생각하면 답답하고 숨이 막히는 일요일 오후.

난 습관적으로 내게 해로운 사람들 생각을 하려다 고개를 젓는다. 그리고 창문을 활짝 열어 이제는 제법 시원해진 늦여름 바람을 맞는다. 인생 그까짓 거, 이렇게 한철 바람으로 흩어져갈 것을 왜 저 작은 권력욕에 물들어 주변 사람을 모함하고 힘들게 하는가. 들판에 핀 이름 없는 꽃처럼, 소소하고 무해한 사람으로 일평생을 사는 것이 나의 꿈 이것만.


一場春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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