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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우주 Aug 04. 2023

급식실에서 만나는 아이가 궁금해

- 완벽하게 아이를 이해하기 -

언제부터인지 점심시간마다 제 신경에 거슬리는 아이가 있습니다. 저는 급식실에서 12시 20분에 점심을 먹기 시작하는데, 같은 시간에 6학년 아이들도 함께 먹습니다. 그때 제가 앉은자리에서 10m쯤 떨어진 10시 방향에 앉은 아이가 저를 불편하게 하는 그 아이지요. 


저는 그 아이가 6학년 여자 아이라는 것 말고는 전혀 아는 게 없습니다. 그냥 눈에 보이는 대로 판단하고 평가하는 것이지요. 그리고, 그 아이는 제가 자기를 불편해하는 것을 모를 것입니다. 그 아이는 저를 자기의 관심선 안에 두지 않는 눈치고요. 저 또한 그 아이에게 싫은 내색을 한 적도 없지요.



그 아이가 제 마음을 불편하게 하는 이유는 몇 가지가 있습니다. 첫 번째 이유는, 너무나 이기적인 모습을 부끄러움 없이 드러내는 것이지요. 6학년이면 열세 살 아이니까 사회 전체 구조 안에서는 어리다면 어리지요. 그러나, 초등학교에서는 가장 높은 학년으로서 대부분의 6학년 아이들은 급식실 같은 공공장소에서 만큼은 동생들 앞에서 의젓하게 행동하려고 노력하거든요. 


제가 그동안 관찰한 결과, 그 아이는 특히 기름에 튀긴 음식을 좋아하지 않는 것 같았어요. 튀긴 음식이 나오면 어김없이 아악~ 하고 비명을 지릅니다. 그리고, 젓가락으로 그것을 들고 먹을 사람, 혹은 먹일 사람을 찾아서 돌아다닙니다. 튀긴 음식 말고도 싫어하는 음식이 나오는 날에는, 많은 사람이 알아챌 수 있게 큰 소리로 짜증을 냅니다. 그런데, 배식하는 분들에게는 별말 없이 음식을 받아오는 것 같아요. 그쪽에서 소란스러운 적은 없었으니까요. 그것도 이상하지요. 처음부터 받지 않으려는 노력은 안 하는 것 같거든요.


두 번째로 불편한 이유는, 급식실에서는 대부분 아이들이 거의 말을 하지 않고 밥을 먹는데, 그 아이는 쉴 새 없이 떠들고 있지요. 가끔 괴성을 지르며 웃기도 하고, 누군가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큰 소리로 말할 때도 있습니다. 저는 코로나 19가 지속되는 동안, 학교 급식실이 식당으로서의 품격을 제법 갖추었다고 생각하거든요. 급식실에서 떠들거나 돌아다니는 아이들이 코로나 19를 조심하면서 자연스럽게 줄어들었습니다. 그런데, 그 아이는 달라진 급식실 분위기는 아랑곳없이 돌아다니며, 자기가 싫어하는 음식을 기어이 누구에겐가 떠넘기고 자리에 돌아옵니다. 어느 날은 바닥에 떨어뜨려서 못 먹게 되었다고 깔깔깔 웃으며 소리치더군요.


제가 불편한 세 번째 이유는, 그 아이는 밥을 후다닥 먹고 나서는 다른 아이한테 가서 식탁 위에 비스듬히 앉거나 등 뒤에서 껴안기도 하고, 친구 옆에 바짝 붙어 서서 낄낄대며 이야기를 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종종 제 앞자리에 앉은 축구부 남자아이에게 오기도 해요. 그 아이는 걸을 때도 다른 아이들처럼 걷지 않고, 깡충거리는가 하면 몸을 흔들고, 다른 아이의 목이나 허리를 꽉 조이는데, 흘끗흘끗 주변 사람들의 반응을 살피면서 이런 행동들을 하는 것 같았어요. 


마지막으로 불편한 이유는, 눈썹과 입술을 그리고, 얼굴에 하얗게 분칠까지 하는 짙은 화장을 하고 있어요. 어설프게 아이섀도까지 한 날은 가관이지요. 또 가끔은 앞머리카락을 주먹 만한 헤어롤로 말아서 달고 있어서 누가 보아도 금방 눈에 뜨일 걸요. 우리 학교 아이들 중에서 가장 짙게 화장하는 것 같아요. 그동안 제가 본 초등학생 중에도 화장하는 아이들이 더러 있었지만, 그 아이처럼 짙게 화장하는 아이는 없었지요. 



그런데, 담임 선생님과 다른 아이들 중 그 아이를 제지하는 사람도 없고 무관심한 것 같아요. 가끔 너무 심할 때만 담임 선생님이 쉿~ 하고 입에 손가락을 대는 동작으로 주의를 주고, 그 아이 옆에 서 있기도 하지만 소용없었지요.  저는 볼 때마다 이상한 아이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누구에게도 대놓고 물어본 적은 없지요. 그저 제가 그동안 만난 아이들의 경우를 돌이켜보면서, 그 아이가 혹시 경계성 인격장애나 과잉행동장애가 아닐까 하고 생각합니다. 


제가 잘 아는 젊은이한테 그 아이에 대해서 이야기했더니, 그 아이는 환자가 아니라면 흔히 말하는 '관심종자'인 것 같다고 했지요. 제가 알고 있는'관종'의 본딧말이 '관심종자'라네요. 즉, 다른 사람의 관심을 끌려고 하는 성향이 강한 아이라고요. 그러면서 덧붙이기를, 자칫 잘못 참견하다가 '꼰대'나 '이상한 할매쌤'으로 몰려 아동학대로 신고당하거나 어린아이한테 봉변당할 수 있다고 제 오지랖을 주의하랍니다. 


하지만, 언젠가 그 아이에게 말을 걸어 볼 생각입니다. 저는 그 아이가 몹시 궁금하고 걱정되거든요. 


[전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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