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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짧다.

by 언더독

요즘 세상과 인간 사회를 이해하고자 하는 지적 욕구가 있다. 그래서 그것과 관련한 자료를 많이 본다. 이번에는 '디스커버리 채널'의 침팬지 다큐멘터리를 보았다.


그냥 어쩌다 보여서 본 것이 아니다.


언젠가 침팬지 부족 사회가 굉장히 폭력적이며 잔혹하다는 이야기를 들었던 기억이 있어서였다. 그들 사회를 엿보면, 인간 사회에 대해 더 잘 이해하게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일부러 의도를 가지고 뒤져내서 보았다.


다큐멘터리 시간 배경은 90년대 말이다. 지역은 아프리카 우간다 '은고고'라는 곳에 위치한 정글이다. 두세 명의 서양 동물학자가 궁금증을 가지고 그 지역을 방문했다. 그들이 궁금증을 가진 이유는, 그 지역의 침팬지 사회가 특이점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보통 세계적으로 침팬지 부족은 그 규모가 40-50마리로 구성된다. 그러나 저 지역의 침팬지 부족은 규모가 150마리 내외였다. 이들의 정글 내 구역은 28제곱키로미터에 달했다. (이는 서울의 종로구보다 좀 더 큰 넓이이다. 여의도의 10배 정도 되는 면적이다.)


학자들은 생각한 것이다. 침팬지의 폭력성을 잘 이해하고 있던 그들은 저 큰 부족 내에서는, 무슨 일이 터져도 터지겠거니 싶었던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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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적으로 '은고고 침팬지 부족'은 수컷들의 세상이었다. 모두에게 암묵적인 서열이 매겨져 있다. 우두머리가 있고, 나머지 3위권 또는 5위권 정도 정해놓고 나머지는 그 나물 그 밥 식이 아니었다. 모든 개별 침팬지 각자에 정확한 서열 순위가 지정이 되어있는 식이었다.


그들 사회에서는 내외부로 끊임없이 크고 작은 전쟁이 발생한다.


내부로는 선두권 침팬지들의 끊임없는 우두머리 쟁탈전이 벌어진다. 외부로는 다른 침팬지 부족과의 전쟁이 끊임없이 벌어진다.


내부의 권력 쟁탈전에 참가하는 선두권 침팬지들의 성향도 다양하다. 완전한 힘으로만 군림하려고 하는 침팬지가 있는 반면, 노련한 정치가 스타일의 침팬지도 있다. 그리고 그 중간 어딘가의 능력치를 가진 침팬지도 있다.


왕좌가 엎치락뒤치락했지만 다큐 분량 내에서는 노련한 정치가 스타일의 침팬지가 우두머리 지위를 차지하게 되었다. 힘으로는 최고였던 침팬지를 '정치가 침팬지'가 몰아낸 것인데, 3위부터 10위 침팬지들을 자기편으로 만들어 한 놈을 다구리 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역사 사람이나 동물이나 다구리에는 장사가 없다.


정치가 침팬지는 자기가 왕좌에 오르고, 나머지 가담했던 무리들에게 일종의 보상 형태로 순위를 한 단계씩 높여 줄을 세워주는 듯한 행위를 하기도 한다.


가령, 사냥으로 죽인 다른 부족의 침팬지 팔, 다리, 머리, 몸통을 아무나 아무렇게나 먹는 것이 아니라 선호도가 높은 부위를 순서대로 그들에게 분배해주는 모습을 보인다. 왕이 더 높은 순위의 심복에게, 더 값진 전리품을 하사하는 것처럼 보였다고 한다.


외부로는 다른 침팬지 부족과의 구역 쟁탈전이 끊임없이 발생한다. 침략하고, 또 침략당한다.


각 부족마다 군대도 따로 있다.


이웃 부족과의 전쟁이 발발하는 가장 큰 이유는 식량이라고 한다. 침팬지는 주로 나무에 열리는 무화과 열매를 밥 삼아 먹는다고.





무리 중에는, 특이하고 흥미로운 캐릭터들이 몇 등장한다.


충분히 우두머리에 도전해 볼 만한 역량이 있는 침팬지도 있었는데, 아예 그 자리에 관심 자체가 없는 캐릭터도 있었다.


그 침팬지에게는 부족 내에서 부여된 직책이 있었는데, 일종의 '정찰대 지휘관'이었다. 다른 침팬지 부족의 구역에 쳐들어가서 그들을 죽이고 약탈하는, 말하자면 군대의 지휘관이었다.


학자들이 관찰하면서 느끼기에, 이 특이한 '지휘관'은 표정이나 몸짓을 통해 이런 말을 하는 것 같았다고 했다.


누가 대장이 되든 간에 대장님 비위야 내가 얼추 맞춰줄 테니,
대충 다 했으면 이제 다른 동네 침팬지들 죽이러 가지?


개인적으로는, 이 지휘관 침팬지는 무리의 우두머리가 되려는 욕구보다 기나긴 전쟁을 치루며 상대 부족에게 쌓인 악감정과 복수심이 압도적으로 더 큰 것 같다는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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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리 내에서는 젊고 야망이 있어 매번 호전적인 '루키 침팬지'도 있었다. 젊은 루키 침팬지는 앞뒤없이 너무 호전적이어서 항상 자기보다 약한 침팬지들을 괴롭히고 다녔다. 계속해서 자기보다 하나 내지 두 순위 높은 침팬지들에게도 끊임없이 싸움을 걸었다.


어느 날 학자들은 별안간 이 루키 침팬지가 10마리 다른 침팬지들에게 다구리 당하고 있는 모습을 보게 된다. 다만 이전까지와 봤던 일반적인 다툼과는 느낌이 사뭇 달랐는데, 혼을 내주는 정도가 아니라 아예 죽여버리려는 모양새였다.


그리고 그 장면을 학자들과 함께 몇 미터 밖에서 같이 지켜보던 차분한 침팬지도 있었다. 이 침팬지 이름은 '헤어'였다.


두드려 맞던 '루키 침팬지'는 이러다 정말 죽겠다 싶어서 높은 나무 위로 피한다. 녀석 모습을 보면 온 몸이 피투성이를 하고 있다. 기운을 다해 신음을 내며 나무가지에 몸을 겨우 의지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그럼에도 나머지 침팬지들은 포기하지 않고 루키 침팬지를 죽이려고 나무를 오르기 시작했다.


그때, 학자들 옆에서 그 상황을 조용히 지켜보던 '헤어'가 그 나무로 급히 올라가 그들을 막아주는 모습을 보여준다. 루키 녀석이 죽지는 않도록, 화난 무리들을 막아준 것이다. 그러고 나서는 마치 괜찮냐는 듯이 말을 거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날은 그러고 끝났다고 한다.


학자들은 그날로부터 일주일 뒤에 땅바닥에 걸레짝이 된, 루키 침팬지의 시체를 보게 되었다고 했다.





여기서 이 '헤어'라는 녀석의 당시 상황이 특이하다.


'헤어'에게는 '엘링턴'이라는 죽마고우 침팬지 친구가 있었는데, 저 일이 있기 전에 '엘링턴'은 행방불명된 상태였다.


그리고 나서 저 일이 터진 것이다.


'헤어'는 탐사 초기에는 다른 침팬지들과 어울려 노는 것을 좋아하던 사교적인 성격이었다. 그러나 저 일이 있고 난 뒤로, 다른 침팬지들을 경계하며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졌다고 한다.


'헤어'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을지는, 현장에 있었던 학자들이 보기에는 너무나 뻔해 보였다고.


어쩌면 저 녀석들이 내 친구 '엘링턴'을 죽이고, 숨기고 있는 것일 수도 있겠구나.


학자들은 탐사 후기에 발견하게 된다.


'헤어'의 친구 '엘링턴'은, 다른 구역 침팬지 부족을 침략하는 정찰대 무리를 따라 싸우다가, 적들에게 죽게 되었다는 것을.





거기에 있는 두 명의 교수는 무려 22년을 '은고고 침팬지 부족'을 연구하고 있다고 했다. 그 침팬지들과 정이 많이 든 모습이었다. 은퇴하기를 슬프게 생각하는 모습이었다.


다큐멘터리 말미에는, '헤어'의 소식이 담겨있다.


'헤어'는 이제 나이가 많이 들어서, 상대적으로 안전한 부족 구역 내의 중심지에서 조용한 노후를 보내고 있다고 한다.


전쟁 중 죽게 된 수컷 침팬지들의 어린 아들들이 '헤어'를 잘 따른다고 한다. '헤어'도 그들과 잘 놀아준다고 한다.


부족 내의 '현자 할아버지'와 같은 모습을 보여주는 것 같았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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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동족을 상잔하는 포유류가 인간 밖에 없다는 클리셰는 순 거짓말이다. 침팬지 사회에서도 일어난다. 훨씬 잔혹하고 난폭하게 일어난다. 말 그대로 맞아 죽고, 찢겨 죽는다.(대중 사이에 퍼져있는 식상한 클리셰에는 거짓부렁이가 많다. 아무 소리에 아무렇게나 습관적으로 끄덕거리면, 인생이 산으로 갈 수 있다.)


침팬지는 멸종위기종이다. 인간과 유전자가 99% 일치한 포유류이다. 야생에서는 50년 정도 산다고 한다. 때문에 유인원이라고도 한다.


1%의 차이에 역전이 있었다면, 지금의 침팬지들이 우리의 다큐멘터리를 만들고 있었을 것이다. 털없는 민둥 원숭이들이 어떻게 싸우고 어떻게 살아가는지에 대한.


침팬지는 사회적 관계를 이해하고 서로 소통을 한다. 사람과 거의 차이가 없는 기억력이 있고, 복잡한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 세대 간에 간단한 도구 사용법을 알려주고 배우는 행동도 한다. 간단한 기호나 수화를 학습해서 사람과 소통도 가능하다고.


그렇다면 이제 나는 생각을 해보는 것이다. 99% 유전적으로 인간과 동일한 동물의 사회를 3자의 입장에서 보았으니.


삶은 무엇인가. 인생은 무엇인가. 세상은 무엇이고, 인간 사회는 무엇인가.


왜 사는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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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을 읽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성인일 것이다. 그래서 여러분들도 다른 사람 장례식장 다들 다녀와본 적이 있을 것이다. 그 장례식들 이후로 여러분이 체험했던 것대로가 아니겠는가 싶다.


누가 죽거나 말거나, 세상은 세상 저대로 잘 굴러간다. 원래 지어져 있던 건물들도 그 상태 그대로 잘 서있다. 원래 심어져 있던 가로수들도 그 상태 그대로 잘 서있다. 자동차, 버스, 지하철도 잘 지나다닌다.


일 가는 사람들은, 일 간다. 놀 사람들은 논다. 비가 올 것 같으면 비는 또 온다. 날이 쨍할 것 같으면, 해는 또 잘 뜬다. 불던 바람, 그대로 분다. 새는 지저귀고, 개는 짖고, 물고기는 헤엄친다.


아무것도 그 누구도 같이 멈추어주지 않는다. 미물부터 동물, 동물부터 사람, 자연까지 그냥 저 갈 길들 가고 하던 거 마저 한다.


우리는 모두 잠시 놀러 온 것뿐이다. 그리고 결국에는 저 생긴 대로 놀다 간다.


그게 다다. 별 거 없다는 이야기이다.


이 지면에 모인 여러분들은 우연찮게 결이 맞아 나랑 놀고 있는 것이기도 하다.


그 모든 것들을 대국적으로 보면 크게 잘못된 것도, 크게 옳은 것도 없다. 그저 저 난대로, 저 생긴 대로 살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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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기 때문에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


모든 상황, 모든 경우, 모든 사건에 있어서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 사실상 가장 깊고 날 것의 의미 크기를 재어보면, 삶이라는 건 어찌되었건 끝내는 부질이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번 인생은, 이번 인생이다.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이야기이다.


우물쭈물하고 안절부절하며 이도 저도 아닌 소확행으로 순간순간을 도피하며 표류를 이어가는 삶을 사는 것 만큼, 스스로를 배신하는 일이 없다. 나는 그런 사람을 너무나 많이 보았고, 오늘날에도 그렇다.


무엇을 추구하든, 무엇을 하든, 어떤 양식을 선택하든 매가리가 없으면 뭔가 잘 못살고 있는 것이라 쓰고 싶다. 매사 자기 의사에 따라 어떤 결정을 했으면, 확실하게 끝을 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결과야 잘 되건 말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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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박정희 전 대통령의 일대기를 탐독해본 적이 있다. 멋진 일화 하나가 기억난다.


어디 시골 동네에 시찰을 갔을 때의 일화였는데, 박 대통령은 길을 지나가다가 동네 양아치 깡패 무리를 보게 되었다고 한다.


박 대통령은 그 중 대장으로 보이는 젊은이에게 가서 악수를 하며 짧게 말했다고 한다.


시간이 짧다. 멋지게 살아라.


그 깡패는 그 날의 일로, 군에 자원입대했다고 한다.



Pink Floyd - Time (No Intro/No Clocks)

https://www.youtube.com/watch?v=bw6mGEaplx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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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차 총회 >


[ 주요 목적 ] : 세제 이해를 통한 고효율 자원 배치 전략 + 정석적인 주식 투자 뼈대 프로세스 이식

장소 :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 ***

일시 : 2025.08.30(토) 2pm (2h 진행)

비용 : 5만 원


* 총회 누적 참가자 수 : 52명

* 컨설팅 누적 진행 횟수 : 8

* 컨설팅은 총회 실 참가자 중에서만 진행합니다.


참여 희망자는 아래 채팅방 입장, 채팅방 공지 참조하여 예약해주시면 되겠습니다. 입장 시, 프로필명을 '브런치 계정명'으로 달아주시면 감사드리겠습니다.


입장 코드 : 0728

https://open.kakao.com/o/gLGt97wg


[ 총회 진행 목차 ]


- 돈은 무엇인가(Gold standard, Fiat currency, Fractional Reserve bank system, 연준 통화정책 등)

- 한국의 세금은 무엇인가(실 참여자 외 완전한 비공개)

- 개인이 할 수 있는 최선의 대응 방안 (개인 또는 가구가 할 수 있는 구체적 자원 배치 및 주식 투자 전략.)

- 주식, 현물, 비트코인, 부동산, 파생상품, 레버리지에 대한 거시적 인사이트 제공

- Q&A


2024년 AMAZON 출판작(국내 판매본 - 한글) < From Zero > : https://kmong.com/gig/580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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