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점 변해가는 우리 엄마
#엄마의 투병이야기 그 두 번째
엄마는 두 달에 한 번씩 병원에 가서 검진을 받는다.
발병초기엔 남편이 모시고 갔다가 오빠가 미국에서 돌아오고부터는 오빠가 모시고 갔다.
부모님은 할머니를 모시고 사셨다.
할머니, 아빠, 엄마 세분이서 한조가 되어 우리 아이들 둘을 키워주셨다.
할머니는 머리 빗겨주기, 놀아주기, 씻겨주기 담당, 아빠는 등하원, 병원 데리고 가기 담당,
엄마는 먹거리 담당, 세 명중 누구 하나라도 아프면 큰일이었다.
세 분은 시계 속의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각자의 임무를 수행하며 비교적 원활한 일상을 보내셨다.
나는 주말이면 과일이며 먹거리들을 장 봐서 부모님 댁 냉장고를 채워드렸다.
우리는 못 먹어도 부모님은 냉장고가 빌까 봐 과일도 잔뜩, 식재로도 잔뜩,
하지만 엄마는 교인들이나 친척들만 오면 '나는 이것도 먹고 싶고 저것도 먹고 싶은데 먹고 싶은 것도
못 먹고살아' 매일 이렇게 말씀을 하셨다. 이런 얘기를 들을 때마다 나는 화를 냈다.
"아니, 냉장고에 먹을게 잔뜩이고 먹고 싶다고 하는 거 다 사주고 우리보다 훨씬 잘 드시면서
도대체 왜 그러는 거야, 남들은 이것보다 훨씬 더 못 먹고사는데.."
짜증을 막 내고 나면 엄청 속이상했다. 새벽부터 아이 둘 맡기고 남편 출근시키고 출근하면서
6시까지 힘들게 직장일 하고 돌아가서 아이들 케어하고, 엄청 동동거리며 힘들게 살고 있는데
보통의 부모라면 자식을 걱정해야 하는 거 아닌가 하는 마음이 들었다.
도대체 우리 엄마는 왜 그런 거냐고 남편한테 말도 못 하고 퇴근할 때면 차 안에서 혼자 운 날도 많았다.
그때는 몰랐다. 그게 파킨슨 증상의 하나였다는걸.
그걸 알았다면 좀 더 따뜻하게 받아주고 호응이라도 해줬을 텐데, 그런 엄마의 말들이 싫었고
사사로운 이유로 바쁜 나에게 전화하는 엄마가 미웠다.
뻔한 얘기 할게 보여서 전화벨 소리가 나면 꺼버리고 받지 않았고 엄마가 무슨 말만 꺼내도
퉁명스럽게 받아쳤다.
(엄마의 정신이 온전할 날이 얼마 안 남은 걸 알았다면 절대 그러지 않았을 것이다.)
어떤 날에는 내가 아침에 눈을 뜨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몹쓸 생각을 하기도 했다.
엄마의 투정과 염치없음이 생각보다 훨씬 더 나를 힘들게 했다.
젊었을 때는 너무나 단정했었다. 남에게 신세 지는 거 피해 주는 거 싫어하셨고 받기보다 주는 걸 좋아하셨다.
매일 손해를 보면서도 명절 때마다 돈 한 푼 안 보태는 염치없는 작은엄마들에게 싫은 소리 한번 한 적이 없던 분이셨다. 그런데 왜, 도대체 왜, 이제 와서 이러시는 걸까?
병 때문에 그럴 거라고는 생각도 못하고 지금 내 앞에 펼쳐진 현 상황과 엄마의 모습에 그냥 매일 화가 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