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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사로운 인간 Jun 17. 2024

작시(作詩) 삼일

시를 잊은 그대에게

시를 쓴다는 결심은 종종

새해의 다짐처럼 불타오르지만,

금세 식어버리는 초조함과 같아


첫날은 열정적으로 펜을 들고,

머릿속에 떠오르는

온갖 생각을 종이 위에 펼쳐놓지


둘째 날, 그 열기는 조금 식어,

문장들이 서툴고 부끄러워지다

감정의 물결이 일렁이다 멈추고,

마음 깊은 곳에서 우러나는 영감이

마르기 시작하는구나


셋째 날이 되면, 생각은 점차 시들고

내 글에 대한 민망함이 증폭되며

어제까지만 해도 뜨겁게 타오르던

시에 대한 열정은 식어버리고,

다시 일상의 바쁨 속으로 돌아가네


작시 삼일,

이는 작심삼일과 다르지 않아

시를 쓴다는 것은 단순한 순간의 열정으로는 이루기 어려워


시를 쓰는 일의 어려움은,

시작하는 것만큼이나 지속하는 것에서 온다네

영감이 메마른 날에도 펜을 잡고,

마음이 동하지 않을 때도 종이를 펼치는 것

이것을 감내하는 것이 시에 대한 도전이라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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