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용 10년, 근근이 전하는, 이야기 18
뉴스를 통해 채용 과정에서 MBTI를 활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한다.
근거 없는 비판 이전에, MBTI 검사에 대해 먼저 알아보다.
MBTI는 프로이트의 제자이자 ‘콤플렉스’와 ‘집단 무의식’이라는 개념을 만든 것으로 유명한 칼 융의 심리 유형 이론을 바탕으로 만들어졌으며, 미국의 심리학자인 캐서린 브릭스와 이자벨 브릭스 마이어 모녀가 1900년에서 1975년까지 연구하여 개발했다.
융의 심리 유형론은 융이 정신과 의사로 일하면서 경험하고 관찰한 것들을 토대로, 이 이론의 요점은 외부로부터 정보를 수집하고(인식 기능), 자신이 수집한 정보에 근거해서 행동을 위한 결정을 내릴 때(판단 기능) 각 개인이 선호하는 방법이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것이다. 이에 근거하여 MBTI는 사람들을 외부로부터 정보를 수집할 때 감각과 경험에 의존하는 사람(사실형, S)과 직관에 의존하는 사람(직관형, N), 그리고 인식된 정보를 가지고 행동을 위한 판단을 내릴 때 사람들과의 관계와 감정에 초점을 맞추는 사람(감정형, F)과 원리와 원칙, 진실을 좀 더 중시하는 사람(사고형, T)으로 분류하고, 에너지의 방향성에 따라 외향(E)과 내향(I)을 구분하는데, 이는 낯가림의 여부보다는 관심이 외부 세계에 집중되어 있는가, 혹은 자신의 내면에 집중되어 있는가와 관련이 깊다(외향인과 내향인 모두 낯을 가릴 수도, 가리지 않을 수도 있지만 외향인은 사람들과 함께 보내는 시간에서 에너지를 얻는 데 비해 내향인은 혼자 생각하고 성찰하는 시간을 통해 에너지를 재충전한다). 마지막으로 생활양식에 따라 판단형(J)은 활동을 계획하고 일을 조직적, 체계적으로 처리하는 반면, 인식형(P)은 삶을 통제하기보다는 상황에 맞추어 융통성 있게 살아간다.
MBTI는 이렇게 사람들을 네 가지 항목 당 두 개의 상반된 지표를 조합해 총 16가지의 성격 유형으로 분류하지만 좋은 성격과 나쁜 성격을 따로 구분하지 않으며 각 성격의 단점이 아닌 장점에 집중하여 사람들의 가능성을 보려는 특징이 있다.
[MBTI 검사 설명 자료 출처] 과학의 정의와 기준, MBTI는 왜 과학이 아닐까?
과학기술정보통신부 https://blog.naver.com/with_msip/222097276011
그럼 왜 최근에 와서야 이 검사 결과가 우리나라에서 이렇게나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있는 걸까? 이전에도 이와 유사하게 혈액형과 성격을 단순하게 연결 짓는 것이 유행한 적이 있었다(A형은 소심하다, O형은 활발하다, AB형은 정신세계가 독특하다 등).
저자의 생각에는 사람들이 혈액형보다 MBTI에 더 매력을 느끼는 이유는 4가지 혈액형에 부정적인 특징이 하나씩 매칭 되는 혈액형-성격 매칭에 비해, 16가지 장점에 집중한 성격유형이 남들과 차별화되는 자신을 잘 설명해준다고 느끼는 동시에, 같은 유형에 속한 사람들과의 소속감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한다. 또한 이러한 재미에 MZ세대의 밈(Meme)으로 SNS를 타고 재미와 함께 순식간에 전파가 되고 나니, 어느 정도 성격에 대한 정설이 되어가는 분위기다.
개인적으로 이런 재미요소를 찾고 서로를 이해하는 대중적인 인기를 얻는 것까지 부인하고 부정하고 싶지는 않다. 그러나 현재 한 회사의 채용담당자로서, 이전 인적성검사를 개발하는 컨설팅회사에서 오래 일한 경험자로서 MBTI를 채용에 활용하는 것에 대해서는 '무조건' 반대이다.
[기사 참고] 채용 시 MBTI 묻는 기업들… 취준생들 “INFP는 면접도 못 보나요?”
http://www.women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216581)
이렇게까지 글을 써가며 MBTI를 채용에 쓰지 말아야 한다고 이야기하는 이유는?
답은 너무나 간단하다. MBTI는 과학이 아니다. 과학이라 함은 인과관계를 증명할 수 있어야 하고, 쉽게 뒤집어질 수 없는 결과여야 하거늘, MBTI를 여러 번 해보았지만 가장 핵심인 외향성, 내향성에 대한 결과가 뒤집히는 경우도 허다하다. 단순히 이런 개인 경험 차원이 아니더라도, 같은 외향성(E)이더라도 나의 외향성과 다른 사람의 외향성은 수준 차이가 있을 수 있다. 그 수준 차이를 유형 구분만으로는 절대로 설명할 수 없다. 이러한 결과를 채용과정에서 활용한다고? '자기소개서의 내성적인 성향을 쓰는 것과 큰 차이 없다'라고 설명하는 채용담당자 인터뷰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 정말 이해할 수 없다. 자그마치 채용 과정이란 말이다. 누구나 잘 보이고 싶고 약점을 드러내고 싶지 않은 상황인데, 과학적인 근거도 없는 결과를 필수적으로 기재하도록 하고, 그 결과로 자신의 장단점을 쓰라니. 어이가 없는 노릇이다.
[사사로운 인간의 채근담]
MBTI에 대해 지나치게 비관적인 목소리를 내고 싶은 것이 아닙니다. 재미는 재미로 끝내지 않고,
재미로 한 결과를 인생을 결정하는 중요한 자리에 '참고자료'로 활용한다는 것에 대한 문제를 삼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