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그럴 때마다, 시인이 되겠노라 선언했다

시를 잊은 그대에게

by 사사로운 인간

어린 시절 우연한 책에서 베낀

입춘이란 시 한 편에 받은 커다란 칭찬에
덜컥 시인이 되겠다고 선언했다


수능을 망치고 대학교 진로를 고민하던 순간에도
한 권 제대로 못 읽어 내던 부족한 녀석은

다시, 시인이 되겠노라 선언했다


대학을 졸업하고 인턴적응에 실패하고

마침 풍비박산 나있던 고향집에 쉬러 내려가서도

부모형제 가슴에 대못을 박으며

시인으로 살아가고 싶다고 소리쳤다


그때마다의 안쓰러운 눈빛과 실소
안된다는 건 아니라지만 말속에 담긴

비웃음과 실망까지는 아무도 숨기려들지 않았다


생각해 보면 난, 읽고 쓰는 게 좋아

평생 읽고 쓰는 걸 놓고 살기는 힘들 것 같다는 걸 말하려는 건데,

그들 눈에는 당장 머리 깎고 산에 들어가 시를 쓰려는 동자승 정도로 보였나 보다

불혹에 접어든 지금도,

나는, 시인이 되겠다고 말하고 있어
어린 시절 되고 싶던 마음가짐 그대로

또다시 시인이 되어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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