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카드, 6번 연인들(6 The Lovers)
우리는 보통, '러브스토리 '라는 단어만 들어도 벌써 가슴이 뛸 준비를 하고 기꺼이 손수건을 꺼낼 태세를 갖춘다. 물론 대리만족을 할 수 있고 (현실 속에서의 나는 여주인공만큼 사랑스럽다거나 무엇보다 공짜로 짠~! 하고 나타나 주는 백마 탄 왕자를 만날 수 없기 때문이다), 이 메마르고 고달픈 흑백의 생활에 색동옷 같은 컬러풀한 감정들을 체험할 수 있기 때문에 러브스토리에 빠져든다. 사랑이야기도 개개인의 삶의 전개 방식만큼이나 스토리가 다양해서 꼭 주인공이 죽고 끝나는 비극미 가득한 이야기부터 흔히 '로코'라고 불리는 달달하면서도 미소를 짓게 하는 행복한 엔딩의 이야기까지 무궁무진하며 동서고금을 망라하고 지금도 어딘가에서 창작되거나 실제 연애 중인 이야기들로 입과 귀가 바쁠 것이다.
아무리 형형색색의 연애 이야기라고 해도 거의 공통적으로, 이야기의 당사자인 주인공들에게는 한결같은 공통점이 있는데 그것은 다름 아닌, 반짝이는 만남 뒤엔 반드시 고난이나 시련의 순간은 있다는 것이다. 독자들이나 시청자들이 하품이라도 할까 봐, 불행이라는 조미료가 등장한다. 금지된 사랑이든, 웅장한 대 서사시 속의 영웅의 사랑이든, 이 시련 극복을 응원하며 대리만족하는 것이 보편적인 모든 사람들을 이 러브스토리에 끌어 모으는 요인이 아닐까 생각한다.
사람은 태어날 때부터 애착하는 대상이 필요하다. 엄마는 아이가 첫 번째로 자신과 연결하고 싶어 하는 애착 대상일 것이고 이런 원초적인 애착심이 어른이 되어 가면서 연애 관계로 옮겨간다. 그래서 러브 스토리를 볼 때, 우리는 남녀 주인공을 보면서 자신의 욕망이나 감정을 그들에게 투사하며 자신이 현실에서 충족하지 못한 열정과 사랑을 대리 경험하는 것이다. 그래서 비극적인 사랑일수록 더 감정적으로 몰입할 수 있는 것 같다. 현실에서는 이런 격렬한 사랑을 할 기회도 없을 뿐만 아니라 그 상처는 감당할 수 없을 것이지만, 드라마나 소설은 얼마나 안전(하게 체험 가능)한가?
누군가에게 선택되고 사랑받을 때, 자신 안에 존재한 적 없는 제3의 눈과 감각이 생기는 것 같지 않은가? 나의 존재 가치를 확인하고 내가 완성되는 듯한 느낌은 아무리 사소한 것 하나에도 의미가 생기는 모든 감각이 깨어나는 신기한 경험이라 할 수 있다.
어린 시절(중고등학생 시절쯤~), 영화 '러브스토리(1971년 작, 알리맥그로우, 라이언 오닐 주연)'를 보고 나는 사랑을 내 멋대로 정의 내려버렸다. 특히 여주인공 알리 맥그로우(Ali Macgraw: 극 중 제니퍼 역할)에 완전히 빠져서 대학에 가면 반드시 긴 생머리를 해야겠다고 다짐했고, 마음에 드는 남자를 보면 극 중 제니퍼처럼 쌀쌀맞게 굴어야겠다는 기준까지 정해 놓았으며(ㅋㅋ)(그래야 제니퍼처럼 멋진 남자 친구가 생기는 줄 알았다. ㅋㅋ), 무엇보다도 데이트는 반드시 눈 오는 날 눈사람을 함께 만들다가 날 잡아봐라~ 하면서 눈 밭을 뒹굴어야겠다고 (유치한) 굳은 결심을 했었다.(ㅋㅋ) 제니퍼처럼 올리버에게 사랑받다가 백혈병에 걸려 죽어도 후회가 없을 것 같았고, (아직 죽어보지 않아 실감이 나지 않는) 하늘의 천국보다 지상에서의 짧은 생이라도 제니퍼처럼 살다 가는 것이 더 천국답다고 여기기까지 했었다. 오죽했으면 겨울이 되면 제일 먼저 생각나는 음악이 캐럴이 아닌, 영화 '러브스토리'의 테마곡일까? (눈싸움 장면에서 나오는 음악은 내가 죽을 때 아들에게 틀어 달라고 해야 할 정도다.ㅎㅎ). 아, 사춘기 시절, 주말의 명화 시간에 TV로 본 이 영화는 그 비극성마저 얼마나 고급스럽고 부럽던지!
그런데, 사랑이야기에는 이렇게 로맨틱한 면만 있을까? 사랑과 비슷해 보이지만 끝내는 상대를 파괴하고 자기 자신도 죽이는 '집착', 즉 사랑의 또 다른 얼굴이 있다. 영화 '미저리(1991년 작)'는 팬의 사랑이 집착으로 변종되어 광기가 되고 나아가 살인 충동으로 이어지는 이야기라는 것은 알고 있지 않은가? 집착은 이렇게 타인을 향한 것만도 아니다. 영화 '블랙스완(2011년 작, 나탈리포트만 주연 )을 보면 자기애(자신을 향한 러브스토리)적 집착으로 인정욕구가 너무 심한 나머지 자신이 미쳐가는 이야기이고, 에밀리브론테의 명작, '폭풍의 언덕(Wuthering Heights, )의 두 주인공, 히드클리프와 캐서린의 고통과 황홀 그리고 증오와 잔인함이 버무려진 그들의 사랑 이야기는 말해 무엇하리?
이렇게 집착은 사랑의 찐 모습이 아닌, 가면을 쓴 자신의 욕망에 불과하다는 것, 그리고 상대를 내 안에 가두어 두려고 하는 악마성에 불과한 것이다. 찐 사랑은 상대방을 자연스럽게 그리고 자유롭게 하는 것이다. (하긴 이게 쉬운가, 사랑하면 소유하고 싶은 게 본능인데...) 톨스토이의 소설 '안나 카레니나'는 이 사랑이 자유가 아닌, 감옥이 되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지 않은가?
< 유니버설웨이트 계열 카드인, 아르카눔 카드. 메이저 6번 연인카드 >
6번 연인카드는 사랑이란, 순간의 매혹을 넘어 서로를 진심으로 마주 보고 선택하여 내 삶의 방향을 결정하는 것이라고 말해 준다. 두 사람 사이에 놓인 사과와 반쯤 몸을 숨긴 뱀은 사랑에는 언제나 유혹, 욕망, 집착 그리고 선택의 갈림길 사이에서 고민함을 포함하고 있다. 그 선택이 내 삶에 어떤 책임(또는 결과)을 가져올지 바라보아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두 인물의 뒤로 보이는 날개는 사랑이 가져야 할 본질적 태도를 상징한다고 할 수 있다. 서로를 구속하지 말고 하늘로 날아오를 수 있는 자유, 상대가 자신답게 살 수 있게 날아오르도록 해 주는 것, 집착하지 말고 자유롭게 날개를 달아 주라는 것을 의미하지 않을까? 사랑할수록 집착과 소유욕의 딜레마에 빠져 날개를 꺾이게 하진 말아야 한다고 이 아름다운 카드 그림이 말해 주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