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문
二十日庚辰。雨勢大作。晩出東軒公事。各房會計。○順天搜討。未及期限。故代將及色吏,都訓導等推論。蛇渡亦以期會事移文。而獨爲搜討。又半日之內。內外羅老島大小平斗搜討。同日還浦云。事甚虛僞。以此推考事行移興陽,蛇渡。以氣甚不平早入。
1592년 3월 20일
오늘은 하루 종일 비바람이 몰아쳤다.
밖은 어둡고 거칠었지만, 나는 해가 질 무렵 동헌으로 나가 공무를 보았다.
각 부서에서 제출한 회계 보고를 하나하나 꼼꼼히 확인했다.
아직 전쟁이 터지진 않았지만,
온 나라에 묘한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나는 이런 때일수록 물자와 병력, 사람들의 태도까지
더 철저하게 살피고 다잡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순천 부사에게 맡겼던 수색 작전이
정해진 기한을 넘기고도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보고가 올라왔다.
나는 그 지역을 책임지는 지휘관과 관리들,
그리고 훈련 책임자들까지 모두 불러
이유를 묻고, 거세게 꾸짖었다.
한편, 사도진의 김완 첨사에게는
직접 만나 논의할 일을 조율하자며 공문을 보냈는데,
그는 내게 알리지도 않고 수색을 혼자서 이미 마쳤다고 보고해 왔다.
그런데 말이다.
보고서의 내용을 보면,
단 반나절 만에
내나로도(고흥 동일면), 외나로도(고흥 봉래면), 대평도, 소평도까지
모두 수색을 마치고
그날 저녁엔 포구로 복귀했다는 것이다.
이게… 말이 되는가?
그 넓은 섬들을, 그 많은 지역을
혼자서 반나절 만에 돌아다니며 수색을 했다고?
나는 그 보고가 명백한 거짓이라고 확신했다.
수색은 대충 해놓고, 마치 충실히 임무를 다한 양 꾸며낸 것이다.
이런 허위 보고가 다시는 반복되지 않도록
나는 흥양현과 사도진에 공문을 보내
이번 작전을 철저히 재조사하라고 지시했다.
밖에는 여전히 비가 쏟아졌고,
내 마음은 거짓된 보고 앞에서 무거웠다.
몸도 지쳐 있었기에, 오늘은 평소보다 일찍 관아로 돌아왔다.
“전쟁이 언제 터질지 모르는 상황에서,
단 한 사람의 거짓 보고가 전부를 무너뜨릴 수도 있다.”
이순신 장군은 그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던 사람이다.
그는 단순히 화를 낸 게 아니었다.
보고가 거짓인지 판단했고,
책임자들을 불러 추궁했고,
결국 다시 공문을 내려 사실을 바로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