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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AHAS Dec 07. 2021

코로나가 준 소소하고 작은 행복을 만들 시간

친구 같은 아들이 있어 일상이 재밌고 즐겁다.



아들이 초등학교에 입학하면서 직장 생활을 시작했는데 코로나로 고3 생활을 집에서 해야 하는 아들을 위해 과감하게 직장 생활을 정리하였다. 

 올해 스무 살이 된  아들은 작년에 이어 올해도 대학 새내기가 되었지만 집에서 공부를 하고 있다. 코로나로 2년을 인터넷을 통해 공부하고 있고 엄마도 직장을 쉬면서 둘이 붙어 있는 시간이 많으니 당연히 다투거나 엄마가 아들한테 큰소리칠 일이 많을 거라 생각하겠지만 우리 집은 다른 의미의 소란스러움이 존재한다. 


아들과 24시간을 붙어서 생활하지만 정작 둘이 대화를 하는 시간은 하루 종일 다 합쳐도 한 시간 내외가 되는 것 같다.  대면 수업이 있는 날은 아침 일찍 학교로 나가지만 비대면 수업을 해야 하는 날은 시간표에 따라 아침부터 실강을 들어야 하고 실강이 끝나면 리포트도 작성해야 하고 그런 와중에 스트레스 해소 겸 친구들과의 커뮤니케이션을 위해 게임도 하고 유튜브를 보기도 한다.  


또 요즘 아이들이 푹 빠져 사는 가상세계에 발을 디딘 아들은  VR  기계를 장착하고 소리를 지르면서 신나게 팔을 휘드르고 소리를 내면서 놀고 있을 때면 '저게 언제 커서 어른이 되나' 하는 쓸데없는 걱정을 하기도 하지만 자기만의 시간을 알차게 활용하는 걸 보면 나보다 자기 인생을 잘 사는 것 같아  재밌기도 하고 뿌듯하기도 하다. 


엄마는 아침에 일어나 스트레칭으로 하루를 시작하고 책도 읽고 글도 쓰고 점심 식사 준비도 하면서 오전 시간을 보내고  오후에는 새로운 시작을  준비하기 위해 운동을 나가는 등 이렇게 한 집에서 시간을 보내는 두 사람은 각자의 스케줄에 따라 시간을 보내다 보면 대화를 나누는 시간은 점심 식사 시간이나 일과 중간중간 남는 자투리 시간뿐이다.   


우리 집의 사소한 소란스러움은 별거 아니지만 스무 살이 넘은 자식이 있는 집에서는 보기 힘든 광경이다. 

엄마가 화장실에서 뭔가 큰일을 하고 있으면 아들은 소리 없이 슬며시 다가와 화장실 문을 꼭 닫으면서 불을 끄고 연기처럼 사라지면서 어김없이 슬리퍼를 들고 가면서 한 짝씩 집안 어딘가에 숨겨 놓는다. 


매번 다른 곳에 숨기니 화장실에서 나온 엄마는 이걸 찾느라고 한동안 분주하게 움직인다. 

침대 아래, 전신 거울, 창문틀, 의자, 이불 안 등등 숨기는 곳은 매번 다르고 슬리퍼 컬러와 최대한 비슷한 곳에 숨기거나 아예 보이지 않는 곳에 숨겨서 창의력을 발휘해야 찾을 수 있는 곳에 숨기니 이걸 찾느라고 크지도 않은 집을 빙글빙글 도는 일이 여러 번 생긴다. 가끔은 한 짝을 찾지 못해 아들한테 쫓아가서 슬리퍼 내놓으라고 독촉하기도 한다. 


아직까지 엄마의 스킨십에 대해 크게 거부감을 보이지 않는 아들이어서 둘 사이에 크고 작은 스킨십을 자주 하기도 한다. 아들이 자라는 동안 엄마도 직장을 다니다 보니 잠든 얼굴을 보는 경우가 다반사였기 때문에 스킨십을 할 기회가 많지 않았는데 지금은 오히려 나이가 더 들었지만 그때 못했던 스킨십을 맘껏 하는 것처럼 다정다감하게 스킨십을 받아주는 아들을 보게 된다.  


가끔은 초등학교 친구처럼 장난치다 삐쳐서 말도 안 하는 경우도 발생을 했었는데 어떤 상황에서 그랬는지 정확히 기억은 나지 않지만 아들과 엄마가 그렇게 삐쳐서 말도 안 하니까 중간에서 아빠가 화해를 시키곤 했다.


이런 시간들은 코로나가 우리에게 준 소소하고 작은 행복을 만들 시간을 준 것은  아닐까 생각이 들곤 한다. 코로나라는 큰 사건이 없었다고 한다면 아들은 지금쯤 학교에서 수업을 듣고 수업이 끝나면 친구들과 밖에서 술 한잔 하고 주말에는 친구들과 놀러 다니면서 엄마의 품에서 빠르게 멀어져 갔을 텐데 코로나가 이런 시간을 조금은 지연시켜주고 있다는 생각이다.  


많은 것이 변하고 힘든 시기임에는 분명하지만 거꾸로 생각해보면 우리가 언제 아이들과 이렇게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는 날들이 또 있을까. 아마도 자연은 너무나 바쁘게 살고 있는 인간들에게 가족이나 소중한 사람들과 행복한 시간을 조금이라도 더 보내라고 이런 황망한 사건을 만들어 낸 게 아닐까 싶다. 


앞으로는 점점 더 빠르게 사회는 변화하게 될 것이고 지금도 하루가 다르게 세상은 변하고 있다.  길고 긴 터널을 건너고 있는 현 상황을 힘들고 지치는 일상의 연속이라는 우울한 생각을 서로에게 조금 더 충실하고 나와 우리를 위해 행복한 시간을 만들기 위한 시간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면 생각보다 빨리 그리고 덜 불행하게 이 시간을 보낼 수 있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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