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세비야 -극대노!
<14>세비야 -극대노!
다음날 아침 나는 피임약을 사면서 성공적으로 시작했다.
그러나 친구들의 선물을 사러 간 KIKO에서 1차 문제가 생겨버렸다.
세금 문제로 분명 동과 같이 결제하지 않겠다고 단호히 얘기했는데 직원은 알았다고 해놓고 같이 결제를 해버렸다.
지도 고개 끄덕하고, 영어, 손짓, 발짓으로 확인까지 받았는데 같이 결제를 해버린 것이다.
나는 가져온 바구니에서 몇 개 빼려고 하는데 이미 다 결제해서 뺄 수 없다고 우겼다.
내가 만약 여기서 환불하고 몇 가지 품목을 빼고 재결제를 하면 분명 카드 수수료는 그대로 나갈 텐데
가게 직원의 어이없어하는 말투, 표정, 도리어 나한테 화내는 태도가
내 화를 돋우어서 나도 끝까지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실랑이를 벌이는데 점원은 스페인어를 하고, 나는 영어를 하고, 집단적 독백이 이어졌다.
그 상황에 지나가시던 스페인 여성분이 점원의 말을 나에게 영어로 전해주시고,
나는 다시 영어로 말을 전했다.
그리고 그 여성분의 한국인 남자친구도 껴서
내가 한국어로 말하면 남성분이 영어로 여자친구에게 전하고,
여성분이 점원에게 전하는 요상한 판국이 되었다.
결국 이렇게 여러 사람을 거친 실랑이 끝에 나는 내가 원하는 바를 이룰 수 있게 되었다.
그냥 환불을 하고, 다시 현금으로 결제를 했다.
그리고 그 점원은 끝까지 나를 엿 먹였다.
거스름돈을 다 센트로 준 것이다.
더 이상 짧은 영어로 화내고, 설득시키기 싫어 그냥 동전 부자가 된 채로 나왔다.
스페인에서 만난 최고로 나쁜사람이다.
앞으로 나타날 우리 가방을 훔쳐간 도둑놈과 우열을 가릴 수 없을 만큼 싫은이…
그리고 우린 버스 티켓을 사러 갔다. ‘카르타 헤나’
바다 근처에 싼 방이 있는 작은 해변 마을로,
방도 싸고, 근처에 바다도 있어서 에어비앤비를 대충 보다가 적당히 고른 도시였다.
슬프게도 세비야에서 카르타헤나로 가는 티켓은 아침 8시뿐이었다.
이자벨, 쵸키, 니콜과의 너무 빠른 이별에 우린 시무룩해졌다.
일주일뿐이었지만 이별은 나를 너무 힘들게 했다.
이 집에 머문 오렌지빛 일주일을 영영 잊을 수 없을 것 같다.
사실 그렇다 지금도 힘들다. 그 시간들만큼 행복한 순간이 살면서 영영 찾아오지 않을 것 같다.
이자벨이 해준 가스파초,
나는 먹을 수없어서 잠깐 고개 돌린 사이 대신 꿀꺽꿀꺽 삼키고 내가 먹은척해 준 동이.
우리가 어처구니없는 사고들을 몰고 다녔어도 “호이 호이 호이~”하며 웃어넘기게 해준 이자벨,
“괜찮을 거야~오마이 거시” 귀여운 니콜
그리고 처음부터 자기 향기를 우리에게 묻혀준 쵸키
영영 못 보겠지만 영영 품고 살 것이다.
오렌지빛 태양이 떠있고, 뜨거운 햇빛이 우릴 감싸며 베란다에서 함께 그림 그리는 동과 나
아름다운 그 집이 그립고 그립다. 영 이별이라는 것은 태어나 처음 느꼈다. 기약할 수 없다는 게 이런 거구나
지금까지 남자친구들과 헤어질 때 느끼지 못한 감정들이었다.
특히 쵸키는 이별이라는 걸 알까 싶었다.
매일 우리방 침대 위에 누워 우리를 감시하던 예쁜 고양이
우리는 이제 다시 못 보는 사람이야.
지금까지 수많은 게스트를 만나며 만남과 이별을 배웠을까?
어쩌면 우리보다 이별에 익숙할 수도 있겠다.
이자벨과 쵸키를 보러 몇 년 안에 또 와야만 한다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