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소보루 빵 어른
1. 소보루 빵 어른
주말 아침 시간을 지나서 갑자기 소보루 빵이 너무 먹고 싶었다. 일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아, 씻지 않은 채 모자를 쓰고 후다닥 동네 빵집으로 향했다. 어렸을 때 엄마가 빵집 봉투를 들고 오면 빵집 봉투를 헤집으며, 맛있는 빵이 있는지 확인하곤 했다. 엄마가 산 것들은 다소 어른 취향인 단팥빵, 소보루빵, 카스텔라, 앙금빵, 꽈배기 같은 것들이어서 나는 엄마에게 투덜댔다. “맛있는 빵 좀 사 오지. 이게 뭐야. 다 맛없는 것들 뿐이야.” 그럼 엄마는 “맛있는 거 뭐? 이게 다 엄마한테는 맛있는 건데”라고 응수했다. 나는 지지 않고 “아니, 피자빵이나 연유빵, 치즈스틱 같은 거“라고 말했다. 이런 투정의 끝은 항상 엄마의 ‘그럼 네가 직접 해‘라는 말이었다.
나이가 들면 입맛이 변한다던데 정말 맞는 거 같다. 빵집으로 가는 길에 날씨가 좋아서 인지 주말에 동네 아이들을 보았다. 초등학생 아이들은 4-5명이 이마에 땀을 송골송골 맺힌 채로 웃음 지으며 뛰어다녔다. 그 웃음이 얼마나 생그럽던지. 부러웠다. 나도 저 나이 때 그랬던 거 같은데, 무슨 힘이 그리 넘쳤는지. 토요일에 점심을 먹고 6시 전까지 친구들이랑 운동장이며 PC방, 노래방을 뛰어다니며 놀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무한도전을 보며 가족들과 저녁을 먹고 씻고 잠들었다. 그때는 내일이 오길 바랐는데, 지금은 내일이 오지 않길 바라는 어른이 되어버렸다. 어쩌다 주말에 감지 않은 머리를 긁적이며, 봤던 유튜브 목록을 새로고침하는 어른이 된 걸까? 신기한 일이다.
소보루빵이 더 먹고 싶어졌다. 한가득 입안에 넣고 우물거려야 이 기분을 떨치고 만족이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