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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wimming Nov 11. 2024

(백수일지) 31살에 백수가 된 키라

12. 두 노인을 보았다.


나는 요즘 바쁘면서 잔잔한 날들을 보내고 있다. 동영상 편집을 배우러 다니고, 속눈썹 연장 미용 수업도 주말 동안 듣는다. 그리고 요가도 3달치나 끊었다. 평온한 날들이 흘러간다. 일요일 저녁 속눈썹 연장 수업이 끝나고 그전부터 가고 싶었던 동네 카페에 들러 커피를 마시며 책을 읽었다.


1. 한 노인

7시 넘어 집으로 돌아오던 길에 한 노인을 보았다. 허리가 70도 정도로 꺾여 두 지팡이를 손에 쥐고 간신히 종종걸음으로 걷고 있었다. 자칫하면 넘어질 것 같기도 하고 앞으로 고꾸라질 것 같기도 했다. 지팡이로 힘겹게 한 걸음씩 걷던 노인이 갑자기 걸음을 멈추고 몸을 옆으로 돌아, 이미 구부정한 허리를 90도 넘게 수그렸다. 노인이 멈춰 허리를 굽힌 도로 앞에는 차와 오토바이가 요란스럽게 지나갔다. 하지만 노인은 경건한 의식을 하듯, 신경 쓰지 않았다. 아주 천천히 그리고 견고하게 허리를 조금 피고는 다시 지팡이에 몸을 지탱해 아슬아슬하게 걸어갔다. 노인을 뒤에서 보던 나는, 노인이 허리를 숙인 자리를 지나칠 때 궁금함에 옆을 쳐다보았다. 그제야 노인이 어디를 보고 그 힘든 몸으로 인사했는지 알게 되었다. 그곳에는 성당이 있었고 아주 큰 성모 마리아상이 있었다. 비록 지팡이 2개에 의지하는 몸이지만, 나는 그 노인의 견고함이 인상 깊었다.


2. 또 다른 노인

내 자취방은 오르막길이 정말 가파르다. 젊은 나도 어쩔 땐 올라가다가 힘이 빠져서 될 대로 돼라 라는 심산으로 터덜터덜 걷는다. 오르막길을 천천히 올라가던 중 음식물 쓰레기를 처리하는 환경 미화원을 만났다. 그분은 조끼와 모자를 쓰고 있었고 깡마른 몸에, 백발노인이었다. 주황색 음식물통 입구를 열고 끌고 다니며, 음식물 쓰레기를 모으고 있었다. 시큼하고 불쾌한 냄새. 사람들이 환경 미화원과 그 주황색 통을 비켜갔다. 그 노인은 사람들과 눈을 마주치지 않고 맡은 일을 빨리 처리하려는 듯, 얼굴을 바닥에 고정하고 있었다. 지쳐 보이는 듯한 몸짓이 기억에 남는다.


다르게 뇌리에 남은 두 노인. 그들을 감히 동정하거나 안타까워하지 않는다. 그들의 삶이 궁금하지도 않다. 다만 나는 삶이 무엇인지 물어보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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