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입에 깔대기같은 걸 물고 어떻게 숨을 쉬라는 거야? 230mm 내 발에 그 긴 오리발을 붙여 뒤뚱거리게 해 놓고 이걸 신고 5미터의 수영장을 유영하라니요?
대표님은 내가 속으로 욕해서 배터지게 생겼고 나는 물을 너무 먹어 배터지게 생겼다.
점점 뒤쳐지는 내가 안쓰러운지 강사님들이 돌아가며 친절하게 설명을 해주셨고, 물공포증에 뻣뻣하게 굳었던 내 몸도 서서히, 아주 조금씩 물에 적응하기 시작했다. 작은 기적이었다.
처음 해 본 스노쿨링도 요령이 생기자 덜 답답했고 힘이 부족한 내 발차기를 오리발이 도와줬다.
무서워서 쳐다도 보기 싫었던 5m의 수영장 깊이도 눈에 들어오자 그 밑에서 스쿠버 장비를 착용하고 연습하는 스쿠버들도 눈에 익었다. 날렵한 유선형의 물고기들 같았다.
팀을 나눠 하는 프리다이빙 연습생들 중 잘하는 팀들이 연습하는 것도 시야에 담았다.
남자 4명이 오리발을 차고 덕 다이빙을 하며 세차게 밑으로 내려가고 있었다.
오리발이 물을 힘차게 가로지르자 사방으로 물이 튀며 파도를 만들었고 오리발은 그대로 아름다운 인어의 꼬리가 되었다.
넋을 잃고 그 모습을 보며 아 나는 죽었다 깨어나도 저걸 할 수 있을까 부럽고 부러웠다.
열등반에서도 더 열등해서 무리에 뒤쳐진 나는 조금 시무룩해졌다.
‘야 정신차려 너 50 넘었어 쟤들은 20대야 네가 걔들 따라가려면 찢어져..
네가 대회에 나갈 것도 아니고 , 자격증이야 이번에 못 따면 내년에 따면 되는 거고, 또 굳이 안 따도 되는거고, 그걸로 밥 먹고 살 것도 아니고 몰디브는 아직은 가라앉지 않을 것이니 내년에 고래 못 보며 내후년에 고래 보지 뭐 .... 고래야 기다려라.. 언니가 곧 간다. 내년 .. 아니 내후년에 꼭 보자 ..’
몸에 힘을 빼자 속도가 조금 더 나갔다.
집에서 2분을 못 넘기던 숨참기는 3분을 넘기며 강사님을 놀라게 해서 체면을 겨우 유지했다.
문제는 이퀄라이징이었는데 1미터의 수압이 비행기 기압의 몇 배나 된다는 강사님의 설명이 과장이 아니었다.
2미터 정도 내려가서 코를 한 번 킁하고 풀어 귀를 뚫어줘야 귀가 수압을 견디며 고막이 터지지 않는다.
무리하게 이퀄이 안 된 상태에서 더 깊이 내려갔다가 중이염이 생기거나 귀에서 피가 나거나 고막이 터졌다는 전설같은 이야기를 여기저기서 들은 터라 3미터 내려 갔을 때 찢어질 것 같은 아픔에 무리하지 않고 다시 위로 올라오기를 반복했다.
아 산넘어 산이구나 ... 숨 참기에서 유지됐던 체면이 이퀄로 다시 바닥을 기고 있었다.
3시간의 강습을 마치고 식당에서 밥을 먹는데 손이 후들거려 밥알이 자꾸 흘러내렸다.
강사님들과 연습생들이 자신들도 그랬다며 손을 떠는 나를 부끄럽지 않게 해 줬다.
나를 이 고행의 길로 인도한 친구는 첫 날부터 사정이 있어 오지 못하고 어땠는지 계속 문자를 보내고 있는데 답해줄 힘도 없었다.
돌아오는 차 안에서 내내 머리를 창문에 박으며 떠지지 않는 눈을 부라리기를 몇 번 결국 도착내내 일어나지 못했다.
3시쯤 도착한 센터에 인사를 남기고 돌아서는데 시체처럼 늘어진 내가 불안 해 보였는지 다음에도 꼭 다시 오라는 대표님의 말을 건성으로 받아주며 집으로 돌아왔다.
수영도 못 하는 엄마가 어떻게 됐을지 궁금해하던 아이들은 엄마의 생환을 기뻐하며 꼬치꼬치 캐물었지만
진이 빠져버린 나는 그대로 침대에 고꾸라졌다. 온몸은 죽겠다고 비명을 지르는데 난 피식피식 웃음이 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