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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다움을 유지하기 위해선 양이 차야 한다

흔들리는 나에게

by 그레이스웬디

여행 후유증을 세게 앓고 있는 중.

몸살도 났는데 이젠 젊을 때와는 달리 쉽게 낫지도 않고, 약도 3일치로는 택도 없다.

조금 나아지는 듯 싶더니 다시 또 아파져서 급하게 병원엘 가서 주사를 맞고 들어오는데 드는 생각이 '늙으면 서럽다'라던 말이 맞겠다 싶은 것이다.

서러운 이유는 가뜩이나 나이를 먹는 것도 서러운데 몸도 안 따라주고, 내 마음과 몸이 따로 논다는 것 때문이겠지. 지금 내가 그러는 중 ㅜㅜ


무엇보다 지금 나에게 온 몸살은 사실 몸이 늙어서뿐만이 아니라 정신적으로 너무 힘들기 때문이다.

무엇이 그토록 힘이 든고하니 이 나이에 디지털 세상에서 어떻게 살아남을것인가 하는 고민을 수개월째 하고 있어서이다. 어떤 때에는 생각이 확립되어 굉장히 편하게 흘러가기도 했는데 하지만 그럴 때에도 마치 정기적으로 감사가 나오듯 나의 내면에 감독관이 들락거린다는 것이다.

지금 이대로 괜찮은지, 방향을 잘 잡고 가고 있는 건지, 주제는 정했는지, 남들과 차별점이 있는지 등을 계속 체크하게 되는데 그래도 머리가 아플 정도는 아니었다.

나름대로 주제를 정했고, 목표도 정확하고 내가 생각하는 길로 잘 접어들었다고 생각했는데, 요즘 머리가 아프도록 나를 뒤흔드는 것이 있으니 바로 강의다.

소위 유료강의에 몇백을 써야하는가하는 문제 앞에서 쉬이 결단을 못 내리겠는 것이다.

덜컥 결제를 하자니 의심스럽고, 안 하자니 나만 안하는 것 같은 이상한 불안감?

나도 강의를 팔아봐서 아는데 나 같은 사람은 나 뿐이라는 걸 누구보다 잘 안다.

어쩌면 그들도 자기 같은 사람은 자기 하나뿐이라고 할지도 모르겠지만, 진짜 리얼 내가 몇 번이고 당해본 이력이 있기에 쉬운 결정은 아니다.


그렇다면 눈 딱 감고, 패스해버리면 되는데, 그리고 늘 그래왔는데 이번에는 유독 망설여지고, 자꾸 뒤돌아보게 된다는 것이 요상스럽다.

결제를 해 말어를 1시간이나 망설이다 결국 하지 않았는데, 백만원 언저리도 아니고, 2백에서 3백사이 수준이라 이건 진짜 아니다 싶은 것이다.

그분을 보면서 진짜 2시간 무료강의해주고 2시간만에 몇 억을 버는구나 생각하니 급 나의 이 디지털 생활이 허무해진다. 나는 뭐하고 있는거지? 흔들리기 시작하는 것이다.


어디서건 소위 경제적 성공? 이라는 것을 하기 위해선 철판도 좀 깔아야한다만은, 그는 무엇으로 한 사람에게서 몇 백씩이나 당당하게 벌어가는 것인가. 그만큼 자신이 있다는 것으로 볼 수도 있고, 의심하자면 정말 철판깔고 사기치는 것일 수도 있다.

아직 순진한 마음을 간직한 채 중년이 된 내 입장에서 보자면, 당당하게 사기치는 사람이 있을 수 없음이고, 자신을 내걸고 브랜딩을 하는 사람이 사기를 친다는 건 나같으면 안 할 일이니만큼 그 사람도 안 할것 같은데

터무니없이 비싸다는 것에 조금 놀라운 것이다. 그렇게까지 비싸게 팔아야하는가에 대한 질문앞에서 요즘 젊은이들의 스케일은 그런가보다 하다가도 도무지 납득이 가지 않는 금액인 것이다.

그 납득이 가지 않는 금액이기때문에 자꾸 찝찝한 것이다. 분명 뭔가가 있으면 어떡하지? 하는....


과감하게 결제를 포기하고 생각에 또 생각을 더해본다.

내가 줏대없이 흔들리는 것은 역시 양을 덜 채웠기 때문이라고.

더 많은 지식을 쌓고, 더 많이 내면의 단단함을 쌓아야 흔들리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을 느낀다.

몇 백만원짜리 홈판노출 강의 앞에서 망설이며 쭈글거릴 시간에 차라리 한 권의 책을 더 읽고 내면을 강화시키자.

달콤한 말 속에는 분명 가시가 있기 마련이다.

빨리 가는 것보다 정직하고 성실하게 가고 싶은 마음이다. 그게 나의 신념이었는데 요즘은 자주 흔들린다.

어쩌면 지칠만한 시간이다. 3년이라는 시간은 어디에서든 권태를 불러오는 시간이니까. 사랑이든 일이든 무엇이든 3년이면 당연히 점검이 필요하고 재부팅이 필요하다.

나는 지금 리셋이 필요한 상황이다. 지치지고 했고, 그러다보니 온통 엉킨 실타래이다.

풀려고하면 할수록 더 엉키는데, 양쪽으로 쭉 삐져나온 실가닥 중 어느 쪽을 잡고 풀지를 먼저 결정해야 한다.

조금 차분하게, 시간을 넉넉하게 가지고, 생각이라는 걸 좀 해보기로 한다.


분명 나와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인간들이 만들어내는 관계는 정말 나만의 신념이 필요하다. 요즘 세상엔 더더욱.

흔들리지 않을 신념을 굳건히 지키는 일 또한 과제다. 과제를 잘 하기 위해선 자료수집이 필수다.

나에게 필요한 자료수집은 직접 부딪혀보며 경험을 쌓는 일과 잡념을 물리칠 독서다.


역시 50대가 되어도 흔들리는 것들이 있다.

나이를 먹는다고 단단해지는 것도 아니었다.

그러니 20대나 50대나 나다움을 유지하는 일에는 확고한 신념을 쌓아가는 외적, 내적 지식의 양치기다.

가득 채워서 빈틈이 없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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