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생의 마지막 하루
꼭 이런 하루를 보내고 싶다.
<초대장 >
오늘 나의 마지막 날을 기념하기 위해 파티를 엽니다.
모두들 시간을 내어 나를 보러 오세요.
오늘이 지나면 당신들은 나를 볼 수 없을 테니까요.
우리의 인연을 감사하며 기꺼이 나와 이별해주세요
나는 아프지 않다.
다만 내게 주어진 시간을 다 썼을 뿐이다.
남은 시간은 이제 단 하루.
이 하루가 지나면 나는 태초에 왔던 그곳으로 다시 돌아갈 것이다.
참으로 길고 긴 여행을 마치고 돌아가기 전 짐 정리를 할 때가 온 것이다.
자~~ 내게 남은 마지막 이 하루를 어떻게 쓸까
며칠 전부터 생각해두었다.
오늘은 매우 바쁜 하루가 될 것이다.
새벽부터 일어난다. 내가 가지고 있는 옷 중 가장 우아한 드레스를 입는다.
내 나이에 딱 어울리는 아주 화사하면서도 차분한 아름다운 드레스다.
뚱뚱하지도 마르지도 않은 내 몸은 나이보다 젊다.
이 몸을 유지하기 위해 얼마나 노력하며 살았던가 생각하면서 그간의 노력이 이렇게 빛을 발하는구나 싶어 마지막까지 나를 칭찬해본다.
마당을 정리한다. 파라솔도 치고, 청소도 한다.
거실도 말끔히 치운다. 가구 하나 없이 깨끗하게.
휑해진 거실에 고급스러운 카펫을 깐다.
나를 도와주러 서둘러 온 친구들과 남편이 테이블을 옮긴다.
마당과 거실에 하나, 둘, 셋, 넷…..
적당한 동선을 지켜주는 간격으로 최대한 많이.
야외와 실내에서 두루 즐길 수 있도록.
내 생의 마지막 파티를 연다.
초대할 사람들은 모두 초대했다.
내가 마지막까지 쓸 수 있는 돈을 아끼지 않고 모조리 파티에 투자한다.
최고급 요리와 최고급 와인을 차고 넘치게 준비한다.
마지막 파티는 요리사들을 불렀다.
도저히 내 손으로 그 많은 사람들 요리를 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체력이 달리긴 하지만 최선을 다해 손님들 잔에 와인은 내가 직접 따라준다.
한 사람 한 사람 눈을 맞추며 술잔을 채워주는 일은 아무리 생각해도 너무 로맨틱하다.
내 친구들은 내가 따라주는 와인을 마시는 일은 앞으로 없을 것이므로, 온 마음을 다해 잔을 채운다.
파티는 아침부터 저녁까지 하루 종일 계속된다.
각자의 시간이 닿는 만큼 머물다 가길 바란다.
서로 아는 사이도 있고, 전혀 낯선이들도 있다.
나는 각자에게 적당한 관계를 소개해준다.
서로에게 힘이 되어줄 만한 이들도 있고, 또 자신에게 없는 모습들이 서로 어울리게 짝을 지어준다.
어쩌면 내가 해왔던 일들을 이제 나 대신 서로가 서로에게 해줄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나는 그렇게 서로서로 연결되는 끈이 되어주고 싶다.
그리고 언제나 그들 곁에 남고 싶다.
그들은 내가 없어도, 내 손을 잡지 못하더라도 서로를 통해 나를 기억할지도 모른다.
초대받은 이들은 나의 하루가 오늘이 마지막이라는 것을 모두 다 안다.
하지만 나의 친구들은 나를 잘 알기에 슬픈 표정은 단 한 사람도 짓지 않는다.
우리는 서로를 너무 잘 아니까. 슬퍼할 일이 아니라는 것도 잘 아니까.
충분하게, 후회 없이 쓴 시간들에 항상 함께 했으니까.
그런 그들이 나와 이별을 하러 기꺼이 찾아와 준 것으로 나는 족하다.
얼마나 행복한 하루인가.
마당과 거실은 북적북적하다.
서로에게 인사를 나누느라 바쁘고, 서로에게 안부를 묻고, 각자 자리에서 식사를 하느라 바쁘고,
마치 젊은 부부들의 결혼식장 같기도 하다.
나에게 안부를 전하는 친구들.
그들의 나이는 천차만별이다. 아주 젊은 사람부터 나 보다 나이가 더 많은 사람들까지. 우리는 모두 친구이다.
예의를 갖추어 나에게 인사를 한다.
나는 세상 인자한 웃음으로 그들에게 인사를 건넨다.
우리의 지난날들을 회상하며 까르르 웃기도 한다.
여전히 '너네 첫째는 어떻게 되었냐. 둘째는 잘 산다니? 다시 시작하는 일은 어때? 아픈 데는 없고?' 등등의 내일도 만날 사람들처럼 수다를 떤다.
나의 마지막 하루는 아쉬워하며 무엇을 더 할 것도 없다.
미처 알려주지 못한 것이 있어 급하게 알려주려 하지 않아도 된다.
그저 사는 이야기를 하다가 헤어지면 되는 것이다.
그렇게 나는 세상과 이별하면 된다.
한 줄 요약 : 마지막 하루는 파티를 해도 되는 삶을 만들어 갈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