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군상 별 대응법 #2] 즐겜유저

by 아라항

학교에서 열심히 공부하는 학생이 있는 반면 그렇지 않은 학생이 있듯이, 모든 회사원들이 열정적으로 일을 하는 건 아니다. 승진을 위해 열과 성을 다해 업무를 하는 회사원들의 비율이 많고 적다이지, 열심히 일하지 않는 회사원들은 어느 회사에나 존재한다. 나와 내 지인들은 이런 부류의 회사원들을 "즐겜유저"라고 말한다.




즐겜유저 란?


온라인 게임에서 새로운 퀘스트 업데이트가 나오면 매일 잠도 제대로 자지 않고 밤까지 세가면서 게임을 업무처럼 빡세게 하는 "빡겜유저"와는 대척되는 표현으로, 적당히 여유 있는 주말에 한두 시간 정도, 피곤하지 않을 정도로만 게임을 즐기는 유저를 "즐겜유저"라고 한다.


이 개념을 회사생활에도 적용할 수 있다. 회사에서의 "빡겜유저"는 조직의 성공을 견인하여 그 누구보다 빠르게 승진하고 높은 연봉과 동료들의 인정을 받기 위해 평일 야근과 주말 특근을 마다하지 않는 사람이다. 그에 반해, "즐겜유저"는 자기에게 주어진 업무만을 하고, 동료로부터 인정을 받기 위한 그 일체의 추가 업무를 하지 않으며, 프로젝트가 진행만 될 정도의 최소한의 힘만 들이고, 매일같이 칼퇴를 하는 워라밸 생활을 추구한다.




무엇이 그들을 즐겜유저로 만드는가?


고액 연봉을 준다 한들 책임이 늘어나는 게 싫어서 만년부장을 넘어 이보다 직급이 낮은 만년 과장, 차장을 원하는 요즘 세태에 대해 의도적 언보싱(conscious unbossing)이라는 신조어까지 써가면서 해석을 하지만, 내가 보기에는 직장인들이 단순히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즐겜유저의 삶을 선택하는 상황은 아닌 거 같다.


고속성장을 하던 20년 전 대비 저성장 사회로 들어서면서 매년 신임임원 숫자와 더불어 임원연봉도 큰 폭으로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예상된다. 임원연봉은 기밀이라 정확한 파악은 어렵지만, 예전 임원들이 누렸던 스톡옵션을 받거나, 회사에서 건설한 아파트를 저렴하게 분양받는 등의 파격적인 혜택들이 사라지며, 20년 전 당시 임원들의 경제적 생활수준에 못 미치는 요즘 임원들의 재력을 보면 이제 더 이상 임원이 되는 것이 부의 지름길이 아니라는 것은 확실해졌다는 생각이 든다.


또한, 자산가치의 상승속도가 노동소득의 상승속도를 크게 앞지르면서 근로자들의 노동의욕이 꺾인 것도 즐겜유저 양산의 큰 이유라고 본다. 기존 파트원이 신규 파트원에게 “출퇴근 어떻게 하세요?”➜“서울 살아서 출퇴근 버스로 해요”➜"서울에서 자가에 살아요? 우와 부럽다"로 이어지는 이 기막힌 대화를 듣고 있자면, 더 이상 일 잘하고 능력 인정받는 파트원이 선망의 대상이 아닌, 서울에 자가 있는 파트원이 선망의 대상이 된 지는 한참 오래된 거 같다. 시간과 체력을 갈아 넣어 상위 고과를 받아 다음 해 연봉 상승률을 올리는 것보다, 코인/주식 투자에 시간을 쏟아 돈을 버는 것이 "서울 유주택자"를 향한 더 빠른 길이라는 것에 대해 대부분 사람들이 동의할 것이다.


아무리 지금이 저성장시대이고 노동의 가치가 떨어져 있다 한들, 결과적으로는 회사는 직원들에게 충분한 동기부여를 하지 못했다는 비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저성장이라도 도전적인 과제를 성공시키는 성과를 낸 직원에게는 파격적인 금전적 혜택을 준다면, 그래서 회사에서의 성공이 서울 자가로 이어지는 현실이 된다면, 지금보다 많은 직원들이 열정적으로 업무에 매진할 것이다. 다만, 모든 직원이 금전적 혜택으로 동기부여가 되지는 않을 것이다. 이 경우에는 연차와 상관없이 프로젝트 내에서 많은 권한을 줌으로써 업무에 대해 주인의식을 심어주는 동기부여를 하는 방식도 필요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낮은 연차는 파트장/부서장 후보에서 아예 제외되는 현실을 바꿀 필요도 있을 것이다.


만약, 앞으로도 회사가 동기부여에 실패를 한다면, 조직 내 즐겜유저들은 계속해서 늘어날 것이라고 본다.




파트 내의 즐겜유저들로 인해 받는 피해는?


파트장 입장에서 모든 파트원에게 공평하게 일을 배분하려고 해도, 파트 내 즐겜유저는 해당 업무를 받지 않으려 할 확률이 크다. 이럴 경우, 자연스레 다른 파트원에게 업무가 가중되게 되고, 이는 파트원들의 불만을 야기시켜 결과적으로 전체 파트의 분위기 저하로 이어진다. 이런 상황이 지속적으로 반복되면 가중된 업무로 지친 파트원들이 하나둘 조직을 떠나게 되고, 마지막에는 즐겜유저와 파트장만 남는 최악의 상황이 연출될 수 있다.


위에 상황은 적어도 즐겜유저들이 현재 맡고 있는 업무는 책임감 있게 처리를 한다는 가정 하에 벌어지는 상황이다. 하지만 즐겜유저들이 자신이 맡은 업무조차 제대로 수행하지 않는다면, 이런 상황을 타파하고자 파트장이 매일같이 문제의 즐겜유저와 입씨름을 벌여야 된다. 이마저도 안되면 다른 파트원에게 즐겜유저 업무를 대신 맡아달라고 해야 되는데, 만약 파트원들이 추가 업무를 받기를 거부하는 상황이라면, 결국에는 파트장 본인이 해당 실무를 하게 되는 모습을 발견할 수도 있다.


앞서 언급했듯이 파트원 입장에서는 즐겜유저들은 근무의욕을 떨어지게 하는 주된 요인이 된다. 즐겜유저가 저연차라면 본인이 회사선배로써 한마디 할 수도 있겠지만, 고연차 월급루팡이라면 상황이 다르다. 까마득한 아버지, 삼촌 뻘 연차인 즐겜유저에게 쓴소리도 하지 못할뿐더러, “일은 내가 다하는데, 정작 월급은 고연차 즐겜유저가 더 높은” 아이러니한 현실에 멘털 타격을 입기 마련이다. 이런 불만사항을 파트장에게 읍소해 본다 한들, 즐겜유저가 파트장보다도 연차가 높아서 파트장조차도 건드릴 수 없는 절대 불가침의 성역에서 군림한다면 정말 절망적일 수밖에 없다.




즐겜유저 대응법


파트장은 단호하게 즐겜유저에 대해 조치를 취해야 한다. 조속한 대응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이는 향후 파트 내 또 다른 즐겜유저를 양성할 뿐이다. 즐겜유저에게 경고성 노티는 크게 1) 별도의 면담을 통한 쓴소리와 2) 수행한 업무성과에 걸맞은 낮은 고과 평가를 주는 방법이 있다. 다만, 여기서 명심해야 되는 점은, 즐겜유저에게 경고를 주되 다시 업무의욕을 고취시키는데 주안점을 두어야지, 자칫 잘못하여 남아있던 업무의욕마저 없애버리지 말아야 된다. 혹여나, 즐겜유저가 이직이나 전배로 인력유출로 이어진다면, 업무공백으로 인해 남아있는 파트원들과 파트장 본인의 업무만 과중될 뿐이다.


하지만 즐겜유저가 파트에 남아있는 상황이 해당 인력이 나감으로써 발생하는 파트원들의 업무 증가보다 파트 분위기에 더 안 좋은 영향을 미친다고 판단이 될 때는 부서장과의 면담을 통해 즐겜유저를 다른 조직으로 전환배치 하는 걸 고려해 보자.


모든 파트원을 만족시키는 의사결정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하물며, 파트 내 문제가 되는 인력까지 만족시키는 결정이란 더더욱 있을 수 없을 것이다. 즐겜유저 당사자에게는 가혹할지 몰라도, 그 결정이 파트의 업무효율과 대다수의 파트원의 업무환경에 이익이 된다면 주저 없이 실행하는 강단이 필요하다.


이번에는 파트원 입장에서 생각해 보자.


즐겜유저가 추가 업무를 거부해서 그 업무가 고스란히 본인에게 할당되는 상황이라면, 그리고 본인이 그 업무를 하는 것이 부당하다고 느낀다면 지체 없이 파트장에게 하기 싫다는 의사를 분명히 피력해야 한다. 어물쩍 가만히 있다가는 앞으로도 본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업무가 자동으로 추가되는 현실을 맞닥뜨릴 것이다.


계속되는 부당함으로 인해 파트를 떠나는 결정을 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이 또한 큰 결단이 필요한지라 많은 이들이 파트에 남는 선택을 할 것이라 생각된다.


그럼 자연스레 파트장에게 기대를 하게 마련이다. "내가 즐겜유저가 하기 싫은 추가 업무를 맡았으니, 올해 고과는 잘 주시겠지?". 인간미 넘치는 파트장이라면 기대에 부흥하는 고과를 줄 가능성이 있지만, 모든 파트장이 그렇지는 않다. 그래서 파트장이 준 추가 업무를 받을 때는 최대한 노골적이지 않게, 추가 업무에 합당한 고과를 요구해야 한다. 업무를 받는 동시에 고과를 요구하는 건 정말 쉽지 않다. 그것도 듣는 파트장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는 선에서 말이다. 하지만, 1년 동안 하기 싫은 업무 하면서 "올해는 좋은 고과 받겠지"라는 희망고문까지 받다가 결과적으로 원하는 고과를 받지 못했을 때 받는 스트레스와 충격에 비하면, 추가 업무를 받을 때부터 충분히 나중에 후회가 남지 않을 정도로 파트장에게 어필하는 게 본인의 심신건강에 훨씬 좋다고 말하고 싶다.


당연히 그러지는 않겠지만, 악감정이 생긴다고 하여 괜히 즐겜유저에게 찾아가, "너 때문에 다른 파트원들이 힘들다"는 식의 발언을 하지 않는 게 좋다. 이는 엄연히 파트원을 관리해야 하는 파트장이 해야 할 역할을 대신하는 월권행위이며, 또한 해당 즐겜유저와의 관계에도 좋지 않다. 회사생활에서 적을 한 명도 만들지 않고 지내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그렇다고 일부러 적을 만들 필요는 없지 않을까?




모든 사람들의 생김새가 다르듯 생각하는 방식과 삶의 가치관 역시 각양각색이다. 그렇기에 각자의 삶의 방식을 존중해야 한다. 단, 상대방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선에서 말이다. 회사에서 즐겜유저로 지내던, 빡겜유저로 지내던 본인의 자유이나 명심하자. 다른 파트원이 본인에 대해 악감정은 갖지 않게 해야 된다는 것을.





Chapter. 인간군상 별 대응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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