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군상 별 대응법 #5] 야근 중독자

by 아라항

요즘 회사들은 평일 퇴근시간 이후에도 일하는 “야근”과 주말에도 일하는 “특근”을 없애거나 줄이는 분위기이다. 야근을 지양하는 모습은 주 52시간을 보장해야 된다는 사회적 분위기로 인한 점도 있지만, 적지 않은 돈을 직원들 야근비로 지출해야 되는 회사 상황도 무시할 수 없다. 이와 더불어, 2차 산업시대와 달리 더 이상 장시간의 업무가 생산성 향상으로 직결되지 않는 산업시대의 변화도 함께 맞물려 모든 산업군에서 야근을 지양하는 직장문화가 정착되고 있다.


비록 경쟁국가에 뒤쳐진 자국의 반도체 산업을 부흥시키기 위한 반도체법을 필두로 다시금 무제한 야근을 할 수 있도록 법적으로 주 52시간을 완화하자는 움직임이 근래 들어 나오고 있긴 하지만, 코로나 시국으로 인해 자리 잡은 “재택문화”와 젊은 세대의 “워라밸“을 중요시하는 문화로 인해 야근을 지양하는 분위기는 앞으로도 쭉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야근이나 특근이 많은 부서의 부서장은 인사팀으로부터 무언의 압박도 받는다고 하는데, 이런 시대의 흐름을 역행하는 야근 중독자들이 있으니.




야근 중독자의 4가지 유형


야근 중독자라고 다 똑같은 야근 중독자가 아니다. 각기 다양한 이유와 상황들로 인해 야근을 한다. 이를 총 4가지 유형으로 정리하려 한다.


1. 집에 들어가기 싫어서 야근하는 스타일


야근을 하지 않아도 되는 업무량에도 불구하고 최대한 느긋하게 일을 해서 매일같이 야근을 한다. 업무량이 많아서 업무를 처리하느라 정신없는 모습이 아닌, 어느 주말 아침 카페에서 여유롭게 커피와 사색을 즐기는 듯한 모습으로 사무실을 활보한다. 매일같이 본인이 정해 놓은 퇴근 시간에 칼같이 퇴근하는 것도 특징이다.


집에 들어가면 자기만의 시간을 갖지 못하기 때문에 야근을 한다. 집에 들어가면 육아를 하던, 자기만의 공간이 없던, 집안일을 해야 되던, 배우자나 다른 가족원과의 사이가 좋지 않거나 해서 결과적으로 '집보다 사무실이 더 편한 상황'인 거다.


대부분 이런 경우 본인처럼 집에 들어가기 싫어하는 사람들과 어울리면 야근을 한다. 대학교 때 동아리방 같이 사무실을 사용하는 것이다. 때 되면 밥 줘, 탕비실에 상시 간식 구비되어 있어, 몸 뻐근하면 사내 사우나나 헬스장 가서 운동하면서 시간 보낼 수 있어. 집보다 사무실이 좋은 거다.


2. 야근비 한 푼이 소중


야근을 할 경우 야근비가 원활하게 지급되는 경우, 자신의 시간과 돈의 등가교환을 통해 돈을 버는 사람들이 있다. 다만, 이는 회사가 야근비를 출입문 시간을 기준으로 자동으로 측정해서 지급해 주는 경우에만 해당되지, 별도의 결재를 통해 야근비를 신청을 해야 하여 눈치를 봐야 하는 상황의 회사에서는 실천하기 어려운 점이 있다.


오늘 해야 될 업무를 마쳤더라도, 내일의 업무를 미리 하거나, 멍을 때리거나, 인터넷서핑을 하는 등의 방식으로 최대한 늦게까지 사무실에 앉아 있는다. 그리고 돈이 목적이기에 통상적으로 야근비보다 높은 주말특근비를 벌기 위해 주말특근도 꼬박꼬박 한다. 이와 달리 상대적으로 본인의 개인시간을 중요시하는 1번 유형은 웬만하면 주말 특근을 하지 않는 경향과는 다른 점이다.


처자식을 부양하는 가장들이 생활비를 벌기 위해 이렇게 야근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따라서, 미혼의 젊은 사원들 중에서는 이런 유형을 찾아보기가 어렵다. 처자식을 먹여 살리겠다는 일념으로 주말 포함 매일같이 사무실에 있는 모습은 어떻게 보면 짠하기도 하다는 생각이 들곤 한다.


3. 야근이 근면성실의 증명이라 생각하는 스타일


남들이라면 몇 시간이면 다 했을 업무를 하루 종일 하는 직원들이 있다. 하지만, 위의 #1번 #2번 유형처럼 일부러 일을 질질 끌면서 하는 것이 아니다. 정말 꼼꼼하게 남들이 1번 검토할 거 10번 검토하고, 보고 또 보는 사람들이다. 완벽에 완벽을 기하는 스타일이다. 그래서 항상 자리에 붙박이처럼 앉아 열정적으로 업무를 한다. 한번 봐도 될 거 열 번 스무 번을 보니 항상 퇴근이 늦어질 수밖에 없는 거다.


상품화나 서비스론칭 시기처럼 업무량이 많은 농번기가 아닌 업무량이 많지 않은 농한기에도 매일 같이 야근을 한다. 예를 들어, 하루에 10개의 Task를 해야 하는 농번기에는 각 Task 당 2번씩 리뷰를 한다면, 하루에 1개의 Task만 해도 되는 농한기 때에는 그 한 개의 Task를 20번씩 리뷰를 해서, 결과적으로 업무량이 많던 적던 하루에 들어가는 업무 리소스는 항상 일정하게 똑같아지는 원리이다.


이런 유형의 사람들은 본인이 그 누구보다 근면성실하게 업무를 한다고 자부한다. 자신에게 맡겨진 업무를 책임감 있게 완벽히 수행하여 회사에 기여를 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회사는 업무의 난이도와 상관없이 항상 같은 시간 안에 업무 결과를 가져오는 직원보다는 같은 시간에 더 많은 업무를, 단순반복만 하면 되는 잡무가 아닌 더 많은 이익을 발생시키는 고부가 업무를 수행하는 직원을 선호하고 그런 직원을 더 높게 평가한다. 특히나 요즘같이 AI가 점점 더 많은 단순반복 업무를 처리해 줄 수 있는 시대에서는 근면성실이 더 이상 미덕이 아니다.


4. 업무량이 많아 야근하는 경우


자의건 타의건 그 누구보다 더 많은 업무를 할당받아 매일같이 야근을 할 수밖에 없는 케이스이다. #3번 유형처럼 비효율적으로 업무를 해서 야근을 하는 것이 아닌, 단순히 업무량이 많아서 정말로 '필요한' 야근을 한다.




불필요한 야근을 하는 인력 대응법


#1번, #2번처럼 월급루팡처럼 업무를 하지 않으면서 야근하는 케이스를 없애기 위해 파트원들에게 '집중 업무시간에 최대한 업무를 마치고 칼퇴를 하라'는 말을 아무리 해도 공허 속의 외침일 뿐 그들은 오늘도 야근을 할 것이다. 이를 방지할 수 있는 방법은 단 하나, '업무를 다 했음에도 불구하고 불필요하게 습관성 야근을 하는 인력에게는 인사적 불이익을 가할 것이다'라는 원칙과 함께 단호히 그들에게 인사적 불이익을 가하는 것이다.


#3번은 잘못을 하고 있는 것이라기보다 업무를 하는 방식의 개선이 필요한 건으로 좀 더 섬세한 접근법이 필요하다. 먼저 좀 더 고난도의 업무를 맡겨보자. 해당 인력이 절대적으로 야근을 맥스로 해도 끝내지 못할 업무를 주는 거다. 그러고 나서 맡긴 업무를 끝내지 못한 인력을 타박하기보다는 업무를 효율적으로 하는 방법을 알려주자. 본인이 그 누구보다도 근면성실하게 업무를 함에도 타 직원보다 좋은 고과를 받지 못했던 이유가 무엇인지, 높은 평가를 받을 수 있는 중요한 업무를 알아보는 안목과 해당 업무를 상사로부터 배당받는 방법, 적은 시간을 들여 최대한 업무의 완성도를 올릴 수 있는 방법 등을 알려주자. 파트 내에서 근면성실'만'해서 안타까운 아픈 손가락이었던 파트원이 어느새 에이스가 되어 다른 파트원들에게도 긍정적인 자극을 줄 것이다.


#4번의 경우는 해당 인력이 자의로 야근을 하는지 타의로 야근을 하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다시 말해, 높은 업무의욕으로 인해 자진해서 업무를 추가로 할당받아서 늘어난 업무량을 소화하기 위해 야근을 하는지, 아니면 본인은 칼퇴를 하고 싶은데 상사가 업무를 자꾸 줘서 어쩔 수 없이 추가업무를 하기 위해 야근을 하는지 말이다.


높은 업무의욕으로 인해 자의적인 야근 중독자라면, 그 자체로만 보면 파트장 입장에서는 매우 바람직한 모습이 아닐 수 없다. 다만, 그 정도가 과하여 다른 파트원으로부터 시기질투를 받아서 협업이 어려워진다거나, 해당 야근 중독자가 다른 파트원에게도 업무열정을 강요한다는 식 ('의욕만땅인 사람' 글 참조)으로 파트 내 불화를 일으키는 상황이 일어나지 않도록 평소 면밀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


타의로 인해 야근을 하는 경우를 보자. 여기서 말하는 타인은 다름 아니라 파트장이다. 파트장이 특정 파트원에게 과도한 업무를 할당하는 것이다. 해당 파트원'만'이 아니라 파트장을 포함한 파트 전체가 업무가 많아서 야근을 하는 상황이라면 모를까, 특정 파트원에게만 업무가 몰려서 야근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면, 파트장은 필히 업무분배가 공평하게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당연히 어려울 것이다. 애초에 해당 파트원에게 업무를 맡겨야만 업무가 돌아가니까 어쩔 수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해당 파트원이 원하지 않는 업무량과 야근으로 인해 불행하다면 그 인력이 파트를 떠날 가능성이 높아지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것을 명심하자.




위에서는 파트장의 인력관리 측면에서의 대응법을 얘기했다. 하지만, 개인 파트원 당사자 입장에서는 정답이 없다. 야근중독자로 살든 말든 자유이다.


물론 가짜노동을 하는 직원을 회사는 달가워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같은 일개 직원 입장에서는 주위에 그런 파트원들이 있다고 욕하거나 신경 쓰지 말자. 그 사람은 그 사람대로 본인의 가치관에 따라 그 또한 열심히 살고 있는 모습일 것이다.


남들을 의식하지 말고 자신만의 삶의 가치관은 뭔지에 더 집중해 보자.

그 답이 위에서 언급한 야근 중독자의 한 모습이라도 상관없다.






Chapter. 인간군상 별 대응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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