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조직이든 불평불만 하는 사람이 있다. 아무리 성격 좋은 사람들을 모아 놓은 조직이라도, 그 안에서 불평불만 하는 사람은 반드시 있기 마련이다. 마치 “불평불만 하는 사람 총량의 법칙”이 있는 것처럼 말이다. 이는 경험적으로 나만 이렇게 느끼는 건 아니었다.
예전에 부서 간담회에서 한 부서원이 부서장에게 이런 질문을 한 적이 있다.
“타 부서에 ~~ 때문에 너무 힘들어요. 무슨 협의만 하면 안 된다고 하고, 이상한 정책 같은 거 만들어서 업무 속도도 안 나고 죽겠습니다”
“그 사람 때문에 너무 스트레스받지 마세요. 어디에나 또라이는 있는 법이니 그냥 그러려니 하고 업무 하세요"
부서장의 대답에 많은 사람들이 위로를 받으면서 동시에 "맞아 정말 어디에나 또라이는 있는 거 같아"라는 각자의 마음속 안에서 강한 긍정과 공감을 불러일으킨듯한 표정들을 일제히 지었던 기억이 있다.
이번에 글을 쓰면서 찾아본 건데, 내가 지인들과의 대화에서 사용하던 일명 "또라이 질량보존의 법칙"이라는 용어는 실제 다른 문화권에서도 “스투전의 법칙”이라는 동일한 의미의 용어가 있다는 것을 알았다.
스투전의 법칙 (Sturgeon’s Law)
- 제안자: 시어도어 스투전 (Theodore Sturgeon), 미국의 SF 작가
- 내용: “90%의 모든 것은 쓰레기다” (90% of everything is crap)
- 이 법칙은 본래 SF 장르에 대한 비판을 반박하면서 생긴 말이지만, 이후 일반화되어 어떤 분야든, 아무리 훌륭한 집단이라도 일정 비율은 질이 낮거나 이상한 존재가 포함된다는 뜻으로 쓰이게 됐어요.
이로써, 나만이 느끼는 게 아닌 회사 사람들을 넘어 전 세계인이 공감하는 개념이라는 것에 다시 한번 놀라며, 이 정도면 비록 과학적으로 증명할 수 없지만 매우 높은 신빙성을 갖고 있는 사회현상이라고 봐도 무방하다는 생각이 든다.
아무리 “조직 내 불평불만을 하는 사람”이 있는 것이 자연스러운 사회현상이라 할지라도, 그 사람으로 인해 본인이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까지 자연스러운 것이라고 치부하고 넘기기에는 너무 고통스럽다. 어떻게 파트 내 불평불만 하는 파트원을 대응해야지 스트레스 없는 회사생활을 영위해 나갈 수 있는지 알아보자
먼저 회사에서 불평불만을 하는 사람을 맞닿뜨리는 상황은 다음과 같다.
1. 회식 메뉴나 명절 부서선물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불평불만
회사에서 총무를 해본 사람이라면 매우 공감을 할 것이다. 어떤 메뉴이건, 어떤 명절선물을 준비하던, 불평불만을 하는 사람들은 무조건 있다. 당연히 대다수가 불만이면 메뉴 선택을 잘못한 총무가 문제 이긴 하지만, 다수가 만족하는 와중에도, “여기 탕수육은 너무 느끼하다”는 둥, “명절선물로 곱창김세트는 별로라서 총무에게 따로 현금으로 달라고 얘기해 볼까?”라는 식으로 눈살 찌푸리게 하는 언행을 하는 인력들은 항상 있다.
2. 본인이 맡은 업무/회사에 대한 불평불만
직장인은 회사와 근로계약을 통해 일정 봉급을 받고 그에 상응하는 업무를 하는 주체이다. 직설적으로 얘기하자면 군대와 동일하게 “위에서 시킨 업무는 군말 없이 해야” 되는 의무가 있다. 다만 시킨 업무를 할 수밖에 없는 군대에서의 업무환경과 달리 자기에게 부여된 업무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사내 다른 조직으로 부서이동을 하거나, 다른 회사로의 이직을 통해 자신의 업무환경을 “자유롭게” 변경할 수 있는 선택지가 있다.
이런 “업무선택의 자유”가 보장됨에도 불구하고, “본인이 맡기 싫은 업무를 할 수밖에 없다"라고 투덜거리거나, “월급은 쥐꼬리만큼 주는데 일은 엄청 시킨다”는 둥의 불평불만을 많이들 한다. 어쩌다가 다들 맡기 싫은 업무를 어쩔 수 없이 할당받는 재수 없는 상황으로 인해 불만을 표출하는 것은 매우 자연스럽고 당연할 수 있다. 하지만 본인이 어떤 업무를 맡던 불만을 표출한다면 이것은 매우 잘못된 행동이다. 현재 회사에서 만족을 느낄 수 없다면 떠나는 게 자신을 위해서라도 올바른 선택이다. 자신에게 보장된 “업무선택의 자유”를 활용하자.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야지, 중이 절에 남아서 툴툴거리는 거 본 적 있는가?
3. 부서 동료에 대한 불만
갑자기 파트 인력 1명이 타 부서로 이동을 함으로써 그전까지 해당 인력과 같이 일하던 파트원 A는 졸지에 2명분의 업무를 혼자 떠맡게 되었다. 파트장은 혼자서는 감당하기 힘든 업무량임을 알기에 파트 내 담당업무조정을 통해 혼자 남은 인력에게 추가 인력을 할당해 주었다. 그리하여 다시 2명이서 업무를 할 수 있게 되었지만 얼마가지 않아 파트원 A는 다음과 같은 불만을 얘기하며 추가된 인력과 더 이상 협업을 할 수 없다는 의사를 밝혔다. - “저보다 나이가 많으셔서 제가 업무를 알려드리고 업무를 시켜야 되는 입장에서 마음이 불편해요”
파트원 A의 요청대로 충원된 인력은 다시 이전 업무로 원복 되었고, 사내 공모를 통해 신규 인력을 받았다. 신규 배치 인력은 파트원 A보다 나이도 어렸으며 이전 부서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았었던 인력이었지만 이번에도 파트원 A는 다음과 같은 불만을 얘기하며 협업이 어렵다고 말을 하니 - “마음 편히 업무도 시키고 해야 되는데 자기와 나이차이가 많이 나지 않는 남자라서 불편해요”
처음에는 단순히 서로 잘 맞지 않는구나라고 가볍게 생각했는데 두 번째 인력과도 트러블이 발생하는 상황을 보자니, 파트장도 다른 사람이 아닌 정작 파트원 A에게 문제가 있지 않나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하더라. - “그 누구를 데려다줘도 파트원 A는 협업이 어렵겠구나"
모두가 인정하는 또라이와 협업이 어렵다는 얘기는 듣는 이로 하여금 공감을 불러일으키지만, 누군가가 같이 협업하는 모든 이에 대해 불평불만을 한다면 이를 듣는 이는 지금 자신 앞에서 불평불만을 토로하는 사람이 또라이라는 것을 직감적으로 알 것이다.
총무를 한다고 월급을 더 받는 것도 아닌 일종의 파트원들을 위해 “봉사”하는 개념인데, 누군가가 총무가 진행하는 사사건건 불평불만을 한다면 총무를 맡은 인력은 당연히 기분이 좋을 수 없을 것이다.
업무나 회사에 대해서 불평불만을 말하는 경우는 위에처럼 총무를 하는 1명의 기분을 상하게 하는 것을 넘어서 조직 전체에 악영향을 끼친다. 평소 본인의 업무나 회사에 불만이 없던 사람들도 자신들과 같은 업무환경에서 일하는 동료의 지속적인 불평불만을 듣게 된다면, 괜찮다고 생각되던 자신의 처지도 안 좋다는 생각이 들기 마련이다. 조직 내 소수밖에 없었던 불평불만하는 인력들이 어느 순간 들불처럼 번져 다수가 불평불만을 갖게 되어 결국에는 조직 자체가 와해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회사에 대한 불평불만 못지않게 동료에 대해 지속적으로 불평불만을 하는 인력도 조직에 큰 해를 끼친다. 동료에 대해 항상 불평불만을 하는 인력을 파트장이 조기에 조치하지 않고 방치를 할 경우, 문제의 인력으로 인해 타 조직원들이 상처를 받는 상황이 끊임없이 발생된다. 이렇게 상처받은 파트원들은 급기야 조직이탈을 하게 된다. 위의 예시에서 혼자서 2명 분 업무를 할당받은 인력에게 충원해 주려던 파트장의 행동이 나중에는 파트 전체의 인력이 감소되어 충원해 주려야 해 줄 수 인력이 파트 내 없게 될 수 있다.
불평불만을 하는 사람이 내뿜는 안 좋은 감정, 그 자체만으로도 문제이다. 생각보다 감정은 쉽게 전염된다. 특히 안 좋은 감정은 기분을 안 좋게 하며, 업무능률을 저하시키고, 듣는 이가 퇴근 후에도 그 안 좋은 감정이 자신에게 머물러 일상전반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사람들이 밝은 사람과 어울리기를 좋아하며 좋은 에너지를 받기를 원하는 이유가 이것이다. 사이코패스가 아닌 이상 매일 불평불만 하는 우중충한 사람과 어울리기를 좋아하는 이는 없을 것이다.
없는 시간 쪼개가며 총무로써 괜찮은 음식점으로 회식자리를 잡았고, 다들 만족하며 식사 중이다. 그 와중에 구석에서 음식 메뉴 가지고 불평불만 하는 인력이 있다면, 신경도 쓰지 말고 가볍게 무시해라. 총무로써 다수를 만족시킨다면 성공인 것이다. 애초에 모든 이를 만족시키는 것은 불가능하다.
불평불만하는 인력을 무시하지 못하고 해당 인력에 대해 욕을 하고 다닌다면, 나 자신 또한 또 하나의 불평불만을 하는 사람이 되는 것 밖에 안된다. 본인의 에너지와 시간을 다른 사람 흉보는데 쓰지 말고 더 좋은 곳에 쓰길 바란다.
만약 문제의 인력이 본인에게 직접적으로 피해를 준다면 무시로 대응을 하면 안 된다. 예를 들어 명절 선물에 대해 일회성으로 불평불만 하는 것을 넘어 지속적으로 나에게 불만을 얘기하거나 선물을 다른 것으로 바꿔달라거나 하는 무리한 요구를 한다면, 이렇게 얘기해 보는 건 어떨까?
"총무직을 저에서 A 님으로 변경하는 것을 파트장에게 건의해 볼게요. 저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는데 이렇게 지속적으로 불만을 가지시니, 저보다는 A 님이 더 센스 있게 총무를 잘하실 거 같아서요."
회사나 본인의 업무, 같이 일하는 동료에 대해서 불평불만 하는 사람은 되도록 멀리 피하자. 듣는 본인에게 득 될 거 하나 없다. 남의 불평불만으로부터 본인에게 도움이 될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오히려 안 좋은 감정만 전염되어 좋았던 기분마저 망치게 될 뿐이다.
본인이 파트장이고 본인의 파트에 불평불만 하는 인력이 있다면 초반에 잡아야 한다. 문제의 인력에게 대놓고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라는 식으로 얘기하기는 힘들 거고, 먼저 불평불만을 들어주고 해결해 줄 수 있는 것은 해결해 주자.
다만, 위의 예처럼 2번이나 문제를 해결해 주었는데도 여전히 새로운 이유를 들이대며 불평불만을 한다면, 문제 인력의 이슈를 해결해 준다 한들 앞으로도 불평불만하는 상황은 변하지 않을 것이다. 상황이 이지경까지 된다면, 파트장은 단호히 해당 인력에게 더 이상 요청을 들어줄 수 없다고 얘기하자. 계속해서 문제 인력의 요청사항을 들어준다면, 이는 문제 인력이 파트장, 본인을 쥐고 흔드는 것이며, 동시에 지속적으로 타 파트원들에게도 피해를 주는 꼴밖에 되지 않는다.
불평불만을 하지 말자. 여기서의 불평불만은 '지인들과의 뒷담화'와는 다르다. 뒷담화도 웬만하면 하지 않는 게 좋지만, 현재 본인의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방법이 뒷담화 밖에 없다면, 뒷담화를 통해 본인이 힐링을 할 수 있다면, 지인들과의 뒷담화를 무조건 나쁘다고만 할 수 없다.
만약 본인이 특정 문제에 대해 불만이고 이를 표출하고 싶다면, 단순히 다른 사람들에게 불평불만만 말할게 아니라 본인이 책임지고 문제를 해결까지 해야 된다. 그렇다면 당신은 불평불만을 하는 사람이 아닌 조직을 위해 헌신하고 개선하고 행동하는 사람으로 여겨질 것이다.
솔직히 불만이 없는 사람이 어디 있겠냐.
내가 불만스럽다고 생각하면, 다른 사람들도 마음속에는 다 불만스럽다고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다만 이를 입 밖으로 내 뱉느냐 아니냐는 사람의 성숙도에 따른다고 본다.
하고 싶은 거 다하고 욕구에 따라서 행동하면 그건 인간으로서 미성숙한 것이고, 더 나아가 그 정도가 지나치면 사람 취급 못 받는다. 우리 모두 아무리 불만 얘기하고 싶어도 꾹 참고 성숙된 인간, 회사원이 되도록 노력하자.
Chapter. 인간군상 별 대응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