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비들을 위한 업무팁#5] 회사에서도 친구는 필요하다

by 아라항

혹자는 회사에서는 친구를 만들 수 없다고들 말한다. 더 나아가 만들면 안 된다고 말하는 이들도 있다. 회사에서 업무적으로 만난 인력들과는 상대가 누구냐에 따라 정도의 차이가 있을지 언정 항상 어느 정도의 거리를 두어야 된다고 말이다.


하지만 단언컨대 회사에서 평생을 같이 할, 서로의 집안 대소사를 챙겨주는 친구를 만들 수도 있고, 우연히 만날 수 있다. 왜냐면 내가 그 산증인이기 때문이다. 십수 년 동안의 회사생활에서 만난 사람들과 나는 매우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면 지내왔다. 같이 업무를 할 때도 서로 감정 상하는 일 없이 말이다. 내게 있어서 회사 동료들은 학교 동창들과 다를 바 없다.




사내 친구가 있으면 좋은 점


본인의 회사생활이 힘들 때 의지할 친구가 있으면 좋다


본인이 힘들지 않을 때는 그 소중함을 모르나, 정작 힘들어지면 친구의 소중함을 새삼 다시 느끼는 법.


생각보다 파트 내 인력과는 본인의 힘듦을 토로하고 공유하기가 힘들 수 있다. 경쟁관계라는 생각 해서 경쟁상대에게는 본인의 약점을 노출하지 않으려 할 수 있고, 파트 내에 사람들과는 업무로 얽힌 사람들이기 때문에 애초부터 일부러라도 거리를 두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이렇게 평소에 거리를 둔 경우, 본인의 필요에 의해 갑자기 친밀한 사이에서나 가능한 심도 깊은 대화를 하기는 매우 어려울 것이다.


정말로 본인과 친밀한 배우자나 부모 등의 가족원들에게 회사 고민을 털어놓으려고 해도, 그들이 회사생활을 하고 있거나, 이전에 회사생활을 했었던 이력이 있어 본인의 고충을 공감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면, 정작 본인은 가족원들로부터 위로나 조언을 받지는 못하고, 되려 고민을 듣는 가족원들에게 안 좋은 감정만 전염시키는 것 밖에 안 되는 결과를 초래시키는 것이기에, 가족원이 회사 고민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이럴 때, 부담 없이 자기의 애로사항을 털어놓고 나름의 조언이나 위로를 받을 수 있는 상대가 회사에 있다면, 이 힘들고 거친 사회생활을 버틸 수 있는 버팀목이 되어 줄 것이다. - “야 오늘 점심 ㄱㄱ? 업무 하다가 골 때리는 일이 있어서 같이 밥 먹고 티탐이나 하자”



유관부서와 협의를 해야 되는 상황에 상대방 유관부서에 친구가 있다면 큰 마찰 없이 원활하게 협업을 진행할 수 있다


유관부서와의 협의는 어떤 주제이든 언제나 쉽지 않다. 특히나 각 파트의 자존심이 걸린 문제이거나, R&R로 인해 어느 파트가 책임을 져야 되냐 판가름을 내야 되는 상황에서의 협의는 파트 간의 입장 차가 첨예하게 갈릴 수밖에 없기 때문에 항상 큰 갈등이 유발되곤 한다. - 이는 이전 ”파트원의 유관부서 대응“ 편에서도 상세하게 다룬 적이 있다.


이런 상황에서 상대 부서에 친구가 있으면 상황이 극적으로 변하기도 한다. 위에서 설명한 중대한 사안이라 필히 대면회의를 통해 문제를 해결해야 되는 것들도, 간단한 이메일 몇 통으로도 해결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어떻게 이런 결과가 나올 수 있는 것일까?


모든 파트들은 이메일이나 회의 석상에서 공식적으로 오픈할 수 없는, 파트만의 남모를 속사정들이 있다. 예를 들어, 본인 부서원의 실수로 발생한 문제인데, 아직 상부에 보고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문제 해결을 위해 유관부서의 협조가 필요한 상황이 대표적이다.


이런 상황에서 본인의 파트장이 성격이 유하고 평소 상대 유관부서와 좋은 관계를 유지해 왔던 사람이라면 모를까, 사시사철 뻣뻣해서 유관부서와의 관계형성은 등한시하는 사람이라면, 본인 파트의 실수 때문에 유관부서에게 일방적으로 부탁하는 걸 잘못할뿐더러, 본인의 간절함과는 정반대로 말이 헛나와 상대 파트장의 심기를 건드릴 가능성도 높을 것이다.


이럴 때 도움을 요청해야 되는 상대 파트에 친구가 있다면, 친구에게 가볍게 (나름의 백도어로) 본인 파트의 난처한 상황을 설명하고 파트장에게 말 좀 잘해달라고 하면, 또 거기 파트장은 못 이기는 척 상부상조의 마음으로 큰 반발 없이 도움을 줄 수 있다.


상대 파트의 친구와의 캐주얼한 대화를 통해 서로 각 파트 간의 이해의 폭을 넓히지 않았다면, 해결할 수 없었거나, 대면회의에서 파트장 간 장시간의 토론으로 이어지다 결국 서로 감정이 상해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는 최악의 상황까지도 마주 할 수 있었을 것이다.



외롭지 않다


사회학자 데이비드 리스먼이 사용한 '군중 속의 고독'이라는 개념에서 설명하듯, 회사에서 매일같이 많은 사람과 얘기를 하고 협업을 해도 고독을 느낄 수 있으며, 많은 인력이 속한 조직 내 조직원으로 일을 한다 하더라도 정작 본인은 고독을 느끼기 쉽다. 하물며 프로그래머 같은 직군의 경우, 사무실에 출근해서 퇴근까지 단 한마디도 안 하는 날도 부지기수이다. 정말 이럴 때는 “왜 굳이 출근을 해야 하나”라는 생각과 함께, 많은 시간을 의미 없이 출퇴근에 낭비하는 것 같아 현타가 올 때도 많다.


매일같이 오는 현타는 외로움을 유발하고, 극심한 외로움은 우울감으로 번지는 상황으로 악화되기 십상이다. 최대한 마주치고 싶지 않은 상사나 평소 사이가 좋지 않은 파트 내 동료가 아닌 서로 편하게 인사하면서 하루를 시작할 수 있는 대상이 있다면 '군중 속의 고독'을 느끼지 않고 상쾌하게 사무실에서의 하루를 시작할 수 있다.


나에게는 사내 메신저의 동기 단체방이 그렇다. 아침에 출근을 하면 루틴처럼 동기방에 '굿모닝'이라며 서로의 안부를 묻는다. 동기 단체방의 기능은 아침인사와 단순한 잡담으로 끝나지 않는다. 업무 중 화가 나는 일을 토로하거나, 같이 점심을 먹자고 하거나, 인사, 개발, 영업 등 서로 다른 직군의 동기에게 타 업무 담당자만이 알만한 소식들을 물어보고 알려주는 등 동기방은 친하지 않은 사람에게는 말 못 할 내용을 마음 편히 말할 수 있는 대나무숲이자, 이따금 힘든 회사일로 멘탈이 흔들릴 때 멘탈케어를 해주는 심리상담자이자, 회사 내 소식들을 접하는 소식통의 역할을 한다.




회사 내 친구와 유의할 점


친구와의 밀착 협업은 피하라. 의가 상할 수 있다


가볍게 생각하면 회사에서 평소 고민을 털어놓고 서로 간에 일거수일투족을 다 공유하는 친한 친구와 같이 회사 내 신규 프로젝트를 같이 하면 손발이 잘 맞아서 업무 능률이 좋을 것 같을 거다.


하지만, 실제로 친구와의 협업이 순조롭게 진행될지 여부는 해보기 전에는 알 수가 없다. 이는, 대학교 시절 서로 마음이 맞는다고 생각한 친구와 같이 룸메를 했다가 대판 싸우고 절교한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크게 공감을 할 것이다.


친구를 잃고 싶지 않다면 협업이 잘될 가능성에 베팅하기보다는 협업이 잘 안 될 가능성에 무게를 실어, 되도록이면 친구와의 협업은 되도록 피하길 조언한다.



친구와 협업을 해야 되는 상황이라면 업무 시작 전 상호 간 의 역할분담 (R&R)을 명확히 해야 한다


친구 간의 동업이나 공동투자를 피하라는 말은 많이 들어봤을 것이다. 그만큼 나중에 서로 간의 입장차로 인해 파국으로 치닫는 안 좋은 결말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아서 일 것이다. 이런 최악의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서 아무리 서로 막역한 사이라도 동업이나 공동투자 시에는 서로 모르는 타인과 계약한다는 생각으로 계약서를 상세하게 적으라는 조언들을 한다.


계약서에는 각자의 역할과 기대하는 바 등이 적힌다. 회사 내에서 친구와의 협업을 할 때에도 계약서와 같이 법적효력이 있지는 않겠지만, 계약서에 준할 수준의 상세한 R&R 내용을 포함한 협업원칙을 세워야 한다.


철수는 프로젝트 매니저를 / 영희는 개발업무를 맡는다

- 외부 유관부서와의 커뮤니케이션은 철수가 한다.
- 영희가 유관부서에게 의견을 직접 전달해야 되는 상황에는 사전에 철수와 리뷰 후 유관부서에게 전달한다.
- 영희는 철수가 유관부서와의 커뮤니케이션 방식에 대해 일절 토를 달지 않는다.

- 영희는 철수에게 개발 task 별 예상 일정 및 구현 기능 설명을 전달한다.
- 영희는 사전에 고지한 예상일정이나 기능에 변경이 있을 경우, 이를 1주 전에 철수에 고지를 한다.
- 개발 업무 관련된 개발 방식, 개발 방향 등은 영희가 제1 의사결정자이다.
- 만약 철수가 개발업무에 참여하고 싶다면 영희에게 개발 task를 할당받아서 수행해야 한다.


위와 같이 Ground Rule을 세운다고 해도, 잘 지켜지지 않을 수도 있고, 잘 지켜진다고 해도 위의 원칙으로는 커버가 되지 않는 예상치 못한 갈등요소가 발생할 수도 있다. 이 때는 슬기롭게 잘 대처하길 바란다. 상대방의 입장을 배려하고, 상대방의 마음을 헤아린다면 해결하지 못할 갈등은 없다고 생각한다.




친구 만드는 방법


당연하겠지만 회사에서 만나는 모든 사람이 친구가 될 수는 없다. 나의 경우 내가 입사한 연도에 정말 많은 인력들이 채용이 되어 자연스레 많은 동기들이 있다. 대학 신인생 때처럼 동기들끼리 서로 어울리고 여행도 가고 술도 먹으면서 자연스레 친분을 쌓을 수 있었고, 십수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대략 10명과는 꾸준히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영업, 개발, 기획, 재무, 인사 등 각계각층의 서로 다른 부서에서 일하는 동기들은 서로 각자가 아는 정보교류부터 싫어하는 상사 뒷다마까지 공유하는 매우 소중한 존재들이다.


하지만, 모든 사람이 나처럼 많은 동기가 있어서 쉽게 회사 내 친구를 만들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이럴 때 친구를 만드는 유용한 팁과 주의 사항 살펴보자.



처음부터 마음을 주지 말자


나는 한때 과제 팀원과의 친밀도가 높을수록 과제의 성공확률이 높아진다고 믿었다. 그래서 과제 초기에 팀원들과 많은 식사자리와 티타임을 갖으려고 노력했다. 이를 통해 팀원들과 친해져서 과제를 성공적으로 이끌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려 했다. 그리고 과제가 끝난 다음에도 서로 연락하며 지내는 친구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이런 나의 믿음은 2번의 성공적인 과제 종료와 과제 종료 후에도 길게는 10년 넘게 인연을 유지해 오는 과제원들을 통해 더욱 공고해졌다. 일부 과제원들과는 서로의 대소사를 챙겨줄 정도의 친구로 관계가 발전되기도 했다.


이런 나의 믿음이 무너진 경우가 있었다. 업무적으로 친밀감을 쌓는다는 게 너무 쉽게 상대방에게 마음을 주는 결과를 낳았고, 내가 마음을 준만큼 상대방에게 기대라는 것을 하게 되었다. 예를 들어 만약 상대방이 나에게 불만이 있다면 허심탄회하게 나에게 말을 해줄 줄 알았다. 나 또한 상대방도 같은 마음이라 생각해, 상대방에 대한 불만이 있다면 이슈가 되는 부분을 개선해 줄 것을 얘기했다. 하지만 상대방은 나의 예상과 달리 나에 대한 불만을 내가 아닌 상사에게 얘기했고, 이는 나에게 상대방에 대한 깊은 실망감을 안겨주었다. 결과적으로 프로젝트는 실패했고, 많은 노력에도 불구 좋은 고과를 받지 못한 것과 더불어 한동안 파트원들과 불화를 일으킨다는 이미지를 달고 살아야 했다.


그 이후로 나는 처음 같이 일하게 되는 과제원과 업무적 친밀감을 높이되, 최대한 천천히 그래서 처음부터 바로 마음을 주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다. 외향적인 성격인 나로서는 매우 힘든 일이지만, 과제원과의 성공적인 협업을 위해, 제일 중요하게는 내가 상처를 받지 않기 위해 꾸준히 노력하고 있다.


그럼에도 아직까지 회사에서 평생 친구 만들 수 있다고 믿고 있고, 또한 회사에서의 친구가 단점보다 장점이 월등히 높다고 생각하여 꾸준히 회사에서 친구 만들기를 멈추지 않고 있다. 다만, 예전의 나처럼 초장부터 본인의 마음을 활짝 열어서 주지 않기를 바란다. 그렇지 않으면 나처럼 상처받을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

'친구'라는 개념을 폭넓게 생각하자


친구마다 매일같이 각자의 일거수일투족을 공유하는 친밀한 사이가 있는 반면, 1년에 한두 번 얼굴 보며 서로의 근황 정도를 확인하는 동창회에서만 보는 친구 사이가 있듯이, 회사 내의 친구도 '친밀도'에 따라 같이 공유하는 정보와 친구에게 기대하는 바가 다르다. 회사에서의 친구는 다음과 같이 세 분류로 나눌 수 있다.


1. 평생 친구 : 개인 대소사를 공유하는 사이 - ex) 매일같이 연락하는 편하고 절친한 동기
2. 절대적 아군 : 상사 뒷다마 및 서로 격려와 칭찬을 하는 사이 - ex) 별도 채팅방에서 같이 얘기하는 파트원
3. 절친한 동료 : 업무적으로 서로 신뢰가 있어서 평소 업무적으로 부탁하는데 거리낌이 없는 사이 - ex) 업무적으로만 연락하는 유관부서 파트원


일반적으로 평생 친구(1번) 유형만을 친구라고 여겨 '회사에서는 친구를 만들기가 어렵다'는 생각을 가질 수 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위의 세 분류 모두 친구이다. 왜냐면 절친한 동료(3번)이기만 했던 사이가 절대적 아군(2번)이나 평생 친구(1번)가 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제일 친한 사람만이 친구라는 생각을 버리고 업무를 하며 처음 만나는 사람과도 낮은 친밀도만으로도 친구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회사 생활을 하길 바란다.


친밀도가 높은 친구도 낮은 친구도 있듯이 친구 관계를 갖음에 있어 상대방의 나이도 상관없다; 나이가 많은 사람과도 나이가 적은 사람과도 친구를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나의 경우 개인적인 대소사도 공유하는 회사 내 친구 중 나보다 훨씬 연배가 있으신 40대 후반 50대 초 분들도 계시다. 또한 주기적으로 티타임을 갖으며 서로 몰랐던 회사 소식들을 공유하는 입사 2년 차 친구도 있다. 단지 나보다 더 일찍 혹은 늦게 회사생활을 시작했다 뿐이지, 정글 같은 회사생활을 헤쳐나가는 회사원이라는 강력한 공통분모로 묶인 공동체이라는 점만으로도 친구가 될 수 있는 이유는 충분하다.




본인이 회사 내에서는 친구를 만들 수 없다고 믿거나, 회사 사람들은 업무적으로만 대하고 싶다면 그것도 좋다. 각자의 가치관은 서로 다를 뿐, 옳고 그름은 없는 법. 다만, 내 경우에 회사에서의 친구는 팍팍한 회사생활에 단비 같은 존재처럼 다가왔기에 좋은 것은 남들과 공유하고자 회사에서의 친구의 중요성과 친구 만드는 법을 소개했다.


내가 이직을 하거나 업무적으로 자주 보지 못하는 등의 이유로 인해 회사 친구들과의 관계가 소원해질 수 있다. 하지만 멀어지는 친구관계 또한 그 나름대로 의미가 있다. 살아가며 언제 어디서 또 반갑게 만날지 모르는 일이지 않나.


인생에 빛과 소금이 될 수 있는 인연을 놓치는 것은 아닌지 돌이켜 보길 바란다.






Chapter. 뉴비들을 위한 업무 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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